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고등학교에서 경제공부모둠 활동을 하고 있는 2학년 학생들이 보내온 정태인 원장님의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 독후감을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모두가 웃는 경제학





 


경희고등학교 2학년 정원석


 






요즘 우리 사회, 정말 문제 있다. 저녁에 잠깐 앉아 뉴스를 시청하거나,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신문만 펼쳐 봐도 ‘불편한’ 기사들은 쏟아져 나온다. 사교육비는 치솟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자살율은 계속 증가하며, 빈부의 격차는 늘어만 간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인면수심의 범죄에 사람들의 마음은 닫혀만 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게 우리나라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정태인 교수님은 저서,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에서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 교수님은 시장에서 거래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마저도 시장에 잠식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난다고 하셨다. 예전에 마이클 센델의 저서를 접해보아서인지 교수님의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효율적인 시장은, ‘인간이란 이기적인 존재다.’라는 가정 아래 성립된 것이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는 달리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게 맡겨두려고 한다면 전쟁이나 기아와 같은 문제들은 근본적 한계에 부딪혀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사교육처럼 말이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와 수많은 공공재들은 현재 우리가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은 인간이 이타적인 존재라고 말씀하신다. 대표적인 예로 최후통첩 게임을 들으셨는데, 나는 이 게임을 해본 적이 있어서 잘 안다. 같이 게임을 했던 친구들 중 자신이 먼저 8000원 이상을 제시한 친구는 없었으며 가끔 자신에게 적은 금액을 제시한 상대방에게 응징을 하는 친구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정태인 교수님은 이러한 인간의 이타심에서 희망을 발견하신다. 그리고 병든 우리 사회에게 ‘협력’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신다. 교수님은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의 예를 통해 바람직한 사회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한 보여주셨다.


 


정태인 교수님이 쓰신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글자가 내겐 신선함의 연속이었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깨뜨리고, 경쟁과 이익 대신 행복을 강조한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학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수없이 다양한 협동조합으로 이루어진 ‘에밀리아 로마냐’ 라는 지역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조합을 만들고, 쉽게 회사를 설립하며, 공공으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5~6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기업들은 매우 전문화되어있고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 곳 사람들의 가치관이 놀라웠다.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임금이 아무리 높아져 봤자 초임의 6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기업 내에서 자신들이 누릴 민주주의적 결정권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협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TFT(눈에는 눈, 이에는 이)또한 흥미로웠다. 나는 평소에 종교나, 사람들의 협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곤 했는데, 그 이유는 만약 이타심으로 가득 찬 단체에 이기적인 한 사람이 들어온다면 그 사람 혼자 이득을 취하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의 이타심은 깨져 버릴 우려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태인 교수님이 제시한 TFT에 대해서 알고 나니 응징이 협동을 지속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로 이 책이 좋았던 점은 항상 고민해왔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제시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러한 협동 중심의 사회 구조를 닮는다면, 현재 우리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 노동 정책을 통해서 실업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있고, 평등한 협동조합 네트워크가 도입되면 빈부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끈끈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자살이나 게임, 폭력으로 빠지는 것도 ‘삶의 헛헛함’이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 사이의 신뢰외 협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헛헛함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자살율과 범죄율 감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태인 교수님의 생각을 따라오면서 나는 내가 품었던 많은 의문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아직 몇가지 의문이 남아있다. 나의 가장 큰 의구심은 ‘에밀리아 로마냐’나 북유럽 국가들처럼 강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협동 국가의 실현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인구 수 이다. 에밀리아 로마냐의 인구는 약 43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십분의 일에 해당한다. 핀란드의 인구 또한 500만명 정도 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협동 조합으로 이루어진 국가가 운영되기 위한 최적의 인구는 우리나라에 비해 좀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 간의 불신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뿌리박힌 한국인들의 불신 풍조는 협력국가를 지향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구성된 국가들에 나타나는 사회문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 지도 궁금하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닌 이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이 협동 국가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 지도 알고 싶다.


 


마지막으로 현재 정부가 왜 TFT에 실패했는지 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다. 교수님께서 TFT를 통해 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현 정부가 사용한 TFT 정책은 오히려 협력을 치킨게임으로 바꾸어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떤 것이 실패 요인인지, 진정한 협력을 위한 TFT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내가 정태인 교수님의 책을 읽고 정말 인상 깊었던 점과 아직 궁금한 점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이 책은 짧지만 긴 여운을 주었다. 경제학 교과서 1페이지에 등장하는 기본 전제,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 한다.’를 뒤집어 엎어버리는 책의 내용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주류 경제학 교과서에만 익숙해져 있던 내게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공부해서 남 주냐’ 라는 말이 있다. ‘공부라는게 다 너만의 미래를 위한 거니까 열심히 좀 해라’ 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릴 적부터 공부한 것은 남 줘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자라왔다. 그런데 경제학 교수인 삼촌의 영향을 받아 경제학도의 꿈을 갖고 있는 내게 어느 순간부터 점점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난 경제학자가 되기에는 너무 이기심이 부족한 게 아닐까’,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것 아닐까’ 하며 말이다. 그러던 도중 정태인 교수님의 ‘착한 경제학’을 접하게 되었고 ‘아, 이런 경제학자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경제는 어떻게 하면 더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 질까 에 관한 것이었다. 책을 덮은 순간 내가 미래에 어떤 학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완성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