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3차 핵시험을 단행한 지 10일이 지났다. 이른바 “전면대결전”을 선포한 상태에서 단행된 북한 3차 핵시험의 군사기술적 측면을 분석할 필요는 절박하다. 그 동안 관측된 북한 3차 핵시험의 각종 자료에 기초해 북한 3차 핵시험을 살펴보자.
1. 제3차 핵시험의 관측자료
먼저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2013년 2월 12일 오전 11시 57분 50초, 기상청에는 규모 5.1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 진앙의 위치는 북위 41.17도, 동경 129.18로 분석됐다. 이곳은 바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으로 북한이 제3차 핵시험을 준비해 온 곳으로 거론되던 지점이다.
기상청은 지진계에 먼저 잡히는 P파(종파)의 진폭이 S파(횡파)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진앙의 깊이가 지표면으로 나타나는 등 전형적인 인공지진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방부는 “오늘 오전 11시 57분경에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4.9로 추정되는 지진이 관측됐다”며 “북한의 3차 핵실험 감행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도 2월 12일 오후 2시 43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3차 핵시험을 단행하였음을 공식발표하였다. 북한은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 각국들은 북한의 3차 핵시험의 폭발력을 추정하는데 여러 혼선들을 겪어왔다.
독일 정부 산하 연방지질자원(BER) 연구소는 북한의 3차 핵시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규모를 진도 5.2로, 미국 지질조사국은 5.1로 각각 분석했다. 일본 기상청도 지진 규모를 5.2로 발표했지만 이는 자연지진의 크기를 나타낼 때 쓰는 국지규모(Ml)로 그 의미가 다소간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발 인공지진을 가장 먼저 포착, 발표한 기상청은 맨 처음 진도를 5.1로 발표하였지만 낮 12시 45분에는 인공지진의 진도가 5.0이라고 하며 관련 기관에 통보하였지만 오후 2시경 진도를 다시 4.9로 하향조정하였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를 두고 “규모 4.9의 지진을 핵폭탄으로 환산하면 (폭발력을) TNT 6~7kt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6~7kt의 폭발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폭탄의 절반 수준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북한의 핵실험 폭발력이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역시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의 규모를 당초 5.0에서 4.9로 낮췄다. CTBTO는 2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96개 관측소에서 북한의 지진활동에 대한 관측자료를 보내왔다”며 수정된 규모인 4.9가 확정된 값이라고 전했다. 중국지진대도 북한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상의 관측자료를 종합하면 북한의 제3차 핵시험의 진도는 4.9에서 5.2에 달해 지난 2차 핵시험 당시의 지진도인 4.5보다 훨씬 큰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의 진도는 세기가 지수함수 형태로 증가하므로 지진도가 0.2만 커지더라도 실질적인 세기는 2배가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이번 제3차 핵시험은 2009년 5월 25일의 제2차 핵시험의 작게는 4배에서 크게는 10배 이상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한국과 핵보유국인 미국 등은 북한의 핵시험 결과를 진도 4.9라고 낮추어 수정한 반면, 비핵보유국인 독일과 일본 등은 북한의 핵시험 지진도를 5.2라고 결론지었다는 점이다. 특히나 독일 연방지질자원 연구소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폭발력이 40kt(킬로톤)에 달한다고 2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한국 국방부 발표의 무려 6-7배에 달하는 훨씬 큰 규모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6∼7㏏은 정치적인 면을 고려한 축소발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한 시간 만에 5.1에서 4.9로 낮췄는데 10kt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으면 안되기 때문에 나온 값인 것 같다”며 “왜 이렇게 일관성 있게 과소평가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점을 미뤄볼 때 슈피겔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은 그 진위 여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북한 제3차 지하핵시험의 실제 진도는 5.2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보다 주목할 점은 슈피겔의 다음 분석이다. 슈피겔은 독일 연방지질자원(BER) 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이 큰 진전을 이룸으로써 미국의 핵억지 정책을 좌초시켰다고 보도하였다. 북한당국의 제3차 핵시험이 성공하였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핵패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주장이 서방진영에서 공개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2. 북한 3차 핵시험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
국내 기상청이 핵시험의 규모를 계속 축소한 이유 중 하나가 “10kt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온 값인 것 같다”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인터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핵실험장에 완충장치를 설치했다면 실제 폭발력은 추정치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지질에 의한 효과나 폭발이 일어난 깊이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수백 km 떨어진 장소에서 핵폭발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하나도 없이 오로지 지진계의 탐침만 보고 핵탄두의 폭발력을 추정한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지는 것만큼이나 한심한 작업일 수 있다.
