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By | 2013-10-07T11:18:22+00:00 2013.10.07.|

예상했던 대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발표를 통해 경제정책의 초점이 경제 활성화임을 명확히 했다. ‘경제 활력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첫째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정책효과로 성장률을 얼마나 끌어 올리려고 하는지 명시적으로 밝힌 대목은 없으나 내년 성장률을 3.9%로 잡았으니 기대치를 높게 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올해는 총 지출 증가율이 7.2%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3% 미만의 성장률 밖에 달성하지 못할 것인데, 내년에는 재정 지출을 2.5%밖에 늘리지 않고서 얼마나 성장률 상승에 기여할지 의심스럽다.또 하나 짚어둘 것은 작년에 성장률을 예상할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 3.9%를 참고하여 우리경제 성장 전망치를 4%로 잡았다가 낭패를 보았던 점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성장률을 3.1%로 대폭 낮췄고 우리 역시 2.7%로 더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국제통화기금은 내년 세계성장률을 3.8%로 잡고 있고 우리는 3.9%로 성장률을 예상했다. 잘못하면 똑 같은 과대평가와 하향조정이 그대로 반복될 우려가 있다.그런데 몇 가지 예산계획 수자에서의 과도한 전망보다 더 지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내년 예산안을 경제 분야로 국한 했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성장 패러다임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째 계속되는 대침체로 인해 과거식 성장 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정확히 1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앞으로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서”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이라고 할 내년 예산계획안에 나타난 성장전략은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우선 ‘투자 촉진, 수출 역량 강화’라는 이름아래 여전히 수출 의존형 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100%전후를 오갈 정도로 더욱 커졌고, 2011년부터는 역사상 처음으로 수출규모가 민간소비 규모를 추월했다.때문에 이제는 국민들의 소득기반을 확대하여 구매력을 끌어올림으로써 내수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한편에서는 소득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얻게 해주면서, 동시에 내수 성장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을 넘어 효율과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방식이 바로 고용의 양과 질을 제고하면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 진흥정책과 외국인 투자 유치정책이라고 하는 과거식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여 내년 정책의 최 우선순위에 배치했다. 하다못해 수출 주도형 경제의 상징으로 알려진 중국조차 내수주도형 전환을 서두르는 마당에 우리는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것인가.둘째로, 건설경기 부흥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 기조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4대강 사업을 제외한 지난 5년 동안의 SOC 평균 투자규모 22.4조 원보다도 더 많은 23.3조원을 내년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정부 스스로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계속 집착해왔던 최근의 동향에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긴 하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다면서 취득세 영구 인하 등으로 조세 수입은 줄이고, 거꾸로 건설투자는 늘이는 식의 성장 방식도 전형적으로 과거의 것이다.셋째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고려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21세기 경제성장은 단선적인 물질적 성장을 극대화시켜왔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 한계점에 도달했고 지구의 환경과 생태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이 G20을 포함한 세계적인 주요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정부 예산안을 보면 ‘창조경제 기반 확충’이나 ‘미래 먹거리 창출’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고려가 없다. 에너지체제 전환을 위한 계획이나 저탄소, 친환경 산업 구조를 위한 계획이 전혀 없다. 아예 환경예산으로 독립된 항목은 올해 추경예산대비 절대 금액이 감소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은 창조경제나 미래 성장 산업은 앞으로 점점 더 정당성과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현 정부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이처럼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첫 예산계획안에는 여전히 수출중심 경제, 건설주도 경제, 환경 없는 성장이라는 과거 방식에서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은 하면 좋고 안 해도 무방한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다. 패러다임이 전환 없이 성장 자체가 어렵게 될 수 있다. 더 이상 고성장을 뒷받침할 대외적 수요가 계속되기는 어렵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부동산 경기를 과거처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태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성장도 언제까지 용인될 수 있겠는가?*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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