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아온 ‘혁신학교’의 내년도 예산안이 반토막 났다. 올해 서울형 혁신학교 예산은 97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억원으로 대폭 깎였다. 그러나 그 근거가 된 한국교육개발원 혁신학교 보고서가 평가 잣대와 활용 자료의 적절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혁신학교 예산안을 둘러싼 다툼이 커질 전망이다.같은 기간 평가, 상반된 결과 낸 ‘두’ 보고서문용린 교육감이 교육 수장이 된 후 서울시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한 “2013년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보고서”(구자억 책임연구원, 2013.11.5)가 예산안 삭감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 보고서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떨어져, 예산투입의 성과가 미흡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체 67개 혁신학교 중 평가에 참여한 45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총 450여개 항목에서 A등급(우수) 24%, B등급(보통) 58.2%, C등급(개선요망) 17.8%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학교와 비교해서도 서울형 혁신학교는 학업성취도, 학교폭력 발생, 학생건강체력, 방과후학교 등에서 뒤쳐진다고 평가하고 있다.그러나 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다. 첫째, 한국교육개발원이 혁신학교의 평가 잣대로 삼은 A, B, C 등급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시행한 설문의 평가결과를 점수화하지 않고 어떤 근거로 등급화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 두 번째는 일반학교와 비교 용도로 활용한 학업성취도 자료는 2012년 6월에 치른 일제고사 결과라는 사실이다. 2012년 3월에 지정된 혁신학교가 32개교로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데, 지정 3개월만에 치른 일제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학교와 학업성취도를 비교하고, 혁신학교를 낮게 평가한 게 객관적이냐는 지적이다.더욱이 같은 기간에 혁신학교를 평가한 또 다른 보고서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8월에 이미 발표된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위원회 주최의 “서울교육발전을 위한 학교혁신 방안 연구-혁신학교 운영성과를 중심으로”(이윤미, 2013.8.20)는 2013년에 지정된 학교를 제외한 61개교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교육성과를 분석하고, 5개교를 따로 선별해 학교운영에 대한 심층 관찰결과를 냈다. 이 보고서는 1기(2011년 지정)와 2기(2012년 지정), 일반학교 간 비교, 과거와 지정된 현재와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학습효능감(학업 수행에 대한 자신감)이 일반학교에 비해 높고, 혁신학교 지정 후 향상된 모습이여서 앞선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표적‘ 평가, 혁신학교의 성과마저 폄하해서는 안된다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에 혁신학교의 운영실태와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용역을 의뢰했을 때부터 전 교육감에 대한 표적 평가라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용역의 결과와 혁신학교의 존폐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고 해명했으나,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사실상 그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연합뉴스>, “서울 혁신학교 평가결과 나쁘면 예산 줄인다” 2013.3.10).혁신학교는 실험과정에 있으나, 성과면에서 호응이 높은 사업이다.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혁신학교 모델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만족에 힘입어 그동안 ‘줄세우기식’ 공교육의 대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기도는 혁신학교를 일반학교로 확산하기 위한 매뉴얼을 구상하고 있다. 알다시피 한국의 어린이나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교육영역에서는 최고이지만, 주관적 행복감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생활이나, 친구와의 어울림 등에서도 만족도가 크게 떨어져있다(새사연 한국사회 분노의숫자(24). 이 문제를 혁신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로써 교육이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혁신학교의 존재이유는 명확하다. 서울시 교육 수장이 바뀐 이유만으로 전 교육감 때 시행된 ‘혁신학교’를 깎아내릴 의도가 정말 아니었다면, 예산삭감의 근거로 삼은 보고서에 대한 추가적인 해명과 함께 예산삭감을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