핵폭탄의 폭발력은 전 세계 핵무기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정보관리에 의해 상당부분 왜곡되어 인식되고 있다. 일례로 툭하면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히로시마급 원자탄을 살펴보자. 히로시마 원자탄의 폭발력이 16kt(TNT 고성능 폭약 16000톤을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과 맞먹는 위력)이라는 것이 무슨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떨어뜨린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였을 뿐이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자탄 “리틀보이”가 폭발할 때 미국은 적국 영내인 히로시마 상공에서 “리틀보이”의 폭발력을 측정할 어떠한 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더구나 “리틀보이”는 히로시마 상공 500m 지점에서 폭발하였으므로 지진파로 폭발력을 추정하는 지하핵시험과 애당초 서로 비교될 수도 없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 “팻맨” 역시 폭발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수집할 방법은 전무하였다.
히로시마급 원자탄의 폭발력이 16kt이라는 것은 오로지 당시 미국 과학자들의 수학적 계산에 의한 추정치였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지하핵시험 진도를 히로시마 원폭과 비교하는 것은 단지 핵폭탄에 대한 공포심을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아직은 북한이 미국의 1945년 수준의 기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었을 수 있다. 히로시마 폭탄 이후 진행된 미, 소의 지하핵시험도 각 지하핵시험장의 구성과 주변 암반 및 지질상태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북한의 제3차 핵시험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오로지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시험과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시험과 비교 분석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세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시험은 모두 북한에서 가장 단단한 화강암 암반지대를 이루고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한 지역에서 시험되었기 때문이다.
3. 3차 핵시험은 수소폭탄급 실험
북한의 이번 3차 핵시험을 2006년과 2009년의 지난 두 차례의 핵시험과 비교하였을 때, 북한의 제3차 핵시험은 소형 수소폭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3차 핵시험의 특이점은 무엇보다 방사능이 전혀 탐지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2월 12일 보도에서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미국의소리 방송은 2월 20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소속 방사능 안전 전문가 4명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북-중 접경지역 2개 현장에서 식품과 식용수 샘플 39개, 20개 조사지점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수준을 측정했고 중국 당국은 베이징 지역에서도 방사능 측정 전문가들이 북한 인근 상공을 경유한 비행기 21대를 대상으로 샘플조사를 실시했지만 채집한 샘플에서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주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이 없었다고 보도하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2월 15일, 공기시료에 포함돼 핵실험 활동을 입증할 기체 성분 ‘방사성 핵종’의 분석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어떤 시료에서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언론은 “북한이 지난 2차 핵실험 당시와 마찬가지로 핵실험 갱도를 달팽이관 모양으로 설계하고 여러 격실을 설치하는 등 견고하게 만들어 기체가 새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는 군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2009년 5월 25일의 2차 북한 핵시험 당시 지진도는 4.5였지만 이번 3차 핵시험은 지진도가 5.2로 10배가 넘는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2차 핵시험 당시에도 방사능 물질이 탐지되지 않아 한미당국은 대응전략을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였는데 그 보다 10배가 넘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방사능이 전혀 유출되지 않았다면 이제는 일반적인 핵폭발과 다른 형태의 폭발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결국 북한의 제3차 핵시험은 소형화된 수소폭탄 폭발시험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수소폭탄은 기폭장치로 핵분열 원자탄을 내장하고 있지만 수소의 동위원소인 삼중수소, 중수소의 핵융합 연쇄반응으로부터 폭발력을 얻는 폭탄을 의미한다. 북한 당국도 제3차 핵시험을 두고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2D(중수소) + 3T(삼중수소) → 4He(헬륨 : 에너지 3.5 MeV) + 1n(중성자 : 에너지 14.1 MeV)
핵융합 반응의 경우 커다란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에너지를 내뿜는 우라늄, 플루토늄 원자탄과 달리 각종 방사능을 방출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핵융합 연쇄반응은 일반적인 자연상태에서는 절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매우 높은 에너지 상태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소폭탄은 먼저 소형 원자탄을 터뜨려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의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핵융합 반응이 가능한 에너지 조건을 만들면서 탄두의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반응을 추진해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하게 된다.
