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임기 초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가장 시급하다고 했던 가계부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경제민주화를 한다고 했으니 재벌규제와 관련한 입법이 시급하다. 누구나 인정하듯 재벌에 대한 규제는 임기 초반에 확실히 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재벌규제를 서두르려는 조짐은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가 또 하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파상적으로 추진한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5년 전인 2008년에 민영화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하면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통해 50개의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겠다고 선포했다. 물론 이것도 그해 대규모 촛불시위로 인해 줄어든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외형적으로 보면 공적자금 투입기업인 하이닉스를 SK그룹에 넘긴 것 이외에 큰 규모의 공기업 매각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경제 위기로 투자자본이 위축됐고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부터 임기종료 직전까지 민영화를 무모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고속철도·철도관제권·청주공항·발전·상수도·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어쨌든 정부가 바뀌어 박근혜 정부가 이를 떠맡게 됐다. 그러면 민영화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는 무엇인가. ‘알 수 없음’이 정확한 답일 것이다. 지난해 수서고속철도 추진 등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표명한 것 말고는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임명된 경제부처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보면 우려스런 점이 있다. 그는 2008년 정부 산하 공공기관선진화추진위원으로서 인천국제공항 매각추진 등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2010년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복지비용이 급증하는 등 복지병이 심화되고 공공부문이 비대화되면 지속발전 가능성이 훼손되고 사회적 갈등도 심화된다”며 ‘작은 정부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복지, 그리고 일자리(노동권)를 핵심 공약으로 주장했다. 그런데 이들 과제는 모두 민영화보다는 공공성과 부합한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는 시장의 실패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대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공공부문을 지렛대로 경제정의와 공정한 시장규칙을 강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특히 공기업을 매각하면 대부분 재벌이나 외국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독과점의 심화를 초래하고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 좋은 일자리 유지·확대를 위해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 자신이 향후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하겠다고 공약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민영화가 되면 사적 자본은 가장 먼저 비용절감이라는 이름으로 고용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보편 복지를 위한 핵심의 하나는 복지 인프라를 상당부분 공공 영역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전기·가스·우편·철도 등 모든 국민이 이용해야 할 보편적 서비스가 그러하다. 사적 자본이 보편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지역에 대한 서비스 폐지나 전반적 서비스 비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전 세계가 경험했던 바다. 향후 정부가 지출하는 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민영화가 아닌 공공성 유지·확대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황당한 주장도 나온다. 국가재산을 팔아 복지비용으로 쓰자는 것이다. “앞으로 복지·교육·의료·통일 비용 등 정부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재원조달에 필요한 세금과 국가부채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지출과 비능률을 줄이기 위해 요구될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세입증대로 복지비용 조달과 재정 적자해소를 위해서라도 절실하다.”(한국금융신문 2013년 2월7일자 칼럼) 공공부문이 사적 자본에게 넘어가면 고용이 줄고 서비스 요금이 올라 개인과 정부가 지출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사례를 무시한 주장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해 온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 매각대금에 현혹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 장기침체로 인해 전 세계가 민영화보다는 공적 인프라를 동원해서 어떻게 고용을 유지하고 사회안전망을 지키는가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경우는 외채 때문에 국제기구의 압박에 못 이겨 나라재산을 팔아야만 하는 그리스 같은 경우다. 그리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올해에 국영가스와 복권 사업 등을 팔아서 빚 갚을 돈 26억 유로를 마련하기로 국제통화기금 등 트로이카와 약속했기 때문이다.지금 시점에서 민영화는 ‘선진화’가 아니라 ‘굴욕’에 가까운 행위다. 박근혜 정부가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한발 더 나아가도록 만들려는 생각이 있다면 사적 재산을 늘릴 게 아니라 공적·사회적 재산을 튼튼히 해야 한다. 공적 재산은 사적 자본에게 한 번 매각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표 ] 최근 공기업 민영화 추진 이슈 요약(언론 보도 종합) 분야대상내용 요약금융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박근혜 정부로 민영화과제 이월됨.- 금산분리 강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축소 등 변화된 환경이 있음.- “은행의 대형화와 민영화의 문제점이 금융위기 이후 부각된 데다 중소기업 육성 등 국책은행의 정책기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정부 소유 대형은행의 민영화가 유보될 가능성이 있다.”(키움증권 연구보고서) 수도홍성군 상수도 위탁 하수도 운영 민영화- 2012년 말 전국 21개 지자체가 상수도 민간위탁체제로. 홍성군은 민영화의 전초작업이라는 반대 여론 때문에 올해 잠정 중단. – 2013.2.2일부터 ‘공공하수도 민간 책임 대행제’ 실시 시작철도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철도 관제권을 분리하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민영화의 전제), – 철도공사로부터 철도역사 소유권 회수 계획, – 수서발 고속철도(KTX) 민영화 추진* 교통복지 차원에서 철도의 사회적 역할은 더 커지고 있음.전기발전- 정부가 6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에서 전체 발전 용량의 74%를 민간에게 허용하는 방안 추진(현재 16.2%)공항청주공항 민영화 인천공항 면세점- 청주공항관리(주)가 2013.1.15일까지 인수납금을 내지 못해 청주공항 민영화 무산, 재추진. – “청주공항 운영권 매각 실패는 공항 활성화를 민영화로만 인식한 정부의 졸속 매각에 따른 결과”(민주당 김형근 도의원)-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2012년 12월 공개입찰 했으나 참여자 부족으로 유찰. 정부가 재 공개입찰 추진.* 인천공항 면세점에는 다른 민간 면세점과 달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납품하는 비율이 40%를 유지하고 있음.- 이후 부산항 면세점 민영화도 추진 계획기업한국항공우주산업(KAI) – 2012년 12월 매각 입찰이 유찰됨.- 민영화 계속 추진.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