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른바 “버냉키 쇼크”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다른 지면에 쓴 대로 다소 뜬금없었던 이 해프닝은 곧 가라앉았다. 지극히 효율적이라는 금융시장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뜯어 보면 별 내용도 없는 정보 하나만으로도 아래 위로 출렁거린다면 그건 효율적이라기보다 믿을 만하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공교롭게도 같은 날 태평양 건너, 지구 반대편에도 지진이 일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시장에 더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2주일 전에 중간 규모의 은행 두 개가 파산할 거라는 소문에 단기 금리가 상승했고 인민은행이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던 터였다. 중국의 금융시장 역시 격렬하게 반응했다. 상하이 지수는 폭락했고 은행 간 금리는 25%까지 치솟았다. 버냉키와 마찬가지로 인민은행도 “납득할 만한 범위 내에서 시장 금리가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미국의 거품은 이미 터졌지만 중국제 풍선은 여전히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쪽 쇼크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 특히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훨씬 더 크다.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2012년말 1조7000억달러에 이르렀고 중앙정부는 은행 대출을 통제했다. 지방정부는 국유지를 팔아서 적자를 메꾸고 있지만 그 또한 한계에 부딪혔다. 국영기업이나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도 마찬가지로 빚투성이인데 사실 중앙·지방정부의 공무원과 국영·민간기업 경영진은 혈연, 지연으로 어지럽게 얽혀 있다. 공식 통로가 막힌 은행들은 장부외 거래(그림자금융)로 이들에게 돈을 대고 있다. 돈줄을 풀면 그림자금융과 정부·민간 부채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겠지만 거품을 더 키울 것이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돈줄을 죄면 미국과 같은 시스템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한편 최근 베이징대에서 발표한 가계조사는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각한 상태라는 걸 숫자로 보여줬다. 중국의 상위 5% 가계가 전체 소득의 23%를 차지한 반면 하위 5%는 겨우 0.1%에 머물렀다. 2012년 지니계수는 0.49로 공산당이라는 당명이 부끄러울 지경이다.원자바오 총리 말마따나 중국 사회는 “불안정하고 불균형하며 조정되지 않아서 지속불가능하다”.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한국경제를 낭떠러지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 홍콩을 포함하면 3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신을 바짝 차려도 위태위태한 상황인데 한국 정부는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아니 일본과 미국에서 확실히 망하는 길로 거듭 판명난 경로를 선택했다. 상반기 수출은 겨우 0.6% 늘었고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세금은 계획의 41%밖에 거두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 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는 어찌할 것인가? 중국 지방정부처럼 박근혜 정부는 국민 모두의 재산을 팔려고 할 것이다. 이미 발표된 KTX 일부 민영화는 그 신호탄일 뿐이다.한국경제 역시 부동산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 그런데도 7월11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은 “부동산투기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벌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도권 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산지를 전용하는 기준도 지자체별로 정하도록 해서 지역토호들의 건설사도 소원을 풀었다. 과연 “줄푸세”의 여왕이다.나는 중국이 경착륙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거품이 터지더라도 힘센 공산당 정부는 재빠르게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번에 올 위기는 쉽사리 처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산당의 위기로 이어질지 모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내수 위주의 생태경제로 재편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줄푸세라는 시대착오에 의해 다시는 기어오를 수 없는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 이 글은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