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9일과 12일에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정부가 각각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이번엔 두 기관의 전망이 똑같이 3.7%다. 정부가 자신의 정책 의지를 표현한다며 0.5%p 정도 성장률을 추가하던 짓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사뭇 신중해 보이는 이 수치들은 과연 믿을만 할까? 작년 예측이 1% 이상 틀렸듯이(작년 이맘때 정부는 금년 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년에도 답은 “아니오”다. 나는 작년보다 훨씬 더 자신있게 내년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 것이라고, 상황이 나쁘면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은과 정부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3.6% 성장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수치는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11월 초 전망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OECD는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를 기본(baseline), 낙관, 비관 시나리오로 나눠 각각 세계경제성장률이 3.4%, 4.0%, 2.1%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비관시나리오의 가정대로 유럽 일부 국가가 무질서한 국가부도에 빠지고 이들 나라의 국채를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의 은행들이 파산하는데도 세계경제성장률이 2.1%를 유지한다는 게 합리적인 전망일까? 필자가 보기에 가장 그럴듯한 것은 UN의 최근 전망(“World Economic Situation & Prospect”, 2011.11) 이다. 똑같이 유럽의 상황을 기준으로 세 시나리오 별로 UN은 각각 2.6%, 3.9%, 0.5%로 예측했다. 낙관 시나리오의 경우 OECD와 유사하지만 기본인 경우 0.8%p, 그리고 비관은 1.6%p나 차이가 난다. 한은과 정부는 각각 내년에 수출이 5.0%, 7.4%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실 경제에서 통용되는 주먹구구 계산법에 따르면 세계경제성장률이 1% 줄어들 때 우리 수출 증가율은 4%가량 감소한다. EU가 그럭저럭(muddling through) 사태를 수습하는 기본 시나리오라 해도 UN의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6%p 정도 낮춰 잡아야 한다.한은과 정부의 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주된 국내 요인은 민간 소비다. 내년 우리의 소비는 3.2% 증가한다니 금년의 2.5%에 비해서 약 0.7%p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서 실질소득이 증가한다거나 교역조건이 나아져서 실질구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민간소비가 금년 수준에 머무른다고 가정하면 정부의 경제성장율 예측에서 약 0.35%p 정도를 줄여야 한다. 수출과 소비의 변동만 합쳐도 2%p 가량이 낮아져야 한다. 물론 수입도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로는 이보다 덜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2%대 성장이 합리적인 예측일 것이다. 그러나 이 얘기 역시 내년 세계경제가 그럭저럭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걸 전제한다. UN의 음울한 전망대로 우리는 또 다른 위기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아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우리는 부동산거품과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747 비행기는 이륙도 못하는 고물이라는 게 판명났지만 금년에도 정부의 항로는 똑같다. 수출이 어려우니 “내수활력제고”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민자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상향 조정하고 창업 중소기업과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며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단다. 물론 전가의 보도인 “서비스산업 선진화”, 즉 개방, 민영화, 규제완화도 빠지지 않는다. 새롭다면 “국유지 수의매각 요건 완화”라는 이름으로 국가 소유 땅도 팔아먹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지난 4년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MB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지경이니 국민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빚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총수요 감소에 대한 단기해법은 과감한 소득재분배, 자산재분배 외에는 없다. 부자감세가 아니라 부자증세가 가장 쉬운 답이다. 내년의 총·대선에 나설 후보들은 금년 또는 늦어도 내년에 터질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버블 폭발에 따른 서민경제 위기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는가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PD저널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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