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선진국 경제라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졌으며, 그 탈출구는 쉽사리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이 아시아다. 정확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의 회장이며 수석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힘든 시기를 아시아가 훌륭하게 버텨왔다고 평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 등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리스 사태로 유로존 붕괴가 이야기되고 있는데, 아시아에 들어와 있는 유럽 은행들의 자본 비중과 대 유럽 수출 비중을 생각할 때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무역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최종재의 수출은 결국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로치는 해외 수출 시장의 변동으로부터 오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내 시장의 수요를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하지만 최근 몇 번의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이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유럽연합의 향방이라는 거대한 도박에 목을 매고 있다고 지적했다.아시아 지역내 시장 수요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아시아 각 국의 민간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따라서 아시아 각 국은 국내적으로는 소득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을 펴면서 국외적으로는 외부 충격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모색해야 한다. 위험에 노출된 아시아(Asia Exposed)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2012년 5월 28일아시아 국가들이 2008년과 2009년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쭐해하는 것은 이해할 만했다. 수출 중심의 아시아 경제는 1930년대 이후 세계 무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상당히 힘든 시기를 훌륭하게 버텨오고 있다.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그러나 지금은 또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4년 동안 아시아는 두 번의 거대한 외부 수요 충격을 맞게 되는데, 이번 경우는 유럽이 문제이다. 유럽의 심각한 국가부채 위기는 그간의 가벼운 침체를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럽 전역으로 위기를 전염시킬 수 있다. 이는 아시아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금융과 무역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아시아는 유럽의 경제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유럽 은행들의 위기로 인해 아시아가 맞게 된 위험도 적지 않다. 잘 발달된 자본시장이 부족한 아시아에서는 은행자금이 매우 중요하다.실제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유럽의 은행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전체 자금 중 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은행의 비중보다 3배 많다. 유럽은행의 비중은 특히 거대한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크다. 오늘날 아시아는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거의 다 붕괴되었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보다 해외 은행의 위기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무역에서의 변화 역시 우려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아시아의 가장 큰 해외 수요 원천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이는 변했다. 중국이 놀랄만한 성장을 하는 것과 함께 미국 중심에서 중국 중심의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변하고 있다.이는 다행스러운 변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2010년 전체 수출 중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4%까지 하락했다. 1998년에 34%였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아시아 지역 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36%에서 2010년 44%로 급격히 증가했다.이런 변화는 아시아가 서구의 반복되는 위기 앞에서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자립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IMF의 연구에 의하면, 아시아의 전체 무역 중 60~65%가 “중간재”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국가에서 부품을 만들고, 중국에서 이를 조립하여, 결국은 서구 시장에서 최종재가 되어 팔려나가는 구조이다.또한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종 수출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중심으로 구성된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거대한 선진국 수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 유럽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은 중국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2007년 유럽연합은 중국 수출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넘어섰다. 2010년 미국이 중국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였던 반면 유럽연합은 20%를 차지했다.다시 말해, 중국 중심의 아시아 경제는 유럽연합이라는 실험의 결과에 그 운명이 달려있다. 그런데 실험의 결과가 좋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선진국에서의 경제 위기로 인해 국내 경제가 둔화되는 현상을 자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점점 통합되고 있는 아시아의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2008년 후반이나 2009년 초반에 비해 아직은 경기침체가 심각하지 않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당시 중국의 수출은 일곱 달 동안 급격히 하락했었다. 2008년 7월 연 26%의 증가를 보이던 수출은 2009년 2월 27% 감소로 폭락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 수출 증가가 2011년 20%에서 2012년 4월 5%로 둔화되었다. 이 역시 심각한 감소이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심각한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다. 물론 유로존이 무질서하게 붕괴된다면 상황은 바뀔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에는 2008년에 비해 조금 더 낙관적이다.나쁜 소식은 반복되는 외부 수요 충격으로부터 아시아가 아무런 교훈도 얻고 있지 못해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내부 수요만이 외부 경제에 대한 취약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시아는 아직 제대로 된 방화벽을 구축하지 못했다. 민간 소비는 2010년의 경우 아시아 개발도상국 GDP의 4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02년에 비해 10% 포인트 떨어진 수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견뎌낼 수 없다. 최근 아시아의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이, 중국은 아시아의 잃어버린 소비 수요를 공급해주는 열쇠를 쥐고 있다. 최근에 제정된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은 아시아의 역동성과 반복되는 서구의 위기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유럽위기로 인해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재조정하려고 했던 5개년 계획의 실시가 늦어질 수 있다. 위기를 확산시키기 쉬운 세계화의 특성 상 안전지대는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도 경제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다. 유럽 위기가 깊어질수록 금융과 무역이라는 두 개의 연결 통로는 아시아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소비 중심의 재조정은 중국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경제를 구성하는 다른 국가들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이다. 이를 이루지 못한다면 아시아의 상태는 더 악화될 것이다.▶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