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T업계 매출액 최대 기업, 삼성전자 올해가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삼성그룹은 이를 맞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그가 사업을 시작한 삼성 상회 터는 부자기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때 맞춰 2009년 삼성전자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제일의 실적을 냈다고 하니 삼성으로서는 겹경사를 맞은 듯 기분이 들뜰만하다.[그림1] 삼성전자와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의 매출액 비교(단위: 십억 달러)출처: Mergent Online, 각 기업 홈페이지, 한국은행 2000년의 영업실적을 보면, 삼성은 매출액 340억 달러로 독일의 지멘스Siemens 매출액의 1/2, IBM의 매출액의 40퍼센트 수준이었다. IBM, 지멘스, HP 모두 지속적으로 매출액을 증가시켰지만 삼성전자는 그들보다 몇 배 더 빠른 성장속도를 달성했다. 2007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030억 달러로서 99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린 IBM을 제쳤고, 지멘스의 1050억 달러, HP의 1050억 달러에 근접했다. 2008년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들보다 조금 더 글로벌 위기에 충격을 많이 받은 듯 했지만, 2009년에는 반대로 이들보다 더 빨리 위기를 헤치고 뛰어올랐다. 삼성전자의 2009년 매출액 1170억 달러로, 1140억 달러의 HP, 1120억 달러의 지멘스, 958억 달러의 IBM을 모두 제치고 세계 최대의 IT기업에 올라섰다. 2. 박리다매는 옛말 [그림2] 영업이윤과 순이윤 비교(단위: 백만 달러) 출처: Mergent Online, 각 기업 홈페이지, 한국은행 삼성의 세계 최고 매출액 기록이 박리다매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싼 값에 삼성의 제품을 사는 것은 옛말이다. 그림2는 삼성전자, 지멘스, HP, IBM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비교한 것이다. 아직 삼성전자가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은 아니지만 이들과 견주어 대등한 이윤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9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94억 달러로서 IBM의 130억 달러, HP의 101억 달러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큰 차이는 없다.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년간의 기록을 다 합쳐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기록한 평균 영업이익은 연 61억 달러이다. 이는 IBM의 94억 달러보다는 작지만 HP의 47억 달러보단 훨씬 큰 수치이다. 영업이익에서 여러 형태의 금융비용과 수익, 세금을 계산한 결과인 순이익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지난 15년간 평균 순이익은 연 49억 달러로 지멘스 34억 달러, HP37억 달러보다 많았다. IBM의 79억 달러에는 아직 좀 부족하긴 하지만, 이것도 각 기업의 피고용자 수를 계산에 포함하면 이미 극복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림3] 종업원 1인당 매출액과 순이익(단위: 천 달러)출처: Mergent Online, 각 기업 홈페이지, 한국은행 그림3은 각 기업의 종업원 수를 고려하여 1인당 매출액과 1인당 순이익을 나타낸 것이다. 1인당 매출액은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생산성은 1인당 부가가치로 주로 표현되지만 같은 제조업 안에서 비교할 때는 두 지표가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대리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림3의 첫 번째 그림은 삼성전자의 종업원 1인 당 생산성이 다른 글로벌 IT기업과 비교해 훨씬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삼성전자의 종업원 1인이 영업비용, 금융비용, 세금을 제외하고 기업에 남는 순전한 이윤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가장 크다는 사실도 두 번째 그림에서 알 수 있다.삼성전자가 매출액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순이익에서도 명실상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돋움 하였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3. 삼성은 과연 한국의 자랑? 삼성전자의 이런 엄청난 실적이 과연 우리 국민 모두가 축복해야 할 일인가는 좀 의문이 간다. 괜히 국가적 경사에 딴죽을 걸어 볼 심보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다.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삼성의 주주들에게는 정말 좋은 일인 것은 분명한데, 국민경제 차원에서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그림4] 삼성전자의 초국적화 진행(단위: 퍼센트) 출처: UNCTAD, 한국 증권선물거래소 *외국인 주주 비율은 2010년 1월 현재. 나머지는 2006년 말 기준삼성전자는 국민기업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이미 초국적화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다.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비율은 48퍼센트가 넘는다. 한때(2004년)에는 70퍼센트가 넘은 적도 있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그 회사의 주인이다. 삼성전자는 주인의 국적을 기준으로 이미 반은 외국기업이다. 매출의 대부분도 외국에서 이루어진다. 2006년 기준으로 고용의 26퍼센트와 유형자산의 31퍼센트도 외국에 있다. 이 비율은 그 후 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5는 이러한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이 그래프는 최근 삼성전자의 고용동향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2006년 이후 국내에서의 고용은 정체된 반면, 해외에서의 고용은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해외에서 고용된 종업원 수는 5만 2천 명에서 2008년에는 8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제 삼성전자의 국내와 해외 종업원 비율이 거의 50대 50을 이룰 정도로 최근 해외부문만 계속 확장해 왔다. 