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으로 불리는 개신교계 최대 교단·단체 연합기구다. 한기총의 ‘보수성’은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보수적이기에 신앙에 몰입하고 정치엔 초연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정치적 색채가 아주 짙다. 가령 한기총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토목사업 강행을 적극 편들어왔다. 4월 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겠다며 모금 운동에 나설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종교와 살천스레 갈등 빚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민족문화 보존 차원에서 조계종이 해마다 지원 받아온 ‘템플스테이’ 예산을 이명박 정권이 삭감한 바로 그 시점에, 한기총의 길자연 목사는 뜬금없이 ‘처치스테이’를 들고 나섰다. 해마다 500억-600억 원씩 3천억 원을 지원받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중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곧이어 열린 선거에서 한기총 회장에 선출됐다. 한기총 ‘금권선거 증언’ 곰비임비 나와 바로 그 한기총과 길자연 회장이 금권선거 의혹을 받고 있다. 다름 아닌 한기총 내부에서 구체적 증언이 곰비임비 불거지고 있다. 바로 전임 회장인 이광선 목사가 자신의 선거 때 돈이 오간 사실을 최근 고백했다. 그가 한기총 선거의 부패를 증언한 다음날에는 40여명의 목회자들이 1인당 100만원 씩 받았다며 4천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고백이 이어졌다. 그런데 전임 회장의 양심 고백 앞에서도 한기총 내부는 정치적 해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금권 선거를 척결할 절호의 기회”라는 움직임에 “음해세력의 유언비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길자연 회장 쪽의 목사가 40여명의 목사들에게 1인당 100만 원씩을 건네며 “잘 부탁한다”고 말한 자리에 길 목사가 동석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는데도 그렇다. 기실 한기총 회장 선출 과정에 검은 돈이 춤춘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나돌았다. 심지어 회장 선별 기준이 ‘재력’이라는 비판까지 있었다. 하지만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금권선거의 실체 앞에선 설령 그것이 ‘음해세력의 책동’이라 하더라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기총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최귀수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에 대해 무람없이 개탄했다. “돈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솔직하고 용기있는 고백이다. 그래서다. 한기총 목사들이 유대감을 갖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리스도인’ 10위에 꼽힌 랍 벨 목사의 진솔한 물음을 들려주고 싶다. 최근 국내에 옮겨진 『네 이웃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라』(원제 Jesus Wants to Save Christians)에서 벨 목사는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이룰 인간의 몸을 찾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하나님은 이 세상에 신과 인간의 올바른 결합을 보여줄 살과 피를 찾으신다”고 쓴 뒤 곧장 다음과 같이 물었다. 돈과 권력을 움켜쥔 교회와 기독교인들 “그런데 자신의 몸이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이면 어떻게 되는가? 자신의 백성이 자신이 반대하는 모든 것의 구현체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어떤가. ‘돈과 권력을 움켜쥐고 압제자의 자리에 올라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물론, 모든 장로들이 이명박 장로와 같지 않듯이 모든 목사들이 그렇지는 않다. 이를테면 한국 교회에는 “기독교는 예수를 믿는 종교”라는 상식을 바탕으로 “내 삶의 모든 것이 예수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을 헌신적으로 추구하는 ‘예수살기’모임도 있다. 오해없기 바란다. 국내 최대 개신교 단체인 한기총이 ‘예수살기’에 나서기를 바랄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혹 한기총이 예수가 반대한 모든 것의 구현체가 되어 있다면, 그것은 국가적 불행 이전에 종교적-개인적 비극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