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년밖에 안 남았다 밖에 나서면 찔끔 눈물이 흐르고 안으로 들어서면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엄혹한 시절은 지났나 보다. 하늘을 정교하게 분할하고 있는 겨울나무 마른 가지에도 곧 푸른빛이 돌기 시작하고 어린 새의 부리같이 뾰족한 새순이 돋을 것이다. 좋은 기억은 아득하고 나쁜 기억은 항상 옆구리를 찌른다. 2008년 당시 고3이었던 둘째에게 처음으로 애비 노릇을 하고 싶어 수능 시험과목을 경제로 바꾸라 하고는 서울광장에서 밤을 지새느라 단 한번도 가르치지 못했다. ‘경제 반타작’이라는 부담을 안고 대학에 들어간 그 아이가 벌써 3학년이 된다. 우리가 어린 여중생들에게 이끌려 촛불을 든 지 벌써 3년이 다 된 것이다. 2009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우리를 덮쳤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자본을 잡으려 외환보유액을 탕진했던 ‘최강라인’(최중경·강만수)은 아직도 건재하다. 아니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직 대기업의 “수출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이들의 무지에 찬 아집은 여전히 이 나라의 정책기조이다. 바닷물의 흐름을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고 했을 뿐인 ‘미네르바’는 구속됐다가 2년 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업처럼 운영한 3년의 국정 작년의 경제성장률이 6%에 달했으니 이명박 대통령 역시 무죄 판결을 받은 셈이다. 2007년 대선이 한창일 때 ‘747’로 상징되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검토한 후 나는 ‘이민가세요. 안 되면 시골로’라는 글을 썼다. 이미 잔뜩 부푼 거품이 ‘747’에 의해 더 커진 후 결국 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충고는 틀렸다. 바로 그 글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경고했지만 전 세계가 동시에 돈을 풀고 재정 확대정책을 쓰는,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이미 우리 수출의 25%가 향하고 있던 중국이 10%대의 고성장을 계속한 것도 예측을 빗나가게 했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과 이리저리 연관돼 있는 800조원의 가계부채는 지금도 째깍거리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든 이 폭탄을 차기 정권에 넘기려고 할 것이다. 건설에 목을 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치솟는 물가와 중국 경제의 향방이 그 시점을 결정할 것이다. 크고 작은 정책 실패를 되짚는 거라면 어제의 경향신문을 다시 펼쳐 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국정을 다루는 태도이다. ‘일하는 대통령’은 국사를 기업처럼 운영한다. 꼼수든 탈법이든 눈에 띄는 단기 성과만 내면 그만이다. 방미 중에 발표하고 싶어 서두른 쇠고기 수입 전면 자유화, 아무리 양보한다 해도 미궁에 빠진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둔갑시킨 천안함 사건, 뒷돈 얘기가 흘러나오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국제 사기극에 동조해 준 미국에 대한 보은으로 기꺼이 퍼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그러하다. 환율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또 어땠는가? 대한민국의 국격은 한없이 천박해졌다. 잘한 건 자신이 지시한 덕이고, 잘못 된 건 부하들 탓이라는 사고 또한 그 얼마나 경박한가. 지난 3년 동안 박경리 선생,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이영희 선생, 박완서 선생 등 우리 사회의 품격들이 이 땅을 떠났다. 인명이 재천인데 어찌 정권을 탓하겠냐만 평생 민초를 사랑한 이 분들이 안도하며 떠났을 리 없다. 무한경쟁의 압력에 밀려 수많은 젊은이들도 자살을 택하고 있다. 꼼수와 탈법에 천박해진 국격 어찌 사람뿐이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된 800만마리의 동물 원혼도 중음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다. 강을 죽이는 건 무한한 시간에 걸쳐 무수한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생명이 촛불의 바다로 일렁거리게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아이들과 자연의 생명을 살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앞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보다 더 뛰어난 정치란 없다. *이 글은 2월25일자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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