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불평등에 기름 붓는 의료민영화

By | 2014-04-08T18:01:16+00:00 2014.04.08.|

4월 7일은 세계 보건의 날(World Health Day)이다. 세계 보건의 날은 세계 보건 기구(WHO)의 설립을 기념하고 매년 전 세계적으로 핵심적인 보건 문제를 선정, 이를 위한 한 해 동안의 국제적, 지역적, 지방적인 행사를 조직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WHO에서는 매년 이 날을 기점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건강에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를 선정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프로젝트를 시행한다. 2001년 정신보건, 2007년 국제 보건안전, 2008년 기후변화, 2010년 도시화 등 해당 시기마다 절실한 과제를 선정해 왔고, 올해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 열대성질환으로 불리는 곤충매개질환에 대한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열대성질환은 아프리카, 아시아와 같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공중위생의 취약과 환경파괴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 불평등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파괴와 세계화로 인해 소위 ‘선진국’들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WHO와 같은 건강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들은 건강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문제임을 명확히 해왔다. 건강은 무엇보다 불평등한 영역이며 건강을 통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에 좋지 않은 환경과 식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로인해 감염성, 급성, 만성질환을 가리지 않고 더 많은 질병에 걸린다. 또한 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 부담이 훨씬 크며, 일자리에서도 차별을 받게 되어 사망률도 높고, 질병 때문에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 즉 건강은 불평등으로 인해 나빠지며 좋지 않은 건강은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대표적 경우가 올해 WHO에서 선정한 곤충매개성, 열대성 질환이다. 그 메카니즘은 이러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지역은 오랜 경제적 착취로 인해 숲, 강, 농지와 같은 환경이 매우 심하게 훼손되었고 그 속에서 곤충매개성 질환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간섭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수립되지 못함으로 인해 기본적인 상하수도, 공중위생, 보건의료시스템이 망가져있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 여기에 낮은 교육과 소득수준으로 제대로 된 먹을거리와 생활환경을 보장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감염은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런 건강불평등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2013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2년 상대적 빈곤율이 개인기준 14.3%, 가구기준으로는 18.9%로 OECD국가 34개국 중 8번째로 높은 나라이다. 더 큰 문제는 빈곤 언저리 층, 즉 빈곤층보다 약간 높은 소득을 받고 있지만 질병이나 실직과 같은 약간의 충격에도 바로 빈곤으로 떨어질 수 있는 계층이 매우 많다는 것과, 국가의 개입으로 인한 빈곤완화효과가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빈곤 위험층이라 할 수 있는 중위소득 60%이하 계층은 2012년 1인가구를 포함한 전 가구 기준 23.9%에 육박한다. 이는 OECD 평균 18%을 훌쩍 넘는 수치로 전체가구의 1/4이 빈곤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족한 국가책임이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낮은 소득을 얻는 사람들은 국가의 개입, 즉 소득보장이나 복지서비스 등을 통해 빈곤위협에서 벗어난다. 바로 복지제도를 통한 공적이전소득으로 이를 위해 고소득층에서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OECD 평균치를 보면 소득 하위 20%는 시장소득의 67.3%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22.7%를 세금 형태로 정부에 지불해 일자리 소득의 44%에 달하는 돈을 국가가 현금 형태로 주고 있다. 한국은 겨우 10%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한국의 빈곤층은 월급에서도 적게 받고, 복지에서도 적게 받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건강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 때문에 아프고, 아파서 가난해진다. 일자리가 없는 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71.0%에 달하는데 몸이 아프면 실직으로 이어지고, 소득은없는데 의료비가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건강이야말로 빈곤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빈곤층에게 최소한의 보루는 건강보장이다. 한국은 어떤 복지제도보다 건강보험이 잘 갖춰져 있어 건강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직접 내야하는 본인부담금은 OECD 최고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전체 소득 중에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위 20%가 제일 크다. 미충족 의료 비율과 당뇨 환자 및 장애 등급 보유자 역시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 필요 의료서비스의 미치료율 또한 소득 수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낮은 소득 계층에서 경제적 이유에 의한 미치료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 암 덩어리 규제완화, 투자활성화”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빈곤층, 그들에게 집중된 불건강 문제,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 고리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한국에서 중요한 건강문제는 건강증진이며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기 위한 신체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걷기기념행사를 했다. 신체활동을 통한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증진,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 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가난으로 최소한의 건강생활도 유지하지 못하는 빈곤층이 20%가 넘는 사회에서 의료민영화추진과 건강증진은 다른 차원의 상호 모순된 목표에 불과하다. 진정한 건강증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숙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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