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지난 해 말 일본의 아베 총리가 집권하면서, ‘아베노믹스’라고 부르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 재무상과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를 역임한 구로다가 일본은행의 새 총재로 교체되면서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 해 77~78엔대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구로다 총재가 취임한 이후 99엔대까지 치솟기도 하였다. 불과 반 년 사이에 통화가치가 25% 이상 절하된 것이다.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도요타, 소니와 같은 일본 주요 기업의 주가는 6개월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일본의 종합지수인 니케이 지수도 최근 3개월 만에 20% 이상 상승하여 이미 13000 포인트를 넘어섰다. 자동차와 전자를 비롯하여 주력 수출제품을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아베노믹스는 달가운 정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베노믹스에 대응하는 올바른 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일본’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 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재정건전성은 좌나 우를 막론하고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 독립성과 재정건전성은 ‘보수’의 뿌리 깊은 신념에 다름 아니다. 아래 글은 그 통념에 어긋난 아베노믹스에 대한 스티글리츠 교수의 희망을 담은 평가다.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아베노믹스의 희망(The Promise of Abenomics) 2013년 4월 5일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프로젝트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한 아베 총리의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면 아베노믹스는 얼마만큼이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흥미롭게도, 지난 10년 동안 일본 경제의 성과를 면밀히 검토하면, 비관적 심리 상태를 지속해야 할 근거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인당 생산성 증가를 기준으로, 일본 경제는 2000년 이후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가 등장하기 이전인 2012년, 취업자 1인당 생산성은 3.08% 증가하였다. 지난 해 0.37% 증가한 미국, 그리고 0.25%만큼 줄어든 독일과 비교하면 상당히 견고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본인이 올바르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아베노믹스만이 일본경제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아베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에 요구하고 있는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정책을 포함한 포괄적 경기회복 프로그램. 아베는 이러한 접근을 ‘세 가지 화살’로 비유하고 있다: 하나만 실시하면 각각은 구부러질 수 있지만, 함께 실시하면 어떤 것도 구부러지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행의 새 총재인 구로다는 일본 재무상과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를 역임한 풍부한 경륜을 지녔다.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금융위기 동안, 그는 미 재무부와 IMF가 밀어부쳤던 기존의 통념들이 실패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 통상적인 중앙은행 관리들이 지니고 있는 낡은 독트린을 고집하지 않고,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설정하면서 일본의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리와 부채를 증가시킨다. 비록 실질 금리의 조그마한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더라도, 실질 부채에 대한 디플레이션의 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 구로다의 스탠스는 이미 상당한 엔화 약세를 초래하여 일본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이 상호 의존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미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달러를 약화시킨다면,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부당한 평가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대응해야만 한다. 언젠가는 세계적으로 더욱 협조하는 통화정책 공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비록 늦었지만, 일본이 정책 대응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신용 장애(credit blockages)-예를 들면, 주택담보대출의 저리 차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사항 등-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통화정책은 더 큰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희망컨대, 일본의 통화정책은 그와 같은 중요한 이슈에 관심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아베는 정책 패키지에 두 가지 화살을 더 가지고 있다. 단지 쓸모없는 인프라 투자에 재정을 낭비하여 과거 일본의 재정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첫째, 재정정책이 없었다면 일본 경제는 어떤 성과를 기록했을 것인지 상상해 보아야 한다. 1990년대 말 금융위기에 뒤 이어 신용공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재정지출이 성장을 회복시키는데 실패했다고 해서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재정정책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실업률은 5.8%를 넘긴 적이 없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5.5%가 최고치였다. 둘째,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인프라 투자의 편익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은 여기에서 소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실제 도전은 아베가‘성장’이라 부르는 세 번째 화살을 디자인하는데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의 구조조정, 생산성 향상, (특히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 정책들을 포함한다. 일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명예를 제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단어,‘규제완화’를 얘기하기도 한다. 실제 일본의 환경 규제, 의료와 사회안전망 규제를 후퇴한다면 정책 실수가 될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올바른 규제다. 어떤 영역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정부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고용 제도와 같은 개혁이 필요한 상당수의 영역에서, 정부규제가 아니라 민간 부문의 관행 변화를 필요로 한다. 아베는 결과를 지시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기업들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하자, 많은 기업들이 회계연도 3월말 통상적으로 주던 것보다 더 많은 상여금을 지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의 노동정책 변화와 결부하여, 가족 정책을 실시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를 달성할 수 있다. 일본 학생들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상위권에 들어가지만, 무역과 과학 방면에서 영어와 국제 통용어 구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 연구 방면의 투자를 늘리면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일본의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들이 있다. 일본은 제도가 견고하며, 최고의 숙련된 기술과 디자인 감수성을 지닌 교육받은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요즈음 고통 받고 있는 불평등 또한 심각하지 않으며, 오래전부터 환경 보존을 공약하고 있다. 아베가 제시한 포괄적 아젠다들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오늘날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신뢰는 입증될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다른 선진국에서 보이는 침울한 풍경들에서 몇 안 되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shinzo-abe-and-soaring-confidence-in-japan-by-joseph-e–stigl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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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쏘아 올린 세 가지 화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