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지난 해’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더욱더 다양한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문구를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용어해설사교육사교육은 초중고등 학생들이 학교 정규수업 이외의 보충교육을 위해 민간 시장에서 개인이 사적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학습 형태다. 사교육은 학교 교육과 닮은 학교 밖 교육이라고 해서 ‘그림자교육(shadow education)’으로도 불린다. 사교육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지만, 유독 교육 경쟁이 치열하고, 학벌주의가 강한 아시아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문제 현상학부모가 부담하는 사교육비는 세계 최고교육에 대한 우리의 투자 수준은 세계적으로 상위권이지만, 민간 부문의 교육 지출이 막대해 가계가 떠안는 교육비 부담 역시 가장 높다. 우리의 전체 교육 지출은 GDP 대비 7.6%로, 세계 1위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0.1%p 차밖에 나지 않는다. 복지 선진국 핀란드의 교육비 총지출은 GDP 대비 6.5%이고, OECD 평균은 6.3%로 우리보다 낮다. 그러나 전체 교육비 중에 공교육비 비중은 4.8%로, OECD 평균 5.4%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우리의 민간 교육투자는 2.8%로 OECD 평균 0.9%의 3배 이상으로 높다.우리의 민간 교육비 지출은 초중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사교육비와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비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민간 교육투자 비중은 초중등 교육에서 21.47%로, OECD 평균 8.48%의 3배에 가깝다. 게다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에서는 민간 지출 비중은 72.74%로 OECD 민간 지출 평균 31.63%의 2배에 이른다. 참고로 우리의 대학 등록금은 세계 2위로 미국 다음으로 비싸고, 학생 개인이 내야할 매년 등록금 인상액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교육단계별 민간 교육비 지출 비중은 영국과 우리가 사뭇 비슷해 보이지만, 영국의 민간 지출은 우리만큼 크지 않다. 영국은 전체 교육비가 GDP 대비 6.5% 중, 민간 지출은 0.6%로 우리의 1/4 수준이다.학업 성취도 대비 공교육 투자 효율성 낮아공교육 투자가 약한 지형에서 한국 학생들이 거둔 학업 성취 수준은 높다.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 2009년도 결과를 보면, 한국의 읽기 점수는 529점으로 세계 2~4위, 수학 점수는 546점으로 세계 3~6위, 과학 점수는 538점으로 4~7위권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학업 성취도 수준이 상위권인 핀란드는 민간의 교육 지출이 0.1%로 미미하며, 대부분 공교육이 책임진다. 즉, 한국은 너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효율성도 없다는 것이다.▶진단과 해법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사교육선진국에서 사교육은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보충 학습으로 이뤄지지만 우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하는 구조다. 더욱 더 가혹한 경쟁에 아이들을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1995년과 2003년 TIMSS(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기초수준 미달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17.8%(’95)에서 29.2%(‘03)로 늘어났고, 수월수준 이상자의 참여율은 59%(’95)에서 83.7%(‘03)로 급증했다. 우리의 사교육 참여가 성적과 무관하게 고르게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우수 학생들의 선행학습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기초수준 미달자의 사교육 참여율은 69.9%(’03)이고, 수월수준 이상자의 참여율은 17.9%로 우리의 사교육 참여 현상과 반대다.가계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지출액 차이도 크다. 월 가구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6만8천원인 반면,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는 42만6천원을 지출해, 지출액 차이가 6배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33.5%(100만원 미만 가구)와 83.8%(700만원 이상)로 가구 소득에 따라 최대 2.5배 차이를 보인다.가계의 교육비 부담은 전체 소비 지출의 11.7%(2012년)에 이를 정도로 높고, 사교육비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아이들 대다수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75%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영유아의 90% 이상이 태어나면서부터 사교육 시장에 내맡겨져 있다. 사교육은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의 기회나 성취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무래도 교육투자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학업 성취도 면에서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가계 부담을 줄이고 정부는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공교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교육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입시 위주의 사교육은 학교 안에서도 학생들의 흥미도와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골칫거리이면서, 동시에 일정 정도의 선행학습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굳어지고 있다. 앞으로 사교육은 학습에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개별교육으로 바로잡고, 대신 책임 있는 공교육으로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