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가시위는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최근 월가점령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15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세계 400여개 주요 도시에서 ‘99%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의 월가시위대는 왜 분노하고 있으며,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아주 간명하다.

“1%의 탐욕과 부패를 우리들 99%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99%, 전쟁종식, 부자과세(We are the 99%, End the War, Tax the Rich!)”라는 대중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주의를 아주 쉽고 명료하게 정의하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 할 수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정부를 구성하여 국민을 위해서 복지를 향상시키는 정치를 하는 시스템을 바로 민주주의라 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명쾌한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사회다. 1%와 99%로 구분된 사회를 시티그룹은 2005년 한 투자보고서를 통해 “부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플루토노미(Plutonomy)라는 신조어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2. 1%가 소득과 재산을 지배하는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통제는 소득이나 재산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통상 재산이라고 하면 개인(또는 가계)이 소유한 모든 자산의 가치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을 말한다. 그러나 소득분포 연구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과 같이 부의 축적 수단으로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으로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은 임금, 배당금, 이자, 임대수익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론적으로는 소득은 재산의 수익률에 의존하기 때문에 재산이 많다고 해서 꼭 소득이 높은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재산분포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부자들의 소득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상위1% 소득의 상당수는 노동으로부터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8년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0만 달러 이상을 번 13,480 슈퍼리치의 총소득 4000억 달러 중 노동에서 발생한 소득은 19%에 불과하였다.

미국의 상위1% 가계는 대략 전체 소득의 21%, 재산의 35.6%, 금융자산의 42.4%를 차지하고 있다. 극소수 상위1%(100만 가구)가 직접적인 금융수익을 제공하는 금융자산의 거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하위90%는 소득 53%, 재산 25%, 금융자산 17.3%를 차지




하고 있다. 상위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위90%의 재산을 전부 합해도 상위1%보다 적으며, 금융자산은 상위1%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극심한 양극화다. 역사적 추세로 소득 및 재산 분포의 악화 정도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82년에 상위1%는 전체 소득의 12.8%, 하위 90%는 63.6%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1980년대 이후, 전체 소득의 8% 이상이 하위90% 가계에서 상위1%로 이전된 것이다.

좀 더 긴 역사적 안목으로 살펴보면 소득 양극화의 추세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전체 소득에서 상위10%와 1%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이후 1950~60년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상위1%가 차지하는 비중은 1928년 18.4%를 정점으로 1976년에는 6%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레이건 재임 기간 7%에서 12%로 상승하였다. 그리고 이 추세가 이어져 2008년 경제위기 직전에는 19.3%까지 올랐다. 19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대에 양극화가 완화되었다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는 양극화가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통상 가계 소득분포의 장기적 추세를 가지고 양극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누가 사회를 지배하는가?”, 즉 경제 민주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소득보다는 재산 분포가 더욱 중요하다. 재산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경제적 편익을 차지하더라도,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권력의 분포는 소득보다는 재산과 더욱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1990년대 신경제로 주식시장이 폭등하던 시기, 미국의 상위1%는 전체 재산의 38.1%를 차지하였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로 상위1%가 차지하는 재산 비중은 조금 감소하였다. 그러나 감소한 부분이 하위 계층으로 이전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상위1~4%가 차지하는 비중이 21.3%에서 25.8%로 이전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상위5%, 또는 상위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였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10%가 차지하는 재산비중은 더욱 증가하여 75.1%를 차지하고 있다. 그에 상응하여 하위90%는 1963년 33%에서 2009년에는 24.9%로 줄어들었다. 하위90%를 조금 구분하면 하위60%는 전체 재산의 2.2%만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산은 불과 0.3%에 불과하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60%가 재산의 2.2%, 금융자산의 0.3%를 차지하고 있다니 놀라운 양극화 현상이다. 하위40%는 재산 및 금융자산 모두 마이너스로 각각 -0.9%, -1.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빚이 더욱 늘어나 재산은 -0.5%에서 -1.4%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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