수소폭탄은 핵분열 원자탄에서 시작하지만 그 폭발력의 대부분을 핵융합 반응에서 얻기 때문에 2차 핵시험의 10배 이상의 커다란 폭발에도 방사능이 전혀 포집되지 않는 역설적 상황이 설명된다.
이미 군의 정승조 합참의장도 2013년 2월 6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완전한 수소폭탄이라고 하면 핵융합 폭탄을 의미할 텐데, 완전한 수준의 수소폭탄에 이르기 전 단계의 위력이 증강된 탄의 단계가 있다”며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을 언급하고 “그러한 부분을 시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무기 실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사일 탑재는 핵실험 후 4년 뒤가 일반적”이라며 “북한은 2006년 1차, 2009년 2차 핵실험을 했고 지금이 201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핵무기 소형화 수준이 상당 부분 진전됐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증폭핵분열탄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응용하긴 하지만 중심폭발력은 우라늄, 플루토늄의 핵분열 반응에 의거하고 수소의 핵융합 반응은 이를 단지 “증폭”시키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폭탄이다.
그러나 정승조 합참의장의 발언에 근거하더라도 북한의 제3차 핵시험 폭발력이 독일 연구소의 결과처럼 TNT 40kt이라면 이는 단순히 수소 핵융합 반응이 우라늄, 플루토늄의 핵분열 반응을 보조해주는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을 뛰어넘어 대부분의 폭발력이 핵융합반응으로부터 나온 소형 수소폭탄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당국도 2월 12일,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였다”고 밝혔다.
4. 소형 수소폭탄급 실험의 의미
소형 수소폭탄은 폭발력을 대부분 핵융합 반응으로부터 얻기 때문에 초기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분열반응은 작은 규모로 이뤄지게 된다. 즉, 원자탄의 핵심 구성물질이라고 하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매우 작은 양만 넣고도 거대한 폭발력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북한이 서방세계가 추정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핵탄두를 실전배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북한은 최대 40kg의 플루토늄과 2010년 이후 농축해 온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 2차 핵시험에서 소모한 플루토늄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 최대 9-12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의 추정치였다.
그러나 단순한 핵분열 원자탄이 아닌 수소폭탄을 기준으로 환산하게 되면 탄두 규모가 전혀 달라진다.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물질만으로도 수십 기의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우라늄 농축설비가 더 있다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그에 비례해서 더욱 증가한다. 결국 북한이 이미 공개한 차량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각종 중거리 미사일에 소형 수소폭탄을 탑재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수소폭탄을 개발하였다는 것은 북한이 수소폭탄의 응용형태인 중성자탄이나 EMP탄 등 각종 핵무기를 함께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를 이미 실전배치하고 있을 가능성도 현저하게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EMP탄은 500km 상공의 우주공간에서 폭발력이 1000kt 이상의 초대형 수소폭탄이 폭발할 경우 핵융합 반응의 강력한 에너지에 의해 탄두물질들의 원자구조가 붕괴되면서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방출되게 만든 폭탄이다.
