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고용률 70% 달성에 나서겠다는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2017년까지 23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그 중 93만개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 제고와 함께 여성, 청년층, 고령층 등 고용취약계층의 취업자 수 증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가능한가?
하지만 과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93만개나 추가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정부는 이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차별이 없으며,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 보장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시간제 일자리는 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하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위 나쁜 일자리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전일제 노동자의 60% 수준에도 못 미쳤으며, 직장으로부터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지원받는 이들의 비중은 각각 14.8%, 12.2%, 14.6%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은 오히려 나쁜 일자리의 비중을 늘려 전체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방안도 문제이다. 정부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시간제 비중이 큰 네덜란드를 롤모델로 제시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복지체제를 기반으로 유연한 일자리 확대정책을 실시한 네덜란드는 시간제와 전일제 노동자 사이의 차별이 거의 없는 등 우리의 현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네덜란드와 같은 방식의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펼치려면 사회보장체제 확대와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네덜란드라는 롤모델도 문제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에, 어떤 방안을 통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는 명칭이 붙기는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과 마찬가지로 나쁜 시간제 일자리들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차별을 시정하고, 양질의 일자리 확대하는 방안 마련해야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정책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차별이 사라지고 시간제 일자리에 있는 사람이 원할 경우 전일제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 되면 자연히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 규모도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과정 없이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었을 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는 것이 만들어 지고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나 고용증대 방안으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 정책이 여러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정책일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창출 정책 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정책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같은 즉각적인 고용지표 상의 성과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빈곤, 불평등,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의 완화와 함께, 내수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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