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GM은 살아나고 GM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파산하나?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시가 현지시각 7월 18일 오후 미시간 주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 대공황 시절이었던 1934년, 지방자치단체의 파산 및 회생 절차를 담은 ‘연방파산법 챕터 9’에 따른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연속 적자에 시달리면서 우리 돈으로 약 21조 원(18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파산한 미국 지방자치 단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빚이라고 한다.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3월 미시간 주는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임명하였고, 그는 채권단, 공무원 노조, 보험사, 연금기금 등과 손실 부담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낸 것이다. 미시간 주 연방법원이 파산신청을 수용하면 디트로이트 시는 부채를 탕감 받거나 상환연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증세를 하거나 자산 매각, 공무원 감축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퇴직 공무원에 대해 지급해야 할 연금 지급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론 기업과 달리 도시가 파산한다고 없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1934년 파산법 도입 이후 약 500여 지자체가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가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파산법은 본래 채무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 입법취지이므로 파산보호신청을 계기로 디트로이트의 적극적인 회생을 어떻게 모색하는가 하는 점이 우리가 지켜봐야 할 대목이지,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미국 자동차 빅 3의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 시의 특수성을 먼저 지적하는 주장들이 많다. 그러나 그 이전에 확인할 것은 현재 재정이 부실해진 것이 디트로이트 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7월 18일 무디스의 발표에 의하면 샌타페이와 뉴멕시코 연금 부채 규모는 재정 수입에 비해 6배에 달했고 버니지아와 라스베이거스도 5배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현재 미국 지자체의 재정부실과 연금 부채가 특정 산업의 흥망성쇠나 특정 지자체의 부실한 재정운영 탓이 아니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이 재정기반이 취약했던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경제위기 이후 파산했던 GM은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되살아났지만 GM 본사가 있는 도시는 파산하게 되는 운명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물론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추락, 그리고 특히 그들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 전략’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GM과 포트, 클라이슬러 자동차 3사는 일본과의 제품경쟁에서 밀려났는가 하면 금융 쪽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으려고 했으며, 값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50~60년대에 인구 200만을 넘기며 3~4대 도시로 이름을 날리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현재 70만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이들 자동차 3사가 시의 파산에 유감을 표시하고 회생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렇게 산업이 추락하면서 절대 인구가 줄어들고 당연히 도시의 세수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2008년 터진 금융위기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지방세 감소는 더욱 빨라졌다. 더욱이 현직 노동자들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퇴직자 수가 늘면서 현업 노동자의 두 배가 되었다. 이는 도시 부채의 상당 부분이 공무원 연금 부채가 된 이유를 설명해준다. 가난한 디트로이트와 부유한 디트로이트 교외지역그렇다면 디트로이트시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자동차 산업의 추락과 해외이전으로 인해 도시의 중산층들도 근처 오클랜드 카운티 등 근교 거주지로 대거 빠져나가며 도시는 빠르게 ‘슬럼화’됐다. 실업률이 18%가 넘어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흑인이 83%이고 인구의 약 3분의 1이 극빈층이며 살인범죄율은 미국 1위로 치안이 가장 불안한 도시다. 경찰 출동에만 1시간이 걸리고 구급차 70%는 가동이 중지되었다고 한다. 건물 8만 채가 버려진 상태이고 가로등의 40%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이 취약해지면서 공공서비스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진보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디트로이트 파산과 관련하여 독특한 관점을 제시했다. 미국사회가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아예 지리적으로도 부유한 지역과 빈곤지역이 분리되고 있다는 역사적 추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디트로이트 시에서도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자 중산층들과 백인들이 도시에서 빠져나와 교외로 이주하여 부유층 지역을 만들었고 시내는 흑인들 중심의 빈민가로 고립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디트로이트 교외 지역들은 고소득 계층들이 파산걱정 없이 최고의 공공서비스를 누리면서 풍족하게 살고 있는 반면, 디트로이트 시는 정부 예산과 공공서비스 축소로 범죄율 1위의 버려진 섬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식적으로는 ‘교외를 포함하는 광의의 디트로이트’ 범주에서 부유층이 세금을 더 내서 빈곤층을 지원해야 하지만 부유층이 그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서울시의 강남과 비 강남의 간격을 보아온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대목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이런 현상은 금융회사들이 일부 부실 자산을 모아서 대손 상각시키는 것처럼 빈곤지역을 분리해서 파산시키려 한다는 비유를 들어 미국의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각의 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점검해 볼 가치가 있어 소개한다. 