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공공선택이론과 사회선택이론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성은 각 집단 고유의 ‘정의’ 관념에 입각하여 사회적 공론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성은 시장실패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에서 인정하는 시장실패로는 외부성, 공공재, 독점의 3가지가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실패에 대해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시장과 유사한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공공재에 대해서는 린달균형(Lindahl equilibrium)이란 것을 통해 해결한다. 린달은 스웨덴 경제학자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 수요 곡선은 개별 수요 곡선을 합하여 구한다. 예를 들어 음료수 한 병의 가격이 500원일 때 각 사람마다 원하는 개수를 구한 후 다 더한다. 하지만 공공재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비배재성과 비경합성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화가 공급되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소비가 가능하다. 즉,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린달이 내놓은 해법은 수량이 정해져 있을 때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더해서 가격을 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공재의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 자신이 필요한 재화의 양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린달균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정부실패의 결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독점의 경우, 경쟁을 도입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연독점의 경우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 자연독점이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한계비용이 계속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IT산업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복제비용은 0원이다. 그렇다면 최대로 생산하여 0원에 파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가장 이로운 상태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지적재산권 등을 도입해서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산업이라 불리는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운편 등도 모두 자연독점이다. 이 같은 자연독점은 그 자체를 분할시켜서 독점을 해결하려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가격규제를 한다. 외부성의 경우, 피구라는 영국의 경제학자가 해법을 제시했다. 긍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외부선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고, 부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외부악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이 앞서도 설명한 바 있었던 피구 해법이다. 그에 비해 코즈는 재산권이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고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수 있다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개인들끼리 거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코즈 정리를 내놓았다. 코즈 자신이 그렇게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자들은 코즈 정리를 국가 개입 배제의 원리로 사용해왔다. 위의 세 가지 해결책을 종합한 것이 주류경제학의 공공경제학에서 가르치는 공공선택 이론이다. 대표적 학자는 뷰캐넌(Buchneon), 털럭(Tullock)이 있다. 공공경제학의 내용은 결국 시장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학도 사회선택이론에서 애로우(Arrow)와 센(Sen)이 정의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선택이론이란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전체적인 복지와 후생을 극대화하는 자원배분 절차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개개인이 모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도 사회 전체적으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후생경제학자이며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애로우는 일관성, 만장일치, 비독재성, 보편성, 독립성 등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5개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는 절차는 없다는 불가능성의 원리를 내놓았다. 이는 다시 말해 인류가 이성으로 사회 전체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체제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998년 아시아인으로서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센은 정교한 수리모형을 개발하여 앞의 5개 조건을 계량화하여 사회전체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공리주의적 입장으로 개개인의 효용의 합이 가장 크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후생을 극대화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와 함께 센은 그동안의 경제학이 주로 합리성과 효율성만을 주된 목표로 삼았으나 앞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 정의라는 정치사회학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 분배정의 실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성을 갖는 재화의 종류구체적으로 공공성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분류하고, 그 성격에 맞는 공급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 공공재와 공유자원 공공재와 공유자원은 사회적 딜레마에 속하므로 명백히 공공성을 지닌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는 공급할 수 없거나 자원 고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공공경제나 사회경제에서 공급하거나 관리해야 할 분야이다. 2) 필수재(necessary goods) 식량, 의료 등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량 이상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합의하는 재화이다. 수요곡선의 균형가격 아래에 생기는 수요, 다시 말해 돈이 없어 소비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는 시장의 근원적 한계이며 이는 아담 스미스와 마샬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재화의 공급에는 국가재정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 3) 네트워크재(network goods) 네트워크재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계비용은 감소하고 한계효용은 증가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술적 자연독점이 발생한다. IT산업이나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를 가진 산업들이 이런 성질을 가진다. 우리가 흔히 공공서비스라고 부르는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네트워크재는 필수재에 속하므로 평등의 요구가 강해서 교차보조금을 주어 지역별, 계층별로 고른 공급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또 초기 설립비용이 커서 국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4) 가치재(merit goods) 머스그레이브(Musgrave)는 예방 의료, 의무 교육 등 개인에게 맡겨 둘 경우 과소소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치재로 정의했다. 최근 행동경제학이 밝힌 것처럼 인간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할인율이 대단히 높거나 자신에 대한 낙관이 과도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재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의료, 교육 등은 국가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음의 가치재는 똑같은 이유로 과잉소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음주, 흡연이나 도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 가치재의 성격에 따라 국가가 공급하거나 사회적 보험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사적 공급을 하되 규제하는 방식(예컨대 죄악세를 부과하는 경우). 사회적 유도와 권장 등이 제시된다.5) 안보재(security goods) 안보재란 식량, 에너지, 국방 등 국가나 공동체의 안보에 필수적인 재화를 말한다.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가격의 변화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안보재의 경우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허용할 경우 개인이나 공동체, 국가가 존립의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국가나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6) 체제재(system goods) 금융, 언론 등 사회경제 체제를 구성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체제는 그 자체로 공공재이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최근의 세계금융위기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이라는 규제 대상을 설정하여 금융이 체제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거시 건정성 규제(macro prudential regulation)라는 새로운 규제수단을 채택하도록 했다. 한편 언론의 경우 민주주의는 공공재이며 언론은 민주주의의 존립에 필수적인 재화라는 점에서 체제재에 속한다. 그러나 언론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이므로 공공성이 강하다 하더라도 국가가 소유하거나 통제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공공성을 관철시키는 방식은 시민의 참여와 협동이 되어야 한다. 7) 기타 공공성은 사용가치의 특성에 주목하며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폭넓고 다양하게, 또 구체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공공성을 지닌 재화의 목록은 상식에 기초한 아주 소박한 설명이다. 더구나 시장실패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므로 미래에 새롭게 등장할 공공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당장 검토해 볼만한 이론을 몇 가지 더 소개하면 우선 사회철학자 테일러(Taylor)가 제시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재(irreducibly social goods)라는 개념이다. 테일러에 따르면 이런 사회재는 시장 밖의 조직인 국가나 공동체,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 자선단체 등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효율과 평등을 높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지위재(position goods)와 관계재(relational goods)가 있다. 지위재란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되는 재화이다. 소위 말하는 명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사회적 분리와 질투를 유발하여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 재화나 서비스들이다. 반면 관계재란 사람들 간의 관계, 공유 속에서 효용이 더 높아지는 재화를 말한다. 사회서비스 중에서도 돌봄 노동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즉, 지위재가 부정적인 외부성을 발생시킨다면 관계재는 긍정적인 외부성을 창출한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위재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관계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면세를 해줄 수 있다. 공공성이란, 사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공적 가치를 공론장에서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합의하여 공공가치 행정의 방식으로 조달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공성의 대상이 되는 재화와 서비스에 관해 어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이후 시장실패론 등 산업구조를 분석하여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공공성의 특징을 파악하여 적절한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공공성이라고 해서 언제나 공공경제 혹은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재화나 서비스, 산업분야에서 공공경제와 시장경제, 그리고 사회경제의 최적 조합을 의식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8)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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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시장에서는 해결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