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선택, 아이슬란드의 선택

By | 2012-05-23T23:28:09+00:00 2012.05.23.|

그리스가 또다시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의 기로에 서게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5일 기사에서 “그리스가 직면할 여러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은 한발 더 나아가서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6월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며 극단적인 상황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무관하게 그리스 국민들에게 극단적인 국면은 이미 한참 전에 와 있는 상태다. 지난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무려 마이너스 6.9%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후퇴다. 올해도 공식적으로는 마이너스 4.7% 이상 추락할 것으로 전망돼 2008년부터 무려 5년 연속 경기후퇴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스경제는 사실상 파탄난 것이고 공황상태라고 봐야 한다. 실업은 더 끔찍하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던 2008년 9월까지 그리스 실업률은 7.5%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여느 유로존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 그리스 실업률은 21.7%로 악화됐다. 청년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경제위기 기간 동안 3배나 악화된 것인데, 최근 이렇게 고용상태가 악화된 사례 자체가 없다. 이 짧은 기간 그리스 국민과 노동자들이 겪었을 불안과 공포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그리스 경제에 파국이 닥쳤다고 하니 무엇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인지 가늠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똑같은 시기 똑같은 지역의 다른 나라 사례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아이슬란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가경제가 파산에 이르면서 가장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이슬란드의 경험은 조금 다른 사례를 제공한다. 아이슬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10배가 넘는 부채로 위기에 몰린 아이슬란드은행을 국민세금으로 구제하는 대신 과감히 파산시켰다. 그리고 강력한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45억유로에 달하는 영국과 네덜란드 예금(Icesave) 지급을 국민투표로 부결시켜 버렸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주택가격의 110%를 넘는 부채를 전면 탕감해 주는 ‘110% 합의’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말하자면 지금 그리스에 대해 구제금융을 해 주고 있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트로이카가 주문하는 유형의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국제금융시장의 기본규칙을 깨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고 신용평가는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국제금융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됐을까. 물론 2009년 성장률은 마이너스 6.8%, 2010년에는 마이너스 4.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률이 플러스 3.0%로 올라섰다. 금리와 물가가 안정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시작되고 있다. 올해도 그리스와는 딴판으로 2.1%의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실업률은 7% 수준에 멈춰 있다. 심지어 지난해 7월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10억달러의 채권을 소화했고, 8월에는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졸업했다. 올해 2월에는 신용등급이 다시 올라가 투자적격 등급이 됐다. 신용평가사의 압력과 국제금융기관의 경고를 무시하고 아이슬란드가 채권자들에게 강경하게 대했던 점이 오히려 위기극복 요인이 됐다. 아일랜드나 그리스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유로존에 속해 있지 않았던 아이슬란드는 자국 통화인 크로나화를 절반 가까이 평가절하시켜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고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이에 반해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통화를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정책을 구사해 경상수지를 반전시킬 수가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보면서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리스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라며 “자국 통화(드라크마화)로 복귀하고 급격한 통화절하를 통해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를 성장세로 돌려 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는 중이다. 루비니 교수에 의하면 아이슬란드뿐 아니라 달러부채를 페소화(pesofied)시켰던 아르헨티나도 2001년에 그랬다. 미국도 1933년에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에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달러를 69%나 절하시켰다. 2001년 아르헨티나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중앙은행 총재를 했던 블레저는 이런 조언을 했다. “IMF 등이 그리스에 주문하는 긴축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리스가 긴축안이든 민영화든 구제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이행한다고 해도 2012년 말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올해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지금 그의 예측대로 되고 있다. 과연 그리스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6·17 재총선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다.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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