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야권연대의 사실상 패배로 끝났다.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언론은 경마식 보도와 단일이슈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 정말 중요한 갖가지 정책 이슈들은 희미해져만 갔다. 선정성을 부추기는 기사들에 파묻혀 주요한 정책 이슈들이 실종된 선거가 된 것이다. 중요하지만 희미해진 정책이슈는 참으로 많다. 한미FTA, 재벌개혁, 사법개혁, 4대강, 언론개혁 등등. 그러나 여기에 ‘탈원전’ 이슈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력대란 비상사태 등 지난 해는 나라 안팎에서 에너지 사고가 유독 많이 발생한 해이고 올해에는 고리원전의 정전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때문에 이번 총선은 전국적으로,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 동해안에서 ‘탈원전’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측 혹은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한국의 원자력산업이 총선을 기점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될 정도였다. 각 정당의 ‘원전’에 대한 입장 그러면 총선을 통해 드러났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주요 정당들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도록 하자. 먼저 기호 1번 새누리당은 중앙당 차원의 ‘탈원전’ 정책 공약이 없다. 하지만 비례대표 1번을 원자력 전문가로 내세우면서 원자력 개발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드러내 보였다. 반대로 기호 2번 민주통합당은 33인 국회의원 명의로 원자력 확대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기호 4번 통합진보당은 노후 원전 폐기 등을 포함하는 ‘탈핵 에너지 공약’을 내세웠다. 이 밖에 탈원전을 정당의 정체성으로 삼은 녹색당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정당들이 수명 연장 중인 고리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폐로 절차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이슈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함께 섞여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이 둘을 모두 포함하는 정책청사진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정당들이 보다 큰 그림에서 이를 설명하는 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이슈, 총선을 넘어 대선으로 나아가야 굳이 되새기지 않아도 이미 짐작했던 바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책을 떠올려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민주주의의 훈련’이다. 정치는 단순한 투표 행위에 복잡다단한 정책 의사를 보다 많이 투영할 수 있을 때 올바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혀진 것 같은 중요 정책 이슈들은 대선을 앞두고 반드시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중요 정책 이슈들은 국회 권력이 아니라 대통령 권력의 행사와 보다 밀접하기 때문이다. 총선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8개월 후 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다. 2012년 선거의 장정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