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에는 극히 짤막하게 소개되었지만 지난 5월 3일 남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국유화 결정이 있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의 자회사인 YPF를 재국유화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의회가 승인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찬성 207표 반대 32표 기권 6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국유화를 승인했다. 이로써 당초 국영기업이었던 석유회사 YPF는 1993년 민영화, 1999년 외국기업에 매각을 거쳐 다시 국유기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주권국가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자원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의회는 대통령의 결정에 적법성을 부여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아르헨티나 정치권은 당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스페인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남미와 유럽 연합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아르헨티나를 빼자는 등 요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서방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했다.
국유화가 필요한 곳에 국유화는 당연한 것이다.
국민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간산업이나, 제한된 국가자원과 사회적 시설에 대한 국유화에 대해 이제 민감한 저항을 그만둘 때도 되었건만 신경질적 반응이 여전하다. 금융위기로 인해 씨티 그룹, GM, AIG 등 모두 한때 국유화의 경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적 시장이 필요한 곳에는 사적기업이, 그리고 공적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는 공적 기관이나 공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을 사적 시장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야말로 얼마나 극단주의적인 위험한 발상인가.
시장을 향한 잘못된 신념을 경계하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을 향한 잘못된 신념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며 통탄하는 학자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다. 그는 최근 저작에서 이렇게 말한다. “금융시장의 극적인 실패로도 시장을 향한 신념은 일반적으로 거의 꺾이지 않았다.”
“금융위기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상태로 몰아넣었고, 수백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를 양산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하진 못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정부를 향해 적대감을 품고 자유시장을 포용함으로써 로널드 레이건도 낯 뜨거워했을 ‘티 파티 운동’이 가장 주목할 만한 정치적 결과로 나타났다”
올해 대선에서 가장 위험한 후보는 시장 찬양 후보다.
바로 그렇다.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최근에 더욱 증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단적인 자유시장과 감세를 주장하는 티 파티운동이 북미대륙에서 득세하고, 경제가 침체의 악화일로를 치닫는데도 불구하고 더욱 긴축을 강요하는 정책이 유럽대륙을 휩쓸고 있는 이상, 경제위기가 끝날 수는 없는 것이다.
7개월 뒤 대선을 치르는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세금은 줄이고, 간섭과 규제는 풀고, 법치주의를 세우자’는 이른바 ’줄.푸.세‘ 공약이 선거분위기를 휩쓸었던 것이 5년 전 17대 대통령 선거였다. 시장 지상주의가 완벽하게 승리한 대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야 한다. 민영화나 감세, 규제완화, 금융화 따위로 우리사회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을 과도하게 옹호하는 정치세력과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주어야 한다. 올해 우리 국민이 대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후보는 바로 ‘무분별하게 시장(Market)을 찬양하는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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