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육아휴직이 부모육아휴직으로 바뀐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직접 돌보기 위해 장기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육아휴직이 으레 여성들의 몫이라는 인식을 부모의 공동책임으로 돌려보자 데 의미는 둘 수 있다. 그러나 이름만 바꾼다고 아빠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에 뛰어들지 못하는 현실적인 장벽들은 외면한채, 이용률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영향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육아휴직제, 뭐가 달라지나? 한국 사회에 자신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아이를 돌볼 ‘간 큰 아빠’가 아직은 많지 않다.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총 6만7323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 휴직자는 229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3.3%에 불과해 여성 이용률과는 대조를 이룬다.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는 장시간 업무에 매달려 바쁘기도 하지만, 업무 공백이 동료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들을 견뎌야 한다. 승진을 포기했냐는 직장 내 눈치, ‘노는 아빠’로 보는 이웃들의 시선, 아들의 육아휴직을 부끄럽게 여기는 부모의 인식에 가로막혀 있다. 부모육아휴직제로 바뀐다고 현실의 문턱을 뛰어넘을 정도의 실익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오는 10월부터 부모육아휴직제가 본격화되면, 육아휴직급여 1개월분에 한해 최대 50만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조건 하나가 더 붙는다.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에 한해서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방안’에 따르면,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의 육아휴직급여를 첫 달에 한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되, 최대 150만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두 번째 육아휴직을 낼 사람이 아빠일 가능성이 높다보니 남성의 육아휴직 장려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아빠의 달’은 아니다. 아빠의 달 공약은 출산휴가 한 달로 상한 없이 당사자 임금의 100% 지급으로 계획되었다. 당시에도 이 공약의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적지 않았다. 과연 얼마나 많은 아빠들이 직장이나 상사 눈치를 무시하고 한 달이라는 업무 공백을 가질 수 있겠는가하는 현실 문제가 뒤따랐다. 게다가 육아휴직급여가 높지 않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육아휴직급여마저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 반감을 샀다. 부모육아휴직제 역시 이런 논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새 안은 아빠라고 명기하지 못하고 두 번째 사용자로 대신하고, 육아휴직급여의 상한선마저 정해 아빠의 달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육아휴직 후 책상 빠지는 현실, 바뀌려면? 육아휴직제는 여성들에게 보편화된 듯 보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육아휴직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혹은 간략한 문건으로나마 인정한 기업은 전체 중 38.7%밖에 되지 않는다. 대다수의 직장에서는 ‘인력공백으로 인한 업무 지장’을 이유로 육아휴직을 기피하고 있다(고용노동부, “201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100인 이상의 직장에서는 육아휴직이 어느 정도 제도화되어 사용하기가 수월할지 몰라도 나머지 회사에서는 출산후 휴가만 다녀와도 책상이 빠지는 걸 감수해야한다. 기업들은 육아휴직제를 제도화할 경우 가임여성의 고용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용할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육아휴직이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으려면, 정부 못지않게 기업도 제도 개선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