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몸에 대한 이해를

By | 2013-09-26T11:16:58+00:00 2013.09.26.|

81세 할머니가 이른 아침에 내원했다. 경험상으로 아침 일찍 이나 저녁 늦게 오는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로 한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긴장이 풀어지기도 하고 태만한 진료를 할 때가 있기도 하다. 꼭 퇴근 무렵에 오는 환자일수록 실수 할 확률이 높다.할머니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한눈에 병이 진행 중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중했다. 왼쪽 손발이 힘이 없고 말이 어둔하기까지 하였으며 머리가 아프다고 하신다. 나이도 있으시고 임상 정황상 중풍전조증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증상이 명확하였다. 진맥을 해보니 맥도 또한 洪數하고 과거에도 여러 번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고 하신다. 맥이 홍삭하다는 것도 또한 중풍의 맥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자는 기운이 없다고 기운이 좀 났으면 하신다. 지금 드시는 약이 뭐냐고 물으니 혈압약 과 당뇨약 그리고 신경과 계통의 약을 복용한다고 했다. 얼굴 표정도 일정 정도 경직이 되어 있는 정도로 봐서 치매도 진행중인 듯하다. 동네 한의원이라 치료해달라고 하는 보호자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진료를 마쳤다.맥이 홍삭한 것은 아마 어느 부위가 막혀서 강한 압력을 동반한 혈액량이 급류처럼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봐서 혈관이 낡거나 부식도 되고 막혀 있음은 자명하다. 해당 부위는 신선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여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으며 세포가 죽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어 혈관성 치매를 동반한 뇌경색이 진행 중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작은 병원이라 만일의 사태(솔직히 방어 진료적인 측면)를 위하여 큰 병원으로 보냈던 것이다. 혈관은 나이에 따라 노화가 진행된다. 더구나 장기간의 약물 복용은 혈관의 노화를 가속한다. 혈압약과 당뇨약 그리고 정신신경과 약물을 오랫동안 복용한 할머니의 경우를 보더라도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약물의 효능과는 별도로 혈관의 노화를 증가시키고 또 다른 약물 복용을 유혹한다.이제는 혈압약을 복용한다고 당뇨약을 복용한다고 혈압이나 당뇨가 낫지 않는다고 의사들이 말해야 할 시점이다. 정상적인 숫치를 조정해주는 약이라 하고 평생 동안 복용해야만 하는 약이며 자연적인 질서가 아닌 인위적인 조치에 불과할 뿐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우리는 이제 좋은 의사로 거듭 태어나야만 한다. 우리 몸의 해독 매커니즘은 간과 신장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간과 신장이 제 고유의 기능을 잃게 되었을 경우에 우리는 성인병 혹은 생활습관 병을 앓게 된다. 따라서 장기간의 약물복용은 또 다른 질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약물에 의존하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한다.인간의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었고 서로 다른 시그널을 교환하면서 살아간다. 서로 다른 시그널을 이해해고 우리 몸과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만이 의사의 덕목이라 생각이 든다.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과 개인의 양생 그리고 사회적인 제도화가 건강한 길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건강한 삶을 향하여 출발해 보자.*정경진 새사연 이사장은 구리에서 정경진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진료 현장 속에서 경험한 부분과 상념을 토대로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안녕상태를 위하여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칼럼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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