식량안보 논의가 간과하고 있는 ‘기초식량 안전망’ 또다시 찾아 온 ‘애그플레이션’ 위기감 최근 국제시장에서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위기감이 스멀스멀 확산되고 있다. 6월 이후 두달 사이에 50% 넘게 급등한 소맥(밀)을 비롯해, 주요 곡물인 대두, 옥수수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직전 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이번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주요 곡물생산 국가들의 기상재해가 그 계기로 꼽히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이 뒤이어 곡물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곡물 가격의 갑작스런 변동은 앞으로도 발생할 소지가 대단히 높다고 하겠다.한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나, 투기자금의 곡물시장 유입도 가격 변동의 주 요인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당시에도 금융위기를 앞둔 투기자금들이 달러화 자산을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곡물과 유가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바 있다. 현재 곡물 선물시장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투기자금의 비중확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해외 자원확보’ 목소리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사실상 0%에 가깝다. 주요 곡물인 소맥 0.4%, 옥수수 0.9%, 대두가 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상, 농림수산식품부 2009년 통계) 이런 배경 탓에 국제 곡물가격이 불안할 때마다 이른바 ‘식량안보’, ‘식량주권’의 목소리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곡물을 무기로 하는 자원민족주의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되풀이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부가 앞장서서 ‘식량안보를 위해 해외진출’을 추진한다는 정책이다.일본의 사례를 들면서.식량안보 차원에서 해외 농업자원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국적 기업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국토와 낮은 생산성 때문에 국내 농업은 살아남기 힘드니 해외 진출하는 자원기업을 육성해 보자는 계산이다.애석하다고 해야 하나?해외 농업자원 개발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패의 사례들만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자본 회수에 수십 년이 걸리는 자원 개발 사업을 안이하게 바라 본 정책적판단 때문이다. 설사값싸게 해외 경작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에는 상당한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음도 간과되어 왔다. 이런 현실을 깨달은 기업연구소들은 최근 종전까지 강조해 왔던 ‘(일본식) 직접 경작’에서 ‘유통 채널 확보’로 슬그머니 주장을 옮기고 있다. 해외에서 토지를 소유할 것까지는 없고 수확된 농작물의 유통권만 확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할 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영미계 거대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종합상사에 곡물수입의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과 시장경쟁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식량안보, “기초식량 안전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식량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를 해외 자원개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처럼 국내 생산기반 확충에 의존해야 한다. 해외 농업개발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오히려 저비용으로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방책이 될 것이다. 식량 정책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수립되어서는 안 되고 식량자급률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함으로써 국제곡물 시장의 충격에 대비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일정한 면적의 경작 토지를 유지토록 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정책과제가 된다. 그러나 공급량이 충분하다고만 해서 식량안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계수준에서의 식량분배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량안보에 있어서 분배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현재 독과점 상태에 있는 시장구조의 성찰을 필요로 한다. 국제적으로는 4대 거대 곡물 메이저의 과점 상태가 이미 오래 되었고 국내적으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곡물가격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시장가격이 불안정할수록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이들 독과점 업체들은 식량분배의 왜곡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필요한 기초식량에 안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식량분배, 특히 저소득층에의 안정적인 식량분배는 어떤 형태의 ‘기초식량 안전망’을 필요로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이른바 ‘푸드쿠폰(또는 쌀식품권)’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할 것이다. 푸드쿠폰은 미국에서 보편화된 일종의 사회서비스 바우처(voucher)인데, 실상 정부의 의도는 기초식량 안전망 구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침체된 소비진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기초식량 안전망은 푸드쿠폰과 같이 단순히 (그리고 불순(?)한 의도로) 소득을 지원하는 차원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 무엇보다 생산자와 (저소득) 소비자 사이에안정적인 채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중앙집중화된 분배채널에서 벗어나 다양화, 소규모화된 분배채널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 소규모 자영 생산자, (저소득층을 포함한) 소비자 모두를 고려하는 ‘식량안보’ 논의를 시작하자.
모 의원은 1만원도 안되는 돈으로도 황제같이 살았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가 다 해결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과연 그런지는 하루 5천원으로 몇년을 살아본 저에겐 그 말들이 우수운 일입니다만… 식량 안보는 새로운 시장과 수입이 중심이 아닌 분배에도 촛점이 맞춰져 있어야 하는 것은 정말 공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