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5월29일 200명으로 시작된 학생들의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는 일부 시민들과 연예인들까지 가세해 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몇몇 대학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학생총회를 열었으며 6월10일 동맹휴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사회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반값 등록금’은 현재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돼 버린 대학 등록금의 본인부담 비중을 소득을 고려해 평균 절반 정도로 줄여 보자는 정책이다. 나머지 절반은 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보조하는 형태를 공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체 대학 등록금이 14조원이니 그 절반을 계산하면 매년 7조원가량이 필요하고, 향후 등록금 인상률에 비례해 늘어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 적용 등을 감안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3조~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복지를 위해 국가가 해 줘야 할 가장 큰 영역은 두말할 것 없이 보건 및 주거와 함께 단연 교육이 될 것이다. 따라서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는 시장논리를 깨고 대학교육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것은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중요한 단계로 국민이 사적으로 부담하는 대학 교육비를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2조원이 넘는 사교육비가 부담으로 보면 가장 크겠으나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대학 등록금 부담 역시 못지않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교육비를 국가가 보장해 준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 사립대학으로 돼 있는 한국의 대학교육체계에서 대학 등록금 가격이 적정하게 매겨져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들이 즐겨 적용하는 시장논리에 따라 대학 졸업장을 굳이 상품으로 비유했을 때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해 지불하는 대학 등록금 가격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우선 공급자인 대학당국 입장에서 보자. 현재 대학 등록금 가격은 대학 사이의 자유경쟁에 의해 책정되는 경쟁가격이 아니다. 물론 현재 대학은 줄어드는 학생수에 비해 이미 과잉단계에 들어섰고 일부 대학에서는 정원을 채우기도 벅차다. 그러나 대학들이 모두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들은 확고하게 서열화돼 있고 그 정점에 이른바 서울대·고대·연대(SKY)가 있으며 이들은 언제나 공급부족이다. 때문에 이들이 등록금 가격을 결정하면 나머지 다수 대학들이 그 가격을 따라가게 된다. 독과점 가격설정이 가능하고 또 실제로도 턱없이 높은 독과점 가격이 등록금에 매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 학력사회가 강하게 뿌리내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등록금 가격이 비싸다고 구매하지 않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대학 졸업장이 졸업 이후 사회생활의 수준과 등급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체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해외유학은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등록금 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일반 소비자물가의 두 배가 올랐고 국민들이 평균소득으로 지출할 수 있는 부담 수준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률이 전혀 줄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등록금 가격은 일반적인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덧붙일 것은 이처럼 독과점 가격으로 설정된 높은 등록금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그에 상응하는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대학 졸업장이 막상 사회 취업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청년실업의 심대한 장벽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가장 낮은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품이 바로 대학교육인 것이다. 당초에 시장논리로 접근해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출발은 대학교육을 시장논리가 아니라 공공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정부가 학생들의 등록금 비용부담을 줄이고 재원을 투입하는 대가로 대학에 대한 공적개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재정의 세입·세출에 대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대학이 학생들의 온전한 교육권을 실현하는 데만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함부로 독과점적인 고가의 등록금 책정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