이런 큰 폭의 증가는 해외의 신설공장이나 M&A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유형자산의 국내와 해외의 비율도 비슷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5] 최근 해외고용 증가(단위: 명) 출처: 삼성전자 4. 삼성전자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할 때 삼성전자가 진정 한국의 자랑이 되려면, 이제 그동안 국가와 사회의 지원을 받아 획득한 이윤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는 창업자 이병철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국가의 대대적 지원을 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병철의 사카린 밀수사건부터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불법비자금과 유산상속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지은 죄를 법정에서 법대로 처리했다면 아마 3대 모두 평생 감옥에 있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와 더불어 정치인들과의 밀착을 통해 독점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없었다면 삼성전자의 현재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삼성전자의 노동자들이 노조도 없이 오랜 세월 군대와 맞먹은 규율에 따라 일해 온 것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전체는 한국 민중 전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그림6이 보여주듯, 삼성은 2000년대 들어서 계속 이윤을 곳간에 쌓기만 하고 풀지는 않고 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잉여금은 69조로 사내 유보율이 7000퍼센트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자본금보다 70배가 많은 돈이 산업투자에도 쓰이지 않고 돈놀이를 하고 있거나 현금으로 보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6] 삼성전자가 쌓아두고 있는 돈(단위: 조원, 퍼센트) 출처: 한국신용평가정보(KIS-VALUE) 이제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 그룹은 그동안 쌓아둔 돈을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 자체를 위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도 좋겠지만, 그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고용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서 사회적 고용기금을 조성하는 데 중심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환원을 모색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 전에 이건희는 법정에서 약속한 사회적 환원을 서둘러 지켜야 할 것이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 저는 절대 기대하지 않습니다.
원래 댓글엔 발전적인 토론이나 논쟁을 해야 하지만, 별셋기업에는 기대하지 않는 편입니다.
윤리경영이란게 왜 필요한지 한국사회에서 깡그리 무시하게 만든 첨병이니까요.
신문마다 ‘이병철 탄생 100주년’ 이라고 특집기사 실어대는 꼴을 못봐주겠습니다. 글에서 써주신 것처럼 법대로 했다면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3대가 모두 감옥 신세를 져야 했을텐데 말입니다. 꼬인 속을 풀어주는 글을 써주시니 좋네요 ㅋㅋ 국민기업이라기에는 너무 초국적화되어있다는 부분도 앞으로 기억해두어야 할 지점인 것 같네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의제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건희 특별사면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죠. 연말 시상식보다가 자막으로 뜬 걸 확인하고 씩씩댔던 기억이 납니다.
종업원1인당순이익비교 그래프를 보면 IBM, HP, 삼성 순으로 편차가 심하네요.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삼성은 IBM에 비해 그 편차가 수십배 정도 심한것 같은데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기업의 이익창출구조가 안정적인 시스템의 개선에 기반하는 것인지, 아니면 허술한 구조속에서 얼마나 개인을 쥐어짜내느냐에 의존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에 따른 삼성의 대응을 보면 그 치졸함이 얼마나 극에 달해 있는지… 이 사건을 보면서 더 이상의 삼성의 성장은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 점점더 확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모델이 한계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나 휴대폰은 돈으로 해결가능했습니다. 반도체는 선점효과라는 것도 있는것 같구요. 휴대폰은 국내 중소기업 피빨아 먹고 커왔죠.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하드웨어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진다는 것이 문제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것이 기존의 삼성문화에서는 담보하기 힘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소프트웨어와 컨텐츠는 결국 사람을 중히 여기는 문화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모델도 같은 상황이지요…에효~
그렇죠 it 전반으로 보면 수익율과 업무효율이 높을지 모르나, 휴대폰만 봤을때 수익율을 보면 애플은 물론, 노키아 의 반도 안됩니다. 구르마님 말씀처럼 싸게 많이 하드웨어만 파는 시대는 갔는데.. 이번에 3g+랑 붙은 우물안 깨굴락지 애니콜 옴니아가 심히 충격받았을거 같습니다요. 국민그룹삼성은 국민이 봉인줄 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