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발생했던 강원도 고성 총기난사 사건은 우리 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난 해당부대는 휴전선 최전방의 동부전선 끝자락이었다.
이 사고는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었던 휴전선 최전방 근무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적막한 최전방에서 밤낮이 따로 없는 경계근무가 지속되면 장병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이 수류탄과 실탄을 실제 소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이 우리 장병들에게 실탄을 쥐어 준 채 스트레스가 많은 휴전선 철책근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군의 부대현실에서, 서로가 스트레스를 동료에게 떠넘기는 행태가 만연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총기사고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이야기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지경이다.
사고 당일 임 병장도 6월 2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 55분까지 GOP 주간 경계 근무에 투입됐다. 그는 근무에 투입되면서 K-2 소총 1정과 수류탄 1발, 실탄 75발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그는 병영근무의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있으나마나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고 하였으며 특히 그날의 근무에서는 동료들이 자기에 대해 낙서한 것을 보고 격분해 총기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위 그림이 임 병장이 격분하였다는 그림이다. 무엇보다 긴장이 팽팽한 휴전선 철책근무일지에 이런 낙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점이다.
원래 규정상 근무 후 소대로 돌아와 이들 무기를 반납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짜증이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림을 보고 격분한 임 병장은 무기를 즉각 반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20분 뒤인 오후 8시 15분경 GOP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동료 장병에게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다. 도망가는 장병을 대상으로 총격을 계속했고 생활관에 들어가 복도에서 보이는 인원에게도 사격했다. 이로 인해 장병 5명이 사망했고 7명이 부상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GOP란 무엇인가?
임 병장이 근무하였다는 GOP는 동부전선 휴전선 철책근무를 말한다. 휴전선은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하면서 형성된 선인데 당시 유엔군과 북한군은 쌍방의 전선에서 서로 2km씩 군대를 뒤로 물려 중간에 폭 4km의 군사적 완충지대(DMZ)를 형성하고 이후 쌍방의 최전선을 철조망으로 둘러 오늘날의 휴전선의 모습을 갖추게 하였다.
GOP(general outpost)는 휴전선 남쪽 한계선 지점에 설치한 전초기지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최전방에서 적의 침공정황을 누구보다 빨리 포착해 주력부대에 알리게끔 하기 위해 최전방에 설치한 요새이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상황에 따라 북한군과 맞닥뜨릴 수 있는 최전방이므로 실탄이 지급되며 우리 군 특성상 실탄이 지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우 커다란 업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반면 근무는 매우 단순한 편이다. 정해진 구간을 끊임없이 오고가며 철책선이 정상인지 확인하는 업무, 때로는 수리-보수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그래서 GOP 근무는 매우 고되고 외로운 근무라고 한다. 외부 부대와 단절되어 있으므로 부대 선임자에 따라 가혹행위와 부조리가 나타나기 쉽다. 일부 선임사병들의 경우, 철책근무의 스트레스를 바로 옆의 후임사병들에게 쏟아내는 형식이다. 실탄을 지급해놓은 상황에서 격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GOP 근무는 일종의 폭탄돌리기와 같다.
더욱 심각한 GP
GOP는 그나마 비무장지대(DMZ) 남방에 존재하지만 경우에 군은 휴전선 비무장지대 내에도 GP(Guard Post)라는 요새를 구축해놓고 최전방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비무장지대 내의 요새인 GP는 휴전선 완충지대를 비무장지대로 할 것을 약속한 정전협정의 위반이다. 북한도 비무장지대 내에 GP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휴전선 최전방인 GOP도 외부와 단절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비무장지대 내에 존재하는, 그래서 정전협정 위반사항으로 지적받는 GP에서 근무는 고립감이 훨씬 강하다.
그리하여 2008년에는 공수창 감독의 “GP506″이란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는 실제 있었던 GP내 총기난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배경이 된 530GP사건이란 2005년 6월 19일 경기도 연천군 제28보병사단 530GP에서 김모 일병이 내무실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하여 8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당시에도 사회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고 군은 대책마련에 부심하며 이 때에도 28사단을 전면적으로 해체하였다가 재편하기도 하였다. 육군 내 만연했던 구타와 얼차려, 내무부조리 등 병영악습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휴전선 근무의 문제점은 정확히 10년만에 고성 총기난사 사건으로 다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해결책은 평화협정
휴전선 철책근무의 문제점은 휴전선이란 개념에서부터 출발한다. 휴전선은 말 그대로 전쟁을 쉬고 있는 전선이다. 화산활동을 쉬고 있는 휴화산처럼,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선.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 이 휴전선은 그대로 “전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군은 전통적으로 휴전선 근무를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강요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혼란이 발생한다. 너무나 명백하게 대한민국은 교전국이 아니라 평시체제이다. 만일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간이나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 장병들은 누가 구태여 강조하지 않아도 가족의 평화를 위해 근무에 전념할 것이다.
그런데 장병들의 기억과 경험, 상식으로 대한민국은 평시상황인데 휴전선에서 전시수준에 준하는 근무를 강요하니 장병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북한군은 절대로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교육받으면서도 북한군이 쳐들어올지 모르니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이 모순이 핵심이다.
현 휴전선의 대결적 근무체제를 완전히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해법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60년을 끌어온 “정전”을 매듭짓는 것이다. 전쟁이 영원히 종식되고 남북관계를 전망적으로 개선해나간다면 휴전선도 이름이 바뀌어야 할 것이고 GP와 GOP의 팽팽한 긴장감도 누그러질 수 있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북한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간 관계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미국이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기 전에는 관계개선은 있을 수 없으며 한국과 일본도 미국의 입장에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정녕 그렇게도 한반도 관계개선이 위험하다고 생각된다면, 차라리 최전방 철책근무를 주한미군이 하라.
저들은 용산에, 평택에 앉아서 지휘를 하고 있고 우리 장병들은 휴전선에서 최전방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부조화 속에서 어찌 한미동맹이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는가.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며 응원단 파견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GOP에서는 오늘도 장병들의 총에 실탄을 쥐어주고는 북한의 침략 가능성을 강조하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해법은 비정상이 된 국방의 정상화이다. 국방의 비정상을 낳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 장병들에게 안보위기를 발생시키는 군사적 대립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안보위기를 경감시키는 관계개선을 요구해보라. 누구나 웃으며 남북관계개선에 주인된 자세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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