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물이 들어오는 때입니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어야 겠죠. 하지만 그럴려면 배와 배를 저을 노는 스스로 준비해서 가지고 있어야 겠죠?”지난 5일 대전 신협중앙회 연수원에서 열린 2013년 협동사회경제활동가대회에서 ‘사회적경제 동향과 실천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문보경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의 말이다.기대와 우려 속에 달려온 2013년의 사회적경제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에는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전국의 40개 단체들이 속해있다. 작년 11월 발족식 이후 올해로 두 번째 활동가 회의를 갖는다. 작년 회의에서는 후원단체가 일반 영리기업이었는데, 올해 후원단체들은 신협중앙회, 시흥시자활기업연대, 두레생협연합, 아이쿱생협, 한살림, 행복중심, 사회연대은행, 사회투자지원재단, 해피브릿지, 액투스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로 꽉 차있다. 한 해 동안 일어난 우리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그대로 보여준다.올 한해 우리의 사회적경제는 적지 않은 발전과 성과를 거두었다. 외환위기 이후 자활의 등장, 2007년 이후 사회적기업의 등장, 2012년 이후 협동조합의 등장으로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생겼고, 이를 통합하여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이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협동조합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는 일반 시민들도 많이 늘어났다. 각 부문별 조직 내에서도 사회적경제라는 공통의 정체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 협의회도 많이 생겨났다. 심지어 세계 사회적경제 도시와 민간단체가 함께하는 국제사회적경제포럼도 개최했다.시장, 기금, 혁신에 있어서 주도성 발휘하자물론 우려도 많다. 사회적경제가 시민들 속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전에 제도화가 먼저 진행되었고, 정부나 지자체 지원에 기대게 되면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주도성과 사회적경제 본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즉, ‘물이 들어오는 때’에 자칫 잘못하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 있다는 걱정이다.다행히도 협동사회경제활동가대회에서 이러한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듯, 무엇보다도 주체들이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날 문보경 위원장은 사회적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시장의 확보, 기금 마련, 혁신이라는 3가지 이슈를 꼽았다. 그리고 이 세 방향에서 정부와 행정에 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먼저 판을 만들어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장의 확보는 사회적경제 내에서부터 내부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기금 마련의 경우 사회적경제 조직들에서부터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는 것으로, 혁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부터 아이디어와 노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러는 가운데 더 많은 시민들이 윤리적 소비에 동참해주고 정부가 우선 구매에 나서주기를 요구해야지, 주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지원만 바라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협동의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교육 중요이와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하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 사회적경제 교육과 인재양성이다. 시장, 기금, 혁신이라는 3가지 이슈에서도 핵심은 사람이다. 시장, 기금, 혁신을 잘 만들어나갈 사람이 준비되어야 한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들이 잘 전달되도록 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또한 사회적경제 외부의 시민들의 인식 수준도 더 높아져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경제 교육이 필요하다. 한 지역에서 고등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20, 30대 청년들과의 토크콘서트를 주최했는데, 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장경제에서 밀려난 실패자들의 자기 합리화가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여전히도 우리사회에 협동은 낯설고 어색한 가치인 것이다. 이에 이 날 주제별 토론 중에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협동을 가르칠 수 있도록 협동교과서 채택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실제 지역의 뜻있는 단체들에서 아이들을 위한 협동 교육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올해 초까지 만해도 우리는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게 무엇인지 우려와 걱정 속에 지켜보았다. 하지만 다시 또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지금은 시장, 기금, 혁신, 교육에 있어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변화가 기대된다. 한 해동안 수많은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력해왔을 곳곳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