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 가계부채 뇌관은 아직도 살아 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은 가계부채 문제로 지목된 바 있다. 2000년 이후 2009년 말까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연평균 13.4%씩 증가하여 2009년 말 현재 개인 금융부채가 877조원에 달하고 있다. 1997년과 비교해 무려 세 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는 국민소득과의 비교에서 두드러진다. 2004년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가계신용과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매년 8~11% 증가율을 나타내었다. 이는 동일한 기간의 개인처분가능소득과 GDP 증가율 4~6%의 두 배에 이른다.한국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다. 이 지표에 있어서 한국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2009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는 소득의 1.53배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 수치 1.3배를 능가한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부채위기를 겪은 미국은 가계 부채를 조정 중에 있다. 저축율이 증가하고 부채는 감소하는 국면에 들어 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부채 조정의 무풍지대에 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은 매우 좋아졌지만, 가계의 재무건전성에는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계부채는 70%가 부동산에 물려 있는데, 이는 부동산 가격 조정과 함께 부채 조정이 일어나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필요로 한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감소하고 ‘위기의 공포’는 잦아들었으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지 않았고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의 숫자는 여전히 막대하다. 부채전이, 가계부채 악성화의 증거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가계의 자산-부채 구성이 하위층과 중간층 일부에서 악성화의 경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채조정(deleveraging)이 일어나기는커녕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부채가 악성화되는 경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가계 부채가 악성화된다함은 부채의 구성이 보다 높은 파산의 위험을 가지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과도한 신용 거래에 의한 부채, 금리 변동에 취약한 부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주택담보대출 등 부채를 보유한 가정 중 1/3이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득 300만원 이하의 가계는 더욱 심각한 66% 정도가 상환에 어려움이 있다(대한상공회의소 조사)부채 악성화 경향을 보이는 계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일부 소득계층에 특정되지 않고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까지 넓게 편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 하위층은 금융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집단들이고 중간층은 왜곡된 자산-부채의 구성을 보유하고 있는 집단들이다.이들은 공통적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신용대출 상품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계 부채의 악성화는 가계가 돈을 흥청망청 써서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행태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카드론 광고, ‘제2의 신용카드 대란’을 부추긴다. 케이블 TV를 카드론 광고가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의 세부항목 가운데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신용대출, 특히 카드론 대출이다. 카드론은 대부업체와 신용카드 회사, 급기야 저축은행까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금융기관이 아니라 약탈자라 불러도 무방한 이들 기관들이 카드론을 강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대출상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임은 불문가지이다. 현금서비스보다 더 낮은 금리를 보장한다고 광고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장은 이자가 낮지만 카드론을 사용하면 곧바로 신용점수가 하락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신용점수가 하락하니 갑자기 금리가 올라 황당한 상황에 빠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카드론은 현금서비스와는 달리 대손충당금 규제를 받지 않는다. 상응하는 자본을 준비해 둘 필요가 없으니 ‘금융 약탈자’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카드론과 함께 카드대금 리볼빙 결제, 선포인트 할인이 신용대출의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들 상품은 모두 대출성 서비스이고 신종 금융상품들이다. 신종 신용대출 상품의 확대는 총량지표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부채의 질적 악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에서도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부채 뇌관이 폭발한 바 있다. 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로, 특히 신종 신용대출 상품으로 주도세력이 변화하면서 부채의 종류가 급격히 늘고 있고 ‘다중과다 채무자’를 양산하고 있다. 부채의 액수 뿐만 아니라 종류가 증가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내년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카드론이 충당금 규제 없이 나간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근데 카드론도 대출자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을 철저히 심사해서 빌려주지 않나요? 아무나에게 막 빌려주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가계대출의 증가 추세 속에서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가계대출 비중이 점점 증가한다는 팩트는 중요해 보이는데요, 상공회의소 자료는 대출자들이 심리적으로 그렇다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담보로 갖고 있는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못 갚을 상황이란 건지를 잘 모르겠네요.
일단 총부채 규제가 시급히 실시되어야 하고,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는 카드신용 또한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총 부채 규제는 없고 소비자 신용은 개별 금융기관에서 사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수익성이 높은-즉, 금리가 높고 충당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카드론이 공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주택대출의 부채 악성화 경향이 금융회사의 상품판매 경향과 연결 지으셨는데 그렇다면 주택대출의 판매 행태가 어떤지가 나왔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갑자기 카드 판매 행위가 나오니까 좀 황당합니다. 카드나 퇴직연금 시장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서 당국이 손 좀 보려고 벼르고 있는 시장이라, 이쪽의 공격적인 판매 행태를 금융권 전체의 행태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현재 가계 신용의 약 70%가 주택대출에 물려 있습니다. 나머지 개인 신용이나 그 중에서도 카드 관련 대출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지요. 글에서 핵심적으로 지적한 것은 카드 관련 신용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주택대출에서 시작해서 갑자기 카드 판매 행위로 넘어 온 것은 설명이 부족한 듯 하네요.
글의 분량이 짧아서 충분히 설명드리지는 못했으나, 제가 주목한 것은 이른바 다중과다채무자 문제였습니다. 최근 카드론 쪽이 다중과다채무의 핵심 경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양으로 보아 주택대출에 미치지는 못하나 악성 채무자로 빠져드는 시점에 카드가 놓여 있어 질로 보아 심각한 부채가 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