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테이별내’ 검토 결과, 협동보다는 비영리가 주된 근거
필자가 사회주택(사회적 경제주체가 공급·운영하는 주택이라는 의미로 사용)을 공부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종종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질문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결국 요지는 ‘내가 입주할 경우, 혜택은 뭐가 있느냐?’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입주자격이나 가격인상률 제한, 거주기간의 보장 등 입주자 입장에서 뉴스테이가 가진 일반적인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곤 하지만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에 특화된 특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마무리는 구체적인 사항은 사업자(유한책임회사 더함)에게 문의하라는 조금은 무책임한 조언으로 이어졌다.
*뉴스테이의 현재 명칭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2014년 ‘민간제안임대리츠’라는 명칭으로 시작되었으며 2015년부터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이란 명칭으로 본격화되었고 2018년부터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되었다. ‘협동조합형 뉴스테이’는 2016년 뉴스테이 일부 물량을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주체가 시행하고, 입주자가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특화시키면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이를 ‘협동조합형 뉴스테이’라고 불렀고, 현재 명칭은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지만 편의를 위해 기존 표현으로 통칭한다.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위스테이’ 홍보자료(http://westay.kr/)
그러다 최근 관련 연구용역에 참여할 일이 생겼고, 최초의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사업인 ‘위스테이별내’의 자료를 살펴보게 되었다. 예비입주자를 대상으로 배포된 홍보자료를 보니 ‘느슨한 공동체, 재미있는 아파트’라는 슬로건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었고 이어 아파트형 마을공동체이자 안정적이고 저렴한 주거공간이고, 입주자가 곧 공급자이자 운영자임을 강조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니 이는 위스테이별내가 일반 아파트단지와 달리 사회적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폭넓은 공동체 활동이 보장되고, 8년의 임대의무기간 동안 시세 대비 80% 상당의 임대료로 운영되며,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라 분양 방식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눈길이 갈만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평소 지인들이 주택과 관련된 상담을 요청할 때,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주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싼 집에는 이유가 있고, 이는 누군가가 자원을 투입하거나 마땅히 누릴 부분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원을 투입하는 사례로 공공임대주택이나 사회복지·종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주택이 있고, 누군가가 마땅히 누릴 부분을 포기하는 경우는 위치나 면적·시설이 열악한 주택이거나 셰어하우스 방식으로 거주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도 아니고, 셰어하우스도 아닌 위스테이별내는 어떻게 높은 수준으로 주거의 질을 유지하면서 비용은 낮출 수 있었을까.
**물론 눈치 빠른 분들은 뉴스테이의 현재 명칭(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추진계획(국토교통부, 2016.08.05)
질문에 본격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먼저 뉴스테이 사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2014년에 ‘민간제안임대리츠’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사업을 당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14.02.26.)는 ‘경제성장 둔화와 주택시장 구조변화로 기존의 임대주택 공급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도입한 새로운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기준으로 정부는 별다른 재정지원 없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의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10년 공공임대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었고 민간부문에서도 집값상승 기대심리 덕분에 값싼 전세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어 왔지만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공급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뉴스테이 사업은 핵심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기업이 중심이 되어 대규모(건설형 300호이상, 매입형 100호이상)로 임대형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공급주체인 기업에게 저렴한 택지제공, 금융지원, 세금감면, 건축규제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공급되는 주택의 입주자격 제한과 최초임대료 제한은 불과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임대료 제한이 없다는 것은 임대료가 시세수준과 유사할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했고, 시민사회에서는 이 같은 주택에 공공지원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임대의무기간 8년, 연 5%의 인상률 제한만 지켜도 공공성이 있다는 것이 기존의 정부 입장이었다.
▲ 위스테이별내 단지 조감도/투시도(http://westay.kr/)
한편, 2016년 말 국토교통부는 뉴스테이 물량 중 일부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사업, ‘협동조합형 뉴스테이’라는 명칭으로 공모했다. 기존 뉴스테이 사업과 큰 틀에서는 동일하지만, 총 사업비 중 출자 비율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추어 사회적 경제주체의 초기 자본조달 부담을 경감하였고, 입주완료시점부터는 비영리법인인 입주자 주택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이 임대리츠의 보통주를 취득해 주주 지위를 이어받도록 했다. 당시 고양지축 B-7(32,650㎡), 남양주별내 A1-5(30,631㎡)의 사업자로서 예비사회적기업인 ‘유한책임회사 더함’ 컨소시엄이 선정되었고 현재까지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위스테이별내’는 일반공급 청약 결과 최고 경쟁률은 55:1, 평균 경쟁률은 6.4대 1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입주조합원 모집을 마무리하고, 이어 8월 전세대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방식(국토교통부, 2016.08.05)
그렇다면 지금부터 ‘위스테이별내’를 사례로 협동조합형 뉴스테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 지 검토해보자. 먼저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미 더함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다음은 리츠 설립이다.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란 「부동산투자회사법」 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인 주식회사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대한제10호뉴스테이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위스테이별내 공급·운영을 위하여 설립된 리츠인데, 자본(출자), 부채(융자, 임차보증금)로 총사업비(자산)를 조달하고 이를 통해 위스테이별내를 공급·운영한다. 그리고 발생하는 수익은 이해관계자에게 분배하며 위스테이별내 사업의 종료와 함께 청산된다. 일반 주식회사가 영속기업을 가정하는 것과 상반되게 리츠는 특수한 목적에 따라 설립되고 목적을 달성할 경우 청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뉴스테이의 사업비 조달구조는 출자 30%, 융자 50%, 임대보증금 20%로서 이 중 실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출자 중 보통주로서 총사업비의 6% 이상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동조합형 뉴스테이의 경우 사업자인 사회적 경제주체의 초기 자본조달 부담을 감안하여 출자는 20%, 사업자(기업) 부담은 총사업비의 4%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어 있다. 실제 공시자료를 검토한 결과 더함 컨소시엄은 총사업비의 4%를 출자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주목할 점은 오히려 그 이후에 드러난다. 바로 입주 시 비영리법인인 입주자 주택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이 더함 컨소시엄의 보통주(총사업비 4%)에 더해 주택도시기금의 우선주 일부(총사업비 2%)를 인수한다는 점이다.
