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낳는 불평등은 아니다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 취임하였다. 그는 약 1300여년 만에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선출되었다. 교황청은 26일 홈페이지를 통해,‘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the Joy of the Gospel)’이란 제목으로 교황의 첫 번째, ‘교황 권고(apostolic exhortation)’원문을 공개하였다. 지난 8월에 교황이 직접 원고를 직접 작성했다고 하는 권고문은 과거 교황들이 의례적으로 작성한 형식적이고 딱딱한 문서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했던 그의 경험과 애정이 따뜻한 언어로 녹아있다. 전체 244쪽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원문은 천주교가 앞으로 주로 어떤 부문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제2장 1항,‘현대 사회가 직면한 몇 가지 도전 과제’는 돋보인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어느 경제학자 못지않게 통렬히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 금융투기, 불평등, 낙수효과 등 경제학 용어를 사용하여 현대 경제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과히 교황의 경제학이라 부를만하다. 그 핵심은 각각의 소제목에 분명히 [...]
저녁이 없는 시민은 민주주의를 할 여력이 없다
노동조건과 정치참여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최종범씨의 사망 이후 노동강도가 극에 달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기존 노동연구에서 주로 다루었던 임금, 복지, 노동시간 등의 전통적 문제에 더해, 감정노동, 자기결정권, 인권침해 등 추가적인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비정규직, 일용직 등 사회적으로 소위 ‘밑바닥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증가는 여러 측면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기존에는 주로 빈곤, 복지수혜계층, 임금불평등 확대 등 사회적 문제, 소비여력 저하로 인한 내수부족, 가계부채 증가 등 경제적 문제 등이 주로 지적되어 왔지만 이제는 시민의식, 정치참여 등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사회학에서 주로 다루는 시민의 정치참여연구에서는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 자원에 주목한다. Verba 등은“자발적 시민참여 모델(civic voluntarism model)”에서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① 자원론(resources) 모델, ② 정치적 정향(political orientations)모델, ③ 동원모집(recruit) 모델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중“SES(social economic status) 모델”, 자원모델은 [...]
그 많던 파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최근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생산성과 임금 증가율의 괴리 현상이다. 생산성과 임금은 경제성장을 통해 노동자들이 얼마나 이득을 받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다. 생산성은 생계수준 향상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며, 실질임금은 구매력, 즉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따라서 생산성과 실질임금 간 괴리가 발생했다는 것은, 생계수준 향상의 물질적 기반을 노동자가 제공했음에도, 그 과실의 수혜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두 변수 간 괴리가 발생했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얻은 수혜의 파이가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분배율 하락으로 나타난다.예를 들면,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생산성과 임금의 괴리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1947~73), 미국에서 생산성(2.8%)과 실질임금(2.6%)의 증가율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위 그림에서 파란색(생산성)과 검은색(실질임금)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의 같이 올라간다. 반면 최근으로 올수록 두 변수의 증가율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00년대만 보면, [...]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의 삶을 낫게 할 수 있는가?
과연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이며, 여성 자신이나 자녀, 가정생활에도 좋을까? 박근혜 정부가 고용율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대책으로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이 이 같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새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의 기존 이미지를 벗으려고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는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와 비교해 시간당 임금도 낮고, 불안정한 근무환경의 일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새 정부의 의도대로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이 되거나, 시간 선택이 가능한 일자리가 되기는 힘들다.현재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대상은 여성이 되고 있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젊은 여성들이 전체 고용율을 낮추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고 시간제 일자리를 포장하고 있다. 정부는 30~40대 경력단절 여성들이 자녀들의 학업 시간을 피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시간제를 선호한다고도 말한다. [...]
청년과 사회혁신, 그 가능성에 대하여
2012년 4월 총선의 키워드는 단연 ‘청년’이었다. 원내 정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례대표에 청년을 아예 할당했고 번호 역시 앞에 배치했다. 이러한 청년마케팅의 시초는 2007년 발간된『88만원 세대』다. 이 책은 특히 수도권 명문대학생들에게 소비가 많이 되었는데, 더 이상 대학생이 지식인이자, 엘리트가 아니라 사회 ? 경제적으로 약자임을 적나라하게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시작되면서 광우병 촛불, 4대강 사업, 반값등록금 등, 전 사회적으로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었고 당시 청년들은 80년대 민주화의 상징이자 사회를 선도하는 계층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당사자 그 자체였다.새사연은 2008년 2월, 『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을 발간, 사회 변화의 세력으로 노동자, 농민과 함께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아가는 대학생과 자영업자를 꼽았다. 이는 80, 90년대 사회 개혁의 주체로서 노동자, 농민, 학생을 규정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석이다. 대졸자 임금과 고졸자 임금의 차이가 점점 줄고, 청년실업이 내려올 줄 [...]
불평등의 심각성을 느낀 미국, 향후 방향은?
최근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미국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배지표만 보아도 지니계수는 점점 상승하고 있으며 소득상위층과 소득하위층 간의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소득불평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사에즈(Saez)와 피케티(Piketty)는 소득 상위 1%, 상위 10% 등 소득 상위층이 가진 부가 전체 사회의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소득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히고 있다.불평등, 양극화의 확대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이와 같은 미국의 불평등 및 양극화의 심화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최근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준의장의 후임 지명자인 자넷 옐런(Janet Yellen) 역시 자신의 상원인준청문회에서 경기침체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미국의 불평등에 대해 “매우 심각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