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는 단상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많다. ‘3한(寒)4온(溫)’이란 말은 까마득한 옛날 말로 들리고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보름 넘게 연속으로 강추위가 지속되었다. 온도만큼이나 우리를 추워지게 만드는 것은 계속 지속되고 있는 물가 문제일 것이다. 물가는 안 오르면 좋겠으나 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다면 무조건 싫어 할 일은 아니다. 이른바 통화주의 경제학이 거시경제 정책을 정복하고 나서 통화당국의 목표는 물가에만 맞추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위해서 완전 고용정책을 포기했다. 실질 임금이 오르고 고용이 확대된다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금과 고용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고 금리만 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자리잡힌 지 너무 오래 되었다.물가 인상은 임금 인상과는 무관하다.우리나라에서 물가 인상에 대한 경고는 이미 작년부터 있어 왔다. 경제성장과 수출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가 금리인상을 저지한 것도 저금리 기조의 배경에 집어넣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이런저런 인플레이션 압력 가운데 임금 인상 요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른바 임금과 물가가 상호 연동되면서 상승하는 임금-인플레이션 스파이럴(spiral) 현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서 개방화되어 있는 한국경제의 특징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는 고용에 기반한 (임금) 소득이 소비증가를 이끌고 소비 증가가 다시 생산과 투자를 늘려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벗어 나 있다. 고용과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소비는 부채에 의존해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물가대책, 농업과 중소기업을 고려하고 있는가?개방화된 데다가 이미 세계 경제분업 구조에 깊숙이 뿌리박은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임금보다는 외부효과가 훨씬 결정적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는 중국으로부터 생활용품-농산물 등-을 대량 수입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로의 수출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큰 이익을 본 대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도 주도하고 있다. 수출이 중소기업의 이익과 내수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수입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아무튼 우리는 교과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생산자에게 유리하다고 배웠지만 농업과 중소기업 생산자에게는 별로 이익이 가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는 물가가 들썩이기만 하면 관세를 낮추는 대응책을 연일 내어 놓고 있는데, 관세가 낮아지면 개방경제의 피해자인 농업과 중소기업에는 더욱 불리해질 것이 분명하다.기름값 논쟁과 세금 문제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서인지 최근 기름값과 관련해서 논쟁이 높아지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왜 국제유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올리기만 하느냐며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대변하고자 나선 가운데, 기름값의 반은 세금이라는 사실로부터 정부의 책임을 묻는 곳도 있다. 유류세로 논쟁이 옮겨 붙자 정부 재량으로 세금을 리터당 277원이나 감소할 수 있다는 소비자운동단체의 분석이 나오고 이는 정부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류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교통세의 80%가 이른바 토건족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입 구조 뿐만 아니라 세출 구조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새롭게 알려진 것이다.세출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소비자운동단체들의 주장을 무조건 유류세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른 모든 세금이 그러하듯이 그것 하나만 놓고 크다 적다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다른 에너지 가격과 비교해야 할 터인데 이는 에너지 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예컨대 높은 유류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에 사용한다면 고세율의 정당성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고세율의 문제는 그것의 쓰임이 갖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환경운동 진영은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고세율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에너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에도 세금이 쓰여야 한다. 확보된 재원을 에너지빈곤층 지원에 사용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그리고 기대 난망이긴 하지만, 필자의 바람은 유류세가 대표적인 간접세라 할 때 간접세 위주의 세제구조 일반으로 논쟁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데 있다. 직접세 비중이 낮고 간접세 비중이 높은 세제구조는 시장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 전체에 대해서 고찰하면서 적정한 유류세의 수준은 어디인지, 그리고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단기 정책은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