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을 벗어난 화살

By |2013/06/10|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어렸을 적 읽었던 <세개의 화살>은 일본 이야기였다. 16세기 다이묘 모리 모토나리는 세명의 아들을 두었다. 하루는 모리 모토나리가 이들에게 화살 하나씩을 나눠주고 부러뜨리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쉽게 아버지의 명을 따랐다. 그러자 세 개를 한 묶음으로 주면서 분질러 보라고 했다. 이번엔 모두 실패했다. 협동과 단결을 강조한 얘기다. 아베 총리의 세 개의 화살은 이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금융정책, 확대 재정정책이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이요, 지난 5일 발표한 ‘성장전략’이 마지막 화살이다. 이 화살들을 각각 쏘면, 지난 20년간 일본의 경제정책사가 말해주듯 별로 효과가 없겠지만 한꺼번에 쏘면 시너지효과가 날 것이란 얘기다.지난번에도 쓴 일본 얘기를 또 끄집어낸 것은, 변덕 심한 일본 주가 때문이 아니다. 틀리든 맞든 논리의 일관성을 지켜야 할 한국의 언론 때문이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4월23일 “한국, 늙은 일본에 경제활력 역전당했다”며 아베노믹스를 격찬했다가 [...]

역외 탈세, 국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By |2013/06/05|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15개월 동안 분석한 역외탈세(조세피난처 국가에 유령회사 설립하여 탈세하는 행위) 연루 인사 명단이 속속 공개되면서, 전 세계에 조세피난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ICIJ의 프로젝트에 참가한 뉴스타파가 전두환 장남 전재국이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폭로하면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까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ICIJ가 2011년에 입수한 하드디스크에는 버진아일랜드, 쿡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10개 조세피난처에 12만2000개 유령회사, 1만2천명의 중개업자, 그리고 13만 여명에 달하는 고객 명단이 포함되어 있다. 고객의 확인된 주소지만 170개국이 넘는다고 하니 과히 탈세의 세계화라 할 수 있다. ICIJ의 폭로는 커튼을 열자 한 노인이 비밀스런 기계를 조작하고 있는, 바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마법사는 단지 사기꾼에 불과했던 것처럼 조세피난처란 사실 전 세계 정재계 지도층의 탈세, 비자금, 돈세탁 등 각종 비리와 범죄 행위의 온상이었다. 그리고 도이체방크, UBS,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은행과 [...]

어느 ‘청년 편의점주’의 호소

By |2013/06/03|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편의점은 프랜차이징보다 노예라고 보는 게 낫다. 가맹본부는 실패의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가맹점을 모집했다. 불공정을 넘어 계약 자체가 사기다.지난 5월20일 월요일 오랜만에 국회에 갔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의 사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이슈는 이른바 ‘갑을 관계’다. 대기업 임원의 비행기 난동부터 시작해 대리점, 편의점 등에서 점잖게 얘기하면 불공정 행위, 정확히 이야기해서 착취나 수탈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급기야 편의점주 4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죽 희망이 없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청년 편의점주’ 오명석씨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1979년생, 그러니까 이제 만 서른네 살이다. 그의 아버지는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오씨는 아버지의 은퇴 자금으로 편의점을 냈다. 그에 따르면 “정말 이 편의점이라는 것은 대기업에서 바다에 던진 그물에 우리 [...]

‘을’을 위해 보이는 손이 개입해야 한다

By |2013/05/30|Categories: 새사연 칼럼|1 Comment

경제민주화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가맹사업자나 대리점사업자들에 대한 본사 대기업의 도를 넘는 전횡이 시민들의 분노를 사게 되면서다. ‘슈퍼갑’에 대한 ‘힘없는 을’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지도부 교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이슈를 수용했다. “이제는 경제민주화가 경제적 불평등 해소 차원을 넘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킨다는 인권 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 민주당의 수장이 된 김한길 대표의 발언이다. 굉장히 적극적이며 전진적인 발언이다. 지지부진했던 4월 임시국회와 다른 6월 임시국회를 기대하게 된다.우리사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을’은 말할 것도 없이 취업자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1천800만 노동자다. 때문에 ‘을’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수단은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는 노동권과 노조다.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하는 노동권도 ‘갑’인 사업주에 의해 무시되는 것이 다반사이며, 노조 울타리에 있는 노동자는 겨우 10%에 [...]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원리와 가능성

By |2013/05/30|Categories: 새사연 칼럼|0 Comments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협동조합의 기적도 이룰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권위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한국 방문단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지금 우리나라에 부는 협동조합 열풍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도 남을 정도다. 협동조합, 한강의 기적 이룰까?기획재정부에 의하면 현재 설립 신청을 한 협동조합의 수가 850여 개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서울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 대학들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 강좌들이 열리고 있으며, 강의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12년 12월 이 법이 발효되었으니 불과 2년 만의 변화이다. 협동조합이 대체 뭐길래 그럴까?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5명 이상이 모여서 출자금을 납부하고 정관을 만들어 신고하면 협동조합이 된다. 기존의 개인사업체나 법인이 아닌 또 다른의 형태의 사업체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5명이 주식을 투자해서 만든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은 어떻게 다른 [...]

우연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 걸까?

By |2013/05/29|Categories: 새사연 칼럼|1 Comment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1979년 경제학과를 선택했을 때부터 따진다면 내가 경제학을 공부한 지도 벌써 35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그야말로 정교한 논리 체계인 경제학이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 연구원에서 내 월급은, 금년에 졸업과 함께 입사한 막내 월급의 두배가량 된다. 이건 정당한 것일까? 경제학에서 대충 제시하는 답은 나와 막내의 한계생산성 격차 때문이다. 그 생산성을 계산하려면 새사연의 생산함수를 알아야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총 인원 11명의 구멍가게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삼성의 인사담당 부장도 자기 기업의 생산함수를 모를 것이다. 연구원에서 하는 일만 놓고 볼 때 내 능력이나 경험이 막내보다 더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일 테지만 그 능력과 경험 역시 수많은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년에 연구원이 <리셋 코리아>라는 책을 낼 때 내 청와대 경험이 한몫한 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 경험은 그야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