특히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하자 노동조합들이 과도한 임금 인상과 공무원들의 과도한 퇴직연금 보장 요구로 도시 재정이 고갈되었다면서 노동조합을 비난하거나 재정균형을 명목으로 복지 축소를 섣불리 주장하려는 움직임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인지 간접적으로 시사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디트로이트, 그리고 미국 사회 계약의 파산Detroit, and the Bankruptcy of America’s Social Contract2013년 7월 20일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로버트 라이시 블로그(http://robertreich.org/)미국 도시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 파산인 이번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을 보는 하나의 관점은, 도시의 채권자와 노동자, 그리고 은퇴자들 사이에 어떻게 금융 손실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협상이 실패했고, 그 결과 의사결정이 법원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연금과 건강보험을 도시 노동자들에게 제공해왔던 수 십 년 동안의 노사합의가 만든 필연적 귀결로서 볼 수도 있다.그러나 여기에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더 기본적인 이슈가 있다. 지금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소득 계층별로 분리되고 있는 중이다. 40년 전에는, 디트로이트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부자와 중산층, 그리고 빈곤층들의 거주 지역들이 서로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계층별로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 각 소득 계층은 자신들만의 도시에서 자신만의 조세 기반아래, 한쪽 극단에서는 최우수 학교시설과 화려한 공원, 신속하게 출동하는 사회 안전 시스템, 효율적인 교통체계, 기타 최고급 서비스가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열악한 학교와 노후한 공원들과, 높은 범죄율, 그리고 후진적인 서비스가 병존한다.(소득 계층별) 지리-정치적 분리현상은 너무나 뚜렷해져서 오늘날 부자가 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부자로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트로이트는 대부분 백인들이 거주하는 상대적인 풍요한 ‘바다’ 가운데 위치한, 지독히 가난하고 대부분 흑인들이 사는, 점점 더 버려진 섬이 되고 있다. 디트로이트 외곽 지역들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예를 들어 오클랜드 카운티는 백만장자들이 살고 있는 미국의 카운티들 가운데 네 번째로 부유한 곳이다. 교외를 포함하는 ‘광의의 디트로이트’는 미국 최고의 5대 금융센터에 속하고 미국 최고 4대 첨단기술 고용 센터이며, 두 번째로 큰 공학과 건축 인재들이 있는 곳이다. 모두가 부자들은 아니지만 장담컨대 중위 가구 소득은 연 5만 달러에 근접하며 실업률도 국가 평균보다 높지 않다. 디트로이트 행정구역 너머의 미시간 주 버밍엄 중위 가구는 지난해 94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벌었는데, 아직은 디트로이트 시 영역에 속해있는 블룸필드 힐 인근 가구의 중위 소득은 15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교외지역을 뺀) 디트로이트 행정구역 안의 중위가구 소득은 2만 6천 달러를 맴돌고 있고 실업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3명 가운데 한 명이 빈곤층이며 도시 어린이의 절반이 빈곤상태다. 2000~2010년 사이에 충산층과 백인들이 인근 교외로 빠져 나가면서 디트로이트는 인구의 1/4가 사라졌다. 그 결과 도시는 폭락한 자산 가격, 방치된 이웃들, 버려진 건물, 형편없는 학교들, 높은 범죄, 그리고 극적으로 축소된 세금 기반만 남게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공원의 절반이 폐쇄되었고 가로등의 40%가 켜지지 않게 되었다.바꿔 말하면, 현대 미국의 대부분은 어떤 경계 안에 존재하는지 혹은 밖에 존재하는가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계약에 누가 포함되는가? 만약 “디트로이트”를 교외를 포함한 거대 도시라고 정의를 하게 되면, “디트로이트”는 파산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도 모든 주민들에게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디트로이트”의 더 풍요로운 지역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시내의 빈곤층을 지원하여 재기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줄 의사가 있는가의 여부로 모아질 수 있다. 부유한 지역 주민들은 아마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므로 어려운 문제이다.시내의 빈곤층이 포함되도록 관련 경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그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데 있어서, 교외에 살고 있는 백인 부유층들은 책임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들”의 도시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다른 곳이다. 이런 모습은 부실자산의 경계를 확정하고 헐값에 처분하여 손실을 털어버리고자 했던 월가의 은행들과 거칠게 볼 때 유사하다. 다만 여기서는 금융자본 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것을 다룬다는 것뿐이다. 닥쳐올 헐값 처분은 디트로이트 시의 뒤편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와 학교 시설과 범죄율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광범한 불평등의 시대에 이것은 더 부유한 미국인들이 빈곤층을 완전히 상각 처리하는 방법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robertreich.org/post/55976062830*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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