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우리는 사회적 딜레마 속에 살고 있다시장경제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그 이기심을 따르면 시장에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맞지 않는 시장실패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장실패는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 전체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시켜서 발생한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국한되었던 시장실패를 사회 전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이 사회적 딜레마이다. 거꾸로 말하면 사회적 딜레마의 일부분이 시장실패이다. 사회적 딜레마란 개인의 합리성에 기초한 행동이 전체의 합리성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즉,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가 바로 사회적 딜레마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과 사회가 충돌하는 일은 인류 역사상 계속해서 발생했던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의 대부분이 사회적 딜레마이다. 오히려 개인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이 일치되는 것이 드문 경우이다. 요즘은 사회적 딜레마가 대학 논술문제에도 많이 나온다. 실제 대입 논술에 출제되었던 것으로 중국 고전 ‘여씨춘추’에 나오는 석저의 이야기가 있다. 석저는 형나라 소왕 때 치안관이었다. 어느 날 길에서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중 범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를 체포하는 것은 아들로서 할 일이 못되고, 그렇다고 범인을 놓아준다면 치안관의 역할을 못하고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결국 갈등하던 석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더 일상적이고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학교나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팀 작업을 생각하면 된다. 팀 단위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팀 내에 일을 하지 않고 뺀질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모두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그 사람은 거저 이익을 얻는 셈이다. 그 사람이 밉다고 모두 똑같이 일을 안 하면 그 팀은 망한다. 이 역시 사회적 딜레마이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1 : 죄수의 딜레마사회적 딜레마는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되었다. 사회적 딜레마의 대표적 사례로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 게임, 집단행동의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가장 유명한 사례이다. 두 명의 범인이 잡혀왔는데 물증이 없다. 범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6개월 형을 산다. 검사는 자백을 받기 위해 두 범인을 분리시켜놓고 자백하는 사람은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대신에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 형을 산다. 만약 두 범인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 형을 산다. 이 경우 A와 B의 형량을 합한 것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둘 다 자백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득이다. 하지만 A와 B는 둘 다 자백하는 가장 나쁜 결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자백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자백하는 쪽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2 : 공유지의 비극두 번째,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1986년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짧은 논문 때문에 유명해졌다. 누구나 자유롭게 양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공유지가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많은 양을 풀어서 풀을 먹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공유지는 금세 황폐화되고 양들은 굶어 죽는다. 즉, 공동체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없어서 과잉소비되고 고갈된다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 중 현재 우리 앞에 닥친 가장 큰 규모의 비극이 기후변화이다. 인간이 이기적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환경이라는 공유지는 없어지고 인류는 절멸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공유지의 비극이 실현되었다면 지구는 오래전에 망했어야 한다. 인류는 이미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해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오스트롬(Elinor Ostrom)이다. 오스트롬은 정치학자인데 시장이나 정부의 개입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공동체 내의 자치적 규율을 통해서 공유지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어 왔음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3 : 공공재 게임세 번째,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은 스위스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가 1990년대 실시한 재미있는 실험이다. 5명에게 5만원씩 나눠주고 공공계정에 기부하도록 한다. 공공계정에 기부한 돈은 3배로 커져서 다시 5명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누가 얼마를 기부했는지는 알려주지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공계정에 10만 원이 모였다면 30만원으로 커져서 1인당 6만원씩 돌려받게 된다.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5명 모두 5만 원씩 내서 그 3배에 해당하는 15만 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이 때 나만 돈을 기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다른 4명이 공공계정에 5만 원씩 기부하면 총 20만 원, 이 돈은 60만 원이 되고 5명에게 각각 12만 원씩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나는 원래 갖고 있던 5만 원을 기부하지 않고 들고 있었으므로 총 17만 원을 얻게 된다. 내 이익을 생각한다면 기부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다들 자기 돈 5만 원만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무임승차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만약 누가 얼마를 냈는지 공개하면 어떻게 될까? 돈을 적게 낸 사람을 응징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행동경제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응징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자 기부액이 늘어났다. 반대로 돈을 많이 낸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했을 때도 기부액은 늘어났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4 : 집단행동의 문제네 번째, 집단행동의 문제는 경제학자 1965년 올손(Mancur Olson)의 <집단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에서 정립되었다. 올손은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무임승차의 유인이 증대한다고 보았다. 즉,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을수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드는 사례로 고장 난 공중전화는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공중전화를 고치기 위해서는 관리기관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나의 수고와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공중전화가 고쳐진다고 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다. 누가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전화는 방치된다. 또 하나의 예로 투표장에서의 사표심리를 들 수 있다.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면 투표를 하러 가지 않는다. 투표장에 가려면 비용이 들지만 내가 찍은 후보는 당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봐야 안 될 것이라는 심리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각해버리면 그 후보는 진짜로 당선되지 못한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무서운 거다.이처럼 우리 주변에, 그리고 인류 역사에는 수많은 사회적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다. 과거 중세시대에는 종교 혹은 절대왕정이 지시와 명령을 통해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회정치적 철학과 이념은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이 변화하는 것이기도 했다.이후 근대에 등장한 철학자 홉스(Thomas Hobbes)는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 부른 국가를 통해서, 흄(David Hume)과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사회계약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시장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우리는 시장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자본주의 이후를 꿈꿨던 맑스(Karl Marx)는 계급,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통해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야 할까?*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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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편까지 나온 셈인데, 잘 읽고 계신가요 ‘장암’님? ~~~ 매주 2편씩이나 선보일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