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리 이장 조금득

By | 2013-07-16T13:42:01+00:00 2013.07.16.|

2012년 3월, 한 젊은 여성이 서울역 건너편 동자동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동그란 얼굴은 무엇 하나 서두를 게 없다는 듯 느긋한 표정이지만, 아직은 쌀쌀한 바람 탓에 발갛게 얼었다. 청년유니온 1기 사무국장을 지낸 조금득씨다. 조씨는 동자동 공제협동조합의 이태헌 이사장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마을 공동체 운동으로 시작해서 이제 지역에 뿌리내린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녀는 유니온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아무런 안전망도 갖지 못한 이 땅의 청년들이 스스로 돕는 ‘청년연대은행’. 그동안 만난 금융 전문가들의 말씀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없는 이들끼리 모여 하는 금융이니, 우선 기금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건데 돈이라는 게 거저 모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한겨레> 박기용 기자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이수연 연구원이 진행하는 <공존공생>은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팟캐스트다. 이번 주에 방송된 제5회에는 동자동조합의 이태헌 이사장과 ‘토닥토닥 협동조합’(토토협)의 조금득 이사장이 출연했다. 토토협의 조합원들은 조 이사장을 ‘토토리 이장’이라고 부른다. 조씨가 만난 전문가 중에는 나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 사업이라면 협동조합 방식이 어울린다는 조언은 했지만, ‘이 아이가 또 맨땅에 헤딩하는구나. 유니온보다 더 어려울 텐데…. 아름다운 도전이라지만 얼마나 힘이 들까’ 하고 걱정부터 드는 게 사실이었다. 조씨가 동자동에서 배운 것은 바로 ‘협동’, 그리고 ‘공동체’였다. 실제로 사업을 위해 수없이 만난 청년들은 중산층 대학생이건, 비정규직 노동자건, 아니면 실업자건 모두 외롭다고 했다. ‘88만원 세대’니 ‘3포 세대’ 하는 말은 오히려 청년들의 굴레가 되었다. 저 절망적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 홀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으니 이들은 모두 외롭다. 2011년 창립된 동자동조합은 국민기초생활 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이 조합원이다. 현재 400명인 조합원이 한 계좌당 5000원씩 6300만원을 출자했고 6700만원이 대출되었다. 상환율은 71%로 상당한 수준이다. 임대주택 보증금, 병원비의 본인부담금 등에 1% 이자율로 돈을 빌려준다. 이 공동체는 아무리 가난해도 서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실 세계의 모든 신용조합은 찢어지게 가난한 농민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저 유명한 독일의 라이파이젠, 캐나다의 데자르댕, 한국의 신용조합이 모두 그렇다. 나는 경제학을 30년 이상 공부했지만 아직도 왜 이자를 물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금융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월급, 금융 시스템의 설립과 운영비용만 댈 수 있으면 족하지 않은가? 사회적 협동조합에만 금융활동 허용?내가 보기에 ‘조 이장’은 이미 성공했다. 2012년 창립 때, 100여 명이 모였지만 이제 조합원은 300명으로 늘었고 출자금도 2500만원에 이른다. 아직 본격적으로 대출을 하기에는 이르지만 긴급 대출(9건)과 일반 대출(1건)로 출발을 알렸다. 이들은 ‘세대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름마저 ‘토토리’가 아닌가? 페이스북에 이들이 올리는 글은 한껏 발랄하고 “사랑해요”라는 말이 빠지는 법이 없다. 이제 겨우 1년 남짓 됐지만 협동조합 교육과 재무상담, 그리고 각종 작은 모임들이 이들에게 끈끈한 집단 정체성을 심어준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구실이다. 작년에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에는 금융이 제외되어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에서만 공제회 등 금융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 법이 적용되려면 ‘사회사업’이 40%를 차지해야 한다. 이제 막 만들어진 협동조합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정부의 법률 요건에 맞추기 위해 기존 사업을 흐트러뜨리고 급기야 공동체에서 뿌리가 뽑히면 그 조합은 망할 수밖에 없다. ‘공제협동’이라는 말을 빼라고 협박할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기본법을 협동조합의 7원칙에 들어맞도록 개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토토협’은 법외 조합으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협동조합 원칙을 잘 지키는데 왜 인가를 안 해주냐고?” 토토리(http://cafe.daum.net/ybank1030)에는 15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들이 산다. 하지만 나이 많다고 좌절하지 마시라. 40세 이상은 명예주민(조합원)이 될 수 있다. 단, 출자한 돈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자는 없고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우리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린 어른들이여. 입시제도·주거제도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아이들 스스로 꾸는 이 꿈을 지켜줄 수는 있지 않은가. * 이 글은시사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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