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농어촌 고령화, 1인 가구 대응 아이디어
출생률 저하, 농어촌 인구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우리 사회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급속한 인구구조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에 특화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정권을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을 도입했고, 문재인 정부는 신혼부부·청년주거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식이다. 그러나 요란한 언론플레이 이면의 실상은 민망하다. 왜냐하면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던 행복주택 5년간(2012~2017) 20만호 중 2017년까지 공급된 물량(준공기준)은 1.6만호에 불과했고, 문재인 정부의 신혼부부·청년주거 지원대책은 지난 7월에야 막 발표된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될지조차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 중 ‘행복주택’
그렇다면 오히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전달체계(공급방식, 입주자격 등)를 변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기존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충분하니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공공임대주택의 재고율(2016년 6.3%)은 주요 선진국 대비(OECD 평균 8%) 낮은 수준인 만큼 공공임대주택은 앞으로도 꾸준한 신규 공급이 필요하고, 단순 국제비교를 떠나 국내에 주거문제로 인해 시민권의 행사가 제한받는 계층이 존재하는 이상 신규 공급의 필요성은 언제나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달체계의 변경이 인구구조변화 대응을 비롯한 정책목표의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는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공공임대주택이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➀ 낮은 출생률 : 혼인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가족관계증명서 기준 입주자격 부여
먼저 낮은 출생률이다.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출생률은 별도의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사회 문제로 언급되며 공론화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회 문제가 그렇듯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입체적으로 탐구되어야 하며, 단순 공공임대주택 제공만으로 해결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지불가능한 수준의 안정적인 주거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조건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고, 실제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는 저출생 대책으로 혼인 7년 미만인 신혼부부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에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과 가점을 부여한다.
그런데 문제는 입주자격과 가점이 ‘혼인 신고’ 중심으로 이뤄져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임대주택은 (예비)신혼부부 중 출산(임신·입양 포함)하여 미성년 자녀(태아 포함)가 있는 자에게 우선공급 1순위 자격을 부여하고 행복주택은 미성년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예비)신혼부부 중 해당 행복주택이 위치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자에게 우선공급 1순위 자격을 부여한다. 물론 국민임대주택은 법정 지원대상 한부모가족에게 우선공급 자격을 일부 부여하고, 마찬가지로 행복주택 역시 주거급여수급자 우선공급에서 지원대상 한부모가족에게 가점을 부여하며 미비점을 일부 보완하고 있으나, 공급물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하다.
사실 혼인율과 출생률은 무관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유럽 주요국가의 비혼출생율과 합계출생율은 양의 비례관계가 성립한다.(아래 그림) 이는 혼인 이외의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중받는 사회와 높은 출생률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혼인 이외의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이 관점을 유지한다면 낮은 출생률 대책으로서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자격은 혼인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혼인 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관계증명서 기준으로 입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준비과정이 필요하지만, 정책 목표가 혼인율인지 출생률인지 잘 따져보면 결론이 정해질 것이다.
▲ 비혼출생율과 합계출생율의 관계
자료 : 김효정 기자(2017.05.22.), 모든 아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주간조선 2458호
* 이 파트를 작성하고 난 후 국토교통부는 한부모가족에게 행복주택·국민임대·공공분양에도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10월 09일)하여, 필자는 ‘이 글을 며칠만 더 빨리 완성할 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➁ 농어촌 고령화 : 농어촌 지역 공공임대주택 모집 시 거주지역 우선순위 폐지
다음은 농어촌 고령화다. 농어촌 고령화 역시 저출생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만성화된 사회문제로서 최근에는 농어촌의 소멸위기를 걱정하는 분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 농어촌 지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귀농, 귀어(이하 귀촌으로 통칭) 지원정책까지 고령화를 늦추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 전문가들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의견을 모은다.
