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유럽 위기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유력 기관들의 올해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전망을 모조리 엉터리로 만들어놓았을 뿐 아니라, 향후 세계경제 전망을 대단히 어둡게 만들고 있는 유럽위기에 대해 아직 누구도 해결을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5000억 유로 규모의 유로 안정화기구(ESM)도 공식 출범했고, 유럽중앙은행이 단서를 달긴 했지만 회원국 국채 무제한 매입까지도 선언해 놓았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위기가 진정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 와중에 성장률은 계속 추락하고 반대로 실업률은 뛰어오르고,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저항의 대열을 이루고 있다. 사실 근원적 해법은 나와 있었다. 경제 동맹에 상응하는 정치동맹을 만들어 미국과 유사한 진정한 유럽 합중국으로 발전시키든지, 아니면 채무위기국가들이 유로 통화 동맹을 빠져나와 독립적인 환율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하게 해주든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동맹으로 가는 길은 이상적이지만 아득히 먼 길이고, 통화동맹에서의 이탈은 위험성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공포’스럽다는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계화를 접근해온 선두주자이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ck)은 유로 존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의 트릴레마’로 분석하고 세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유럽이 민주주의를 지속시킨다는 전제아래 각 국가의 주권을 버리고 정치통합을 이루든지, 아니면 세계화를 버리면서 통화동맹을 깨고 민주주의와 각 국가의 정치, 경제 주권을 적극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든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럽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에 대한 한층 진전된 설명 틀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아래는 10월 8일자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제된 대니 로드릭 교수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주권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Sovereignty)2012년 10월 8일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대니 로드릭(Dani Rodrick) 유럽의 신재정협약에 대한 프랑스 의회의 최근 논쟁에서, 사회당 정부는 그 협약의 비준이 프랑스 주권을 침해할 것이라면서 완강하게 거부했다. 장 마크 아이로(Jean Marc Ayrault) 총리는 그 협약이 “공공지출 차원에 국한된 제한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서, “예산 주권을 프랑스 의회가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이로 총리가 자신의 사회당 멤버를 포함해서 신재정협약에 회의적인 동료들을 안심시켜고 하던 시점에, 유럽 집행위원인 호아킨 알무니아(Joaquin Almunia)는 브뤼셀의 사회민주당 동료들에게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뒤를 이어 그는 세계화와 주권은 서로 충돌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국가 주권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고, 특히 좌파 정치가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국가의 주권을 상당 수준 제한할 수 있느냐 여부에 유로 존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유럽 지도자들은 유권자들을 오도시키고 있고 민주 정치의 유럽화를 지연시키고 있으며, 결국은 치러야 할 정치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유로 존이 완전한 경제적 통합을 열망하면, 국가 사이의 무역과 금융활동을 지연시키는 거래비용이 제거된다. 명백히 경제통합은 국가 사이의 무역과 자본 이동에 대한 직접 규제를 각국 정부가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제품 안전 표준이나 은행 규제와 같은 국내법이나 국내 규제들을 다른 유로 국가들의 것과 조화시킴으로써 간접적 무역 장벽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거래비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런 유형의 정책 변경 자체를 각국 정부들은 포기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유럽 단일시장 계획안에 내포되어 있었다. 유로 존은 한 발 더 나가 통화를 통합함으로써 국가별 통화와 관련된 거래비용과 환율 위험을 제거하고자 했다. 간단히 말해서, 유럽 통합 프로젝트는 유로 소속국가들의 국가 주권을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만약 지금 유럽 통합의 미래가 의심스러워졌다면, 그것은 다시 한 번 국가 주권이 통합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 수준의 정치적 기구에 의해 뒷받침되는 진정한 경제동맹이었다면, 경제 동맹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그리스나 스페인 등의 금융 문제가 지금 상황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생각해보자. 플로리다 주는 다른 주들과의 거래에서 기록적인 경상수지적자를 내고 있다. 만약 플로리다 주 정부가 파산한다 하더라도 플로리다 은행은 정상적으로 계속 영업을 할 것이다. 은행들은 주정부 관할이 아니라 연방 정부의 관할 아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플로리다의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주정부의 재정이 투입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은행은 최종적으로 연방기구의 책임아래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되면, 워싱턴(연방정부)으로부터 실업수당을 받게 된다.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경제에 불만을 갖게 되더라도 플로리다 주 수도에 와서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연방정책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자기들이 뽑은 연방 의회 의원들을 압박할 것이다. 아무도 미국의 주정부들이 상당한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권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이해 역시 잘못되었다. 주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모두 비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학은 ‘민주적 위임(democratic delegation)’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서 국제기구나 독립적인 기관에 위임되는 등의 방식으로 어떤 형태의 주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중앙은행에게 통화정책을 위임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해 일상적인 통화정책 관리는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있게 된다. 주권에 대한 선택적인 제한이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통합으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주권) 제한들이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국내정치에서는 (주권)위임이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진다. 그리고 사안이 대단히 기술적이거나 정당들의 견해 차이가 크지 않은 좁은 영역으로 국한된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세계화라면 이런 한계들을 존중할 것이다. 그것은 민주적 위임에 정확히 부합하는 한도에서, 그리고 자국의 민주적 숙고를 증진시킬 수 있는 제한된 절차적 표준(예를 들어 투명성, 책임성, 대표성, 과학적 명확성 등)을 따라서 수행될 때 허용될 것이다. 미국의 사례가 말해주는 것에 따르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다른 미국의 주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내려면 대표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초국가적 정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가 각 국가의 국내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해주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세계화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말해주듯이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잘못 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치적 트릴레마가 착목하려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셋 중에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정치적 동맹이냐 경제통합 해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은 명시적으로 경제 주권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주권을 사용하든지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주권을 유로 차원으로 위임한다는 사실을 – 역자)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민족국가 수준을 넘어선 유로 차원의 민주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장기적인 회복을 기대하면서 각 국가의 통화와 재정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유로 통화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 선택이 지연되면 될수록, 궁극적으로 지불해야 할 경제적 정치적 비용은 커질 것이다. ▶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