▲ 위스테이별내 자본조달구조(자료 : 유한책임회사 더함)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일반 뉴스테이에서 출자 중 보통주를 제외한 우선주와 융자는 각각 배당수익과 이자수익이 확정되어 있는 이해관계자이고, 임대보증금은 임차인으로부터 수취하여 보유하다가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 원금을 반환하게 되어 있는 부채이다. 이에 반해 보통주는 사업 성과에 따라 이익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는 불확실한 이해관계자인데 사업의 성패에 따라 사업자의 손익이 결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일 것이다. 그런데 위스테이별내의 경우 나머지는 일반 뉴스테이와 동일하지만, 보통주(총사업비 6%)는 입주 시부터 비영리법인이 소유하게 된다. 배당과 지분이 인정되지 않는 비영리법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사업자가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이를 사유화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고, 조합 내 합의에 따라 비영리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당시 김상희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한 뉴스테이 사업자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들이 연 평균 10~20%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스테이별내의 경우 비영리법인이 보통주를 소유하여 연 10~20%에 달하는 해당 수익이 사회적협동조합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위스테이별내 사업은 LH공사로부터 토지를 감정가가 아닌 감정가보다 낮은 조성원가로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건이 더해져서 시세보다 20% 상당 저렴한 임대료가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뉴스테이 사업절차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가서, 리츠가 설립되고 다음 단계는 주택건설 및 임대다. 필자가 위스테이별내 사업의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아래의 조건을 적용하고 8년 뒤 예상되는 시세의 100%로 매각할 때, 사업자에게 약간의 이익을 남기고 리츠를 청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는 아래와 같이 최초임대료를 시세의 75%로, 임대료 인상률(보증금 제외)을 2년마다 4.0%로 책정하더라도 8년 뒤 시세로 매각한다면 우선주와 융자에 대한 배당 및 이자지급, 임대보증금과 전월세전환율에 따른 월세 조정을 감안하고도 약간의 이익을 남기고 리츠를 청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위스테이별내 임대운영 조건 가정(최명섭 외. 2017. 건설형 뉴스테이 임대주택리츠의 수익-위험 분석. 일부수정)
만약 위 조건 중에서 임대료 수입을 상승시킬 수 있는 변화가 예상되거나 주택가격 상승률이 상승한다면 청산 시에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물론 위스테이별내의 경우 사업자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배당과 지분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따른다. 이를 종합했을 때, 서두에서 던진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위스테이별내는 협동이 있기 때문에 저렴해지는 것이라기보다 비영리법인이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참여함으로써 저렴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비영리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협동이 꼽힐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적인 삶을 통한 비용의 절감(공용공간 청소, 공동육아 등)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로 인한 이득을 비영리법인에 묶어두는 효과, 자산잠금(Asset Lock)효과가 더욱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위스테이별내에 대한 비판 지점도 뚜렷하다. 먼저, 조성원가로 토지를 공급받고, 각종 융자 및 보증지원이 존재하는 데 비해 입주자격이 매우 느슨하다는 점이다. 이는 뉴스테이 사업 전반에 대한 문제점으로 현재는 일부 보완되었으나, 무주택세대원 조건을 제외한다면 입주자격에 소득 조건이 없다. 극단적으로 공공지원이 들어간,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에 억대 연봉의 가구도 입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8년의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뒤에 주택을 매각할 때, 주변 시세가 예상보다 많이 상승할 경우 시세 차익을 누가 가질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반드시 뒤따른다. 더함 컨소시엄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분양 전환을 하더라도 조합원 개인 분양이 아닌 비영리법인인 조합이 분양을 받는 방식을 고려한다고 밝혔으나, 상당한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될 경우 조합 내 심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협동조합형 뉴스테이는 사회적 경제주체 종사자 및 관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실험 자체를 비판하는 것으로 읽힐까봐 글을 작성하는 데 심리적인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의 핵심에 비영리법인 사업자가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장점과 임대의무기간 이후에 공공지원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공존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나갔다. 아직 10년(공급 2년 + 임대 8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10년 뒤에 리츠 청산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와 함께 동시에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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