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중앙은행이 총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명목금리가 0% 수준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장롱 속에 현금을 보관하는 편이 낫지, 금리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려주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시점에서 명목금리는 제로하한(zero bound)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물론 유사 이래 한국경제는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고, 1999년 초반 일본경제도 제로하한에 도달하였다. 이 때 중앙은행이 붕괴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 또는 상승하도록 중앙은행이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번 달(6/22) 미국의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FOMC 성명서에도,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확장된 기간 동안 유지”하겠다는 문구가 이어졌다. 이는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 때 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금융시장에 시그널을 보임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닌다. 만약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제로금리 정책으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통상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것으로 정의되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하락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리먼 사태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은 -1%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금융시장에서 디플레이션까지도 예상한 것이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그리고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양적완화가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성과라 평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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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온스의 금이 300달러 정도에 팔린다. 이제 현대의 연금술사가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새로운 금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그의 발견은 대중에게 공표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며, 몇 일내로 금을 대량 생산할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발표한다. 금 가격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짐작컨대 저렴한 금을 무한대로 공급하면 금의 시장가격은 폭락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금 시장이 상당한 정도로 효율적이면, 연금술사가 금을 생산해서 1온스의 황금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발명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즉시 폭락할 것이다.”
이 말은 2001년 일본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로 양적완화가 실시되고 미국 내 학계에서도 디플레이션 논의가 있을 때, FRB 의장인 버냉키가 디플레이션 해법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다. 즉 상품화폐인 금처럼, “유통 중인 미 달러의 양을 늘림으로써 미국 정부는 재화와 서비스로 표시한 달러의 가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변함이 없다고 할 때, 그것의 가치를 표현하는 화폐의 공급을 늘려 화폐가치를 줄여서 디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디플레이션 방지의 핵심은 통화 단위인 ‘달러’ 가치의 하락이며,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도 이러한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측정하기도 통제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통화정책 도구로 논란이 많은 변수다. 또한 이미 제로하한에 도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 계속 유지하겠다는 시그널만으로 시장의 기대를 상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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