그런데 귀촌의 중요한 장애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주거문제다. 귀촌인은 귀촌의 시작점인 주거지 마련부터 어려움을 소호하는 것인데, 시작부터 쉽지 않으니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흔히 생각하기에 농어촌 지역에 빈집이 많다고 하니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리지만 애초에 오래된 집인데다 이미 방치된 지 시간이 흘러 귀촌인의 거주지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귀촌인이 스스로의 자금으로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많다면 왜 농어촌 소멸을 걱정할까. 현실적으로 귀촌인이 스스로 주거지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농어촌 고령화 문제를 방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동시에 한편에서는 농어촌 지역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을 찾지 못해 수시 모집, 즉 선착순 모집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당장 LH공사 청약센터(https://apply.lh.or.kr/)에 접속해서 ‘수시’ 혹은 ‘선착순’이라고 검색해보면 상당수의 사례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농어촌 지역 공공임대주택을 귀촌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현재 국민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순서는 [1순위 : 해당 지역 거주자, 2순위 : 인접 지역 거주자, 3순위 : 1~2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 되어 있고, 행복주택 역시 [1순위 : 해당 지역 및 인접 지역 거주자, 2순위 : 1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주택건설지역이 속한 지역 거주자, 3순위 : 1~2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 되어 있어 해당지역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2~3순위 자격을 갖출 수 있어 입주자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농어촌 지역 공공임대주택 모집 시 거주지역 우선순위를 폐지하면 어떤 변화가 기대될까. 지불가능한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아 타 지역에서 농어촌으로 이주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귀촌인은 이들의 대표적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지역에서 전입하는 이들의 전출지역은 농어촌 지역보다 주거문제가 심각한 곳, 보다 인구가 많거나 아예 도시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만큼 노년층보다는 청장년층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통해 농어촌 고령화가 완화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물론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의 경우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임차인이 타 지역에서 전입할 경우 지자체 입장에서는 각종 사회보장비용의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와 같은 변화를 꺼릴 수 있다. 그렇다면 청년, 대학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 위주로 입주대상을 모집하는 행복주택을 중심으로 고민해볼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농어촌기술센터 인근에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계획해 체계적인 귀촌인 대상 정책을 수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농어촌의 소멸위기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추가적인 사회보장비용 지출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➂ 1인 가구 증가 :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 지역쿼터제도 도입
마지막으로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 지역쿼터제도다.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은 명칭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에서 이미 준공한 기존주택을 공공주택사업자가 매입하여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종류이다. 기존주택 매입임대주택(이하 매입임대주택)은 주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할 부지가 부족한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공급·운영되는데 일반적으로 다가구·다세대주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1~2인 가구 등 기존 정책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온 계층이 입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으로 꼽힌다.
그런데 대규모 공공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매입임대주택 역시 지역별 편중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공공주택사업자가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량의 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지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 위주로 매입하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서울의 경우 아래 그림처럼 도심 외곽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공공임대주택 관련된 공약과 정책은 지역분포보다는 수량 중심으로 수립되는 경향(예. 행복주택 20만호)이 강하고,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시군구청장이 주민센터를 통해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정 지자체장이 공공주택사업자에게 매입임대주택 추가매입을 지양해달라는 요청을 할 경우 따를 수밖에 없는 조건도 있어 지역별 편중현상이 가중된다.
이와 같은 지역별 편중현상으로 인해 서울 내에서도 특정 자치구는 입주자를 모두 채우지 못하는 미달현상을 보이는데, 다른 자치구는 1970~1980년대부터 서울에서 거주해야 겨우 입주자격이 부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매입임대주택은 연령 제한 없이 1~2인 가구에게 입주자격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일부 지자체에서 1~2인 가구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1~2인 가구에게 최소한의 접근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전체 공급량 중의 최소비율을 자치구별로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으로 지가가 높은 지역의 1호 가격으로 지가가 낮은 지역의 2~3호를 매입하여 운영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같은 논리라면 서울은 전국에서 지가가 가장 높은 지역이니, 전국에서 가장 지가가 저렴한 곳에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취약계층을 집단 이주시켜야 할 것이다. 지가가 높은 지역이라도 그 곳을 생활권으로 살아가고 있는 취약계층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이들에게도 자신의 생활권 내에서 접근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울은 부자들만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지가가 높은 자치구 내에서 매입임대주택이 모두 역세권에 위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가가 높은 자치구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지가가 낮은 곳이 있을 것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매입임대주택이 매입,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마다 전체 물량 중 일정비율을 할당하자는 것이 매입임대주택 쿼터제도의 얼개다. 1~2인 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LH공사와 SH공사 서울시 매입임대주택의 분포
자료 : 최은영, 박신영(2016), 매입임대주택 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LHI Journal (2016) 7(2):67-75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인구구조변화의 대표적인 현상인 저출생, 농어촌 고령화, 1인가구 증가와 관련된 공공임대주택 대응 방안에 대해서 몇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논했다. 물론 이 중에 법령 등 제도의 한계로, 또는 재정 등 현실적인 이유로 실현되기 어려운 아이디어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작성한 데는,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변화는 급속하게 이뤄지는데 여전히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혼인 신고와 소위 정상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 이유가 있다. 당연히 공공임대주택이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겠지만, 이 글을 비롯하여 공공임대주택과 관련된 다양한 상상력이 논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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