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2013년이 밝았다. 하지만 밝아오지 않은 세계 경제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사실 언제 밝아올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태이다. UN은 2.4%로 201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각 국의 경제정책이 잘 작동할 경우 3.8%까지 높아질 수도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0.2%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경제는 어떨까? 정부는 3% 성장을 예상했지만, 아마 2.5%대에 그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가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때문에 세계 각 국 정부의 최대 목표는 이 침체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이다.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도 경제 회복, 경제 안정이다. 새로운 세대투표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된 50대 유권자들이 박근혜 정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그나마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었다고 이야기된다.그런데 스티글리츠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위기 이후의 위기들”이라는 글에서, 우리가 더 큰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 침체보다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더 위협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지구온난화, 사회구조의 변화, 세계불균형, 불평등 심화이다. 위대한 학자가 가질 수 있는 거대한 시야이다. 스티글리츠가 제시한 진짜 중요한 문제들에 비하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걱정 따위는 근시안적이다.그렇다고 경제 문제가 하찮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티글리츠의 의도도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문제에만 집중하느라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거나 혹은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구온난화, 사회구조의 변화, 세계 불균형, 불평등 심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경제침체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우리의 새 정부도 경제성장에 급급해서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라는 우리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경제회복과 성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방향은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을 제한하여, 더 많은 경제주체들에게 기회를 주고, 노동권을 강화하고, 복지를 확대하여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여야 한다. 그것이 ‘뒷탈’없는 경제성장으로 가는 길이다.위기 이후의 위기들(The Post-Crisis Crises)2013년 1월 7일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유로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때문에 세계 경제의 장기적 문제들이 간과되고 있다.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느라 이 문제들은 더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를 매우 큰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구온난화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악화는 탄소배출 증가를 늦추겠지만, 이는 그저 짧은 유예기간을 얻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세계의 온도를 고작 섭씨 2도 낮춘다는 제한된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매우 느리게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갈 경우 미래에는 탄소 배출의 급격한 축소가 요구될 것이다.어떤 이들은 경제 침체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는 나중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 경제를 개선하는 것이 총수요와 성장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기술적 진보와 세계화의 흐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급격한 구조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정도로 충격적일 수 있으며, 시장은 이런 충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대공황(Great Depression)이 농촌의 농업 경제로부터 도시의 제조업 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처럼, 오늘의 문제도 일정 정도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탄생해야 하는데, 현대 금융시장은 새로운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투자와 착취를 선택했다.또한 구조적 변화를 만드는 과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 중에는 건강과 교육이 있는데, 이 두 분야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시장 불완전성을 근본적 특징으로 갖고 있으며 평등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이다.2008년 위기 이전부터 세계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독일과 중국 등 무역수지 흑자 국가들이 소비를 늘려야 한다.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실제 유로 위기가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이 수출을 통해 장기간 쌓인 흑자를 처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GDP 대비 비중으로 보았을 때 줄어들고 있으나 장기 추세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미국의 무역 적자는 국내 저축이 늘어나고 세계 통화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저축 상황은 좋지 않아 경제 침체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아마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소비를 늘린다고 해도 반드시 미국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와 교육 같은 비무역재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공급 체인의 심각한 불안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중국 수출제조업자에게 생산요소를 공급하는 국가들에게 그렇다.마지막으로 불평등 속에 세계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빈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소득 상위 집단이 점점 더 많은 경제 성과를 가져갈 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중산층이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에서 기회의 평등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대침체(Great Recession)가 불평등의 추세를 악화시켰지만, 대침체가 있기 이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였다. 실제로 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불평등의 심화가 경제 침체의 이유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에 관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구조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대다수 시민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경제, 정치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이 상태로라면 경국에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것이고, 사회 제도나 체제는 그 권위를 의심 받게 될 것이다.그나마 좋은 소식은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격차가 지난 30년 동안 대단히 좁혀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빈곤상태에 있으며, 저개발국가와 그 외 국가 사이의 격차는 아주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다.국가 간 격차에 관해서는 불공정한 무역 협정도 문제이다. 농업 보조금을 통해서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것은 가난한 국가의 많은 이들의 소득이 농업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선진국은 친개발무역체제를 창출하기 위해 2001년 11월 도하에서 맺은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빈곤국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2005년 글렌이글스 G8 정상회의에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시장은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풀 수 없다. 지구 온난화는 본질적으로 “공공재” 문제이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정부가 더 많은 행동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재정감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 때에 더욱 필요하다.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발생할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재정적자를 격렬히 반대하고 긴축정책을 옹호하는 자들의 주장은 오늘의 경제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미래의 전망도 어렵게 만든다. 이런 모순은 총수요 부족과 함께 오늘날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지구온난화, 세계 불평등과 빈곤,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추구할 때 우리들 자신을 구제할 수 있다.▶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