이 강력한 전자기 펄스는 마치 전자렌지가 전자기파로 물을 가열하듯이 순간적으로 지상의 전자회로체계를 교란한다. 초대형 EMP탄은 냉전시기 소련이 개발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미국 상공 500km에서 폭발할 경우 미 전역이 전자기 펄스를 받게 되어 모든 전자장비가 순간적으로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며 일부는 영구적으로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 군도 이미 1년 전, 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99년부터 EMP 발생기술연구에 착수해왔으며 최근 전자장비 기능을 마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언론에 공개하였다. 조선일보는 2012년 2월에 “ADD는 2009년 당시보다 발전된 EMP 기술을 확보했으나 전자장비를 파괴하는 ‘하드 킬'(Hard Kill) 능력은 앞으로 더 개발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이번 제3차 핵시험과 같이 소형화한 수소폭탄이 아니라 대형 수소폭탄을 만들어 탄두에 탑재한 뒤 지표면 부근이 아니라 지상 500km 부근의 상공에서 터뜨린다면 모든 전자기기를 순식간에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게 하는 EMP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자탄은 클수록 폭발시키기 유리하므로 소형 수소폭탄을 제작할 수 있다면 대형 수소폭탄의 제조가 어렵지 않다.
또한 지난 12월 12일,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의 궤도가 상공 500km이므로 북한이 미 본토 상공 500km에 탄두를 보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상 500km 부근은 사실상 우주공간이므로 미국이 강조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필요치 않다. 다만 수소폭탄의 크기가 커지면서 탄두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문제가 남아 있다. 향후 북한은 대형 로켓 발사시험을 통해 대형탄두를 발사할 능력을 입증하는 단계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5. 시작된 북한의 “전면대결전”
북한은 2월 11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개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65돌과 조국해방전쟁승리 60돌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맞이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결정서에서 “조성된 엄중한 정세에 대처하여 조국의 안전과 나라의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전면대결전”을 벌리기로 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미 북한 지도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대미공격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미 <AP>통신은 2012년 4월 25일, 북한군 총참모장인 리영호 차수가 북한은 강력한 이동식 무기로 무장했다며, “미국을 한방에(at a single blow)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다.
또한, 북한은 2012년 4월 22일,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특별작전행동소조가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개시된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모든 쥐새끼무리들과 도발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작동하는 한반도 정세를 볼 때 이명박 정부의 도발근원을 초토화하는 것은 오로지 미국을 실력으로 꺾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는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상대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체계를 완성하였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는 지난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발사를 통해 우주공간에서 궤도를 변경하는 차량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수 있다는 기술을 시위한 것으로 드러난다. 또한 탄두에 있어서는 2월 12일, 3차 핵시험을 통해 EMP탄 공격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소형 수소폭탄 기술을 시위하는 것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은 미 본토 우주상공에 EMP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초대형 수소폭탄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능력을 시위할 것이며 더욱 다양한 핵탄두 시험을 통해 선진화되고 종합적인 핵공격 능력을 시위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북한은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오는 미국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을 증명함으로써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들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10년 10월 10일 조선인민군 열병식에서 “주체형의 요격미사일 종합체”를 공개한 바 있기에 이러한 추정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앞세우며 미국은 싸울 의사가 없는데도 미국본토를 선제공격하며 동북아 전쟁을 몰고 올 가능성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의 모든 군사행동은 지금까지, 심지어 연평도 포격전을 감안하더라도 그들은 스스로의 군사행동이 한미연합군의 군사행동에 대한 대응조치의 성격이라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제3차 핵시험을 두고 “우리 공화국의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며 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응조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 시기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요구를 대하는 미국의 입장이다. 북한이 아무리 미국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전략적 무기체계를 최종적으로 완성하였고 이를 더욱 굳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지난 200년간 전쟁을 통해 지속해왔으며 20세기에는 세계패권도 쥐락펴락했던 미국이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요구한다고 해서 순순히 동북아 패권을 포기할 리는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 북미대결전은 퇴로가 없이 오로지 결정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미 2012년 8월 25일에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예리하게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의 영토와 영해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 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 반공격전에로 이행할 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습니다”라고 연설하였다.
북한은 한반도 유사시 조국통일대전을 공식화하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상존하는 가운데 상정되는 “조국통일대전”은 북미대결전을 포함한다. 북한은 대미 전면대결전에 나서며 1953년 이후 한반도를 규정해 온 정전체제를 끝장내려 하고 있다. 미국이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한반도 평화체제를 힘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초강경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끝내 평화체제를 거부하고 북미간 미사일 전쟁, 한반도 전면전을 선택하더라도 그 길에서 물러서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초강경의 입장인 것이다.
*위 원고는 <통일뉴스>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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