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도 그리스와 유로의 붕괴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지금 유로의 붕괴 전망 여부는 연간 단위의 시간대가 아니라 월간 간격으로 눈앞에 닥친 문제라면서 심지어 6월 안에 그리스의 유로 탈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5월 13일자 블로그에서 유로 붕괴의 4단계 시나리오를 묵시록처럼 던지기도 했다. 폴 크루그먼의 유로 붕괴 시나리오 1. 그리스가 유로를 탈퇴한다. 6월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very possibly next month).2.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고, 예금자들은 자금을 독일로 옮기려고 할 것이다. 3. 아마도 예금의 국외 유출이나 현금인출을 금지하는 사실상의 통제도 가능하다. 대체 방안으로 또는 동시에 유럽중앙은행이 은행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신용공여를 해준다. 4. 독일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고, 과감한 전략수정을 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스페인의 조달 금리를 낮추기 위한 부채 지급보증과 동시에 부채의 상대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현재 2%에서 3% 이상으로)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로 존은 붕괴한다(End of the euro).앞서 소개했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가그리스와 유로 존 모두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루비니 표현을 빌면 ‘양쪽 모두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이별’)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반면에,크루그먼은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가 곧바로 스페인 은행으로 번지면서 결국 유로 존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루비니와 크루그먼은 모두 유럽의 긴축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하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또한 크루그먼도 그리스에 부과된 긴축 조치가 경기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지난 2월 2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는 매우 파괴적인 결과를 낳겠지만 다른 대안이 바닥나고 있다고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의 현실을 일찌감치 인정했다. 더 나아가 크루그먼은 유럽중앙은행이 연 2%대의 물가안정 목표에 너무 집착하여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나머지, 적극적인 완화적 통화정책과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더 공격적인 금융지원을 못하는 것을 비판하고,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는 과감한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에 얽매인 독일이 유럽중앙은행을 압박하면서 지금의 상황 악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독일의 정책 전환이 결정적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의 요지를 간결하게 보여준 것이 지난 5월 17일자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폴 크루그만의 칼럼 ‘묵시록은 확실히 곧 온다.(Apocalypse Fairly Soon)’이다. 루비니 글과 함께 대조하면서 읽어본다면 임박한 그리스 유로 존 탈퇴와 유럽 위기를 빠르고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묵시록은 확실히 곧 온다.(Apocalypse Fairly Soon)2012년 5월 17일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정치적 동맹 없는 통화동맹이라는 결함을 가진 거대한 실험이 어떻게 균열되어갈 것인지를 보는 것이 갑자기 쉬워졌다. 우리는 장기적 전망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연간 단위가 아니라 월간 단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어날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유로는 여전히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유럽의 지도자들, 특히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몇 년 동안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훈계를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임시방편의 대책을 그만두고 기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과정은 이렇다. 유로체제가 탄생했을 때, 유럽에는 거대한 낙관주의적 물결이 지배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돈은 스페인과 다른 나라들로 쏟아져 들어갔고 그것들은 안전한 투자처럼 보였다. 이와 같은 자본의 홍수는 주택거품과 거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메우는데 충당되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의 홍수는 말라버리고, 그로 인해 이전에 거품이 일어났던 바로 그들 국가들에서 심각한 침체가 왔다. 바로 그 시점에서, 유럽 정치동맹의 부재가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플로리다와 스페인 모두에서 주택거품은 있었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택 거품이 터졌을 때는 퇴직자들이 여전히 워싱턴(중앙정부)으로부터 사회안전망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스페인은 이에 비견할 만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거품이 터지자 재정위기로 이어진 것이었다. 유럽의 해법은 긴축(austerity)이었다. 채권시장을 다시 안심시키기 위해 잔인한 지출삭감을 단행했다. 그러나 지출삭감은 남유럽 경제의 경기침체를 더 심화시켰고 그럴수록 투자자의 확신은 약화되고 정치적 불안정성은 증대되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의 순간이 왔다. 당장은 그리스가 초점이다. 실업률이 22%가 넘고, 청년 실업률은 50%가 넘도록 만든 긴축정책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긴축정책을 시행한 정당들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급격한 태도변화의 결과는 극단주의 세력을 부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6월 17일 다음 재총선에서 (지금까지 긴축을 지지해온- 역주) 현재의 지배연합이 다수의 자리를 연명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기본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이미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요구하는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 지금 뭘 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그리스는 약한 뱅크런(bank-jog)을 경험하고 있는 중인데, 점점 더 많은 예금자들이 그리스 유로 존 탈퇴를 예상하면서 은행에서 현금 인출을 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현재 그리스가 필요한 유로를 대출해줌으로써 그리스 은행에 사실상 자금공급을 해오고 있는데, 만약 유럽 중앙은행이 자금 공급을 중단하면 그리스는 유로화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자국통화(드라크마)를 다시 발행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다. 이처럼 유로에서 원래 통화로 역전되는 현상은 이번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으로 옮겨갈 것이다. 다시 한 번 유럽중앙은행은 자금공급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중단한다면 유로는 기본적으로 붕괴될 것이다. 여전히 금융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긴축과 침체로부터 벗어날 몇 가지 합리적 전망이 가능하도록 할 경제 여건이 이탈리아와 특히 스페인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여건을 제공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유럽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유럽에서 3~4%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수용하고 고무하는 것이다.(독일은 그 이상을 수용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과 독일은 이런 아이디어를 싫어한다. 그러나 이 방법만이 유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유럽 지도자들은 위기를 맞아 시간을 벌기위한 어중간한 조치로 대응해왔는데, 그들은 아직 그 시간을 쓰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의 시간적 여유는 없어지고 있다. 유럽이 마침내는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자. 그러나 단지 유로 붕괴가 전 세계에 미칠 부정적 파장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의 정책적 실패가 불러올 엄청난 비용이 아마도 정치적인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유로의 실패는 끔찍한 역사를 가진 유럽 대륙에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는 더 광범한 유럽 프로젝트의 거대한 실패로 간주될 것이다. 그것은 또한 긴축 실패가 진행되는 그리스에서도 똑같은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리스에서 정치적 주류세력이 불신당하고 극단주의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유럽의 성공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여전히 성공여부는 유럽인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 임무를 해낼 수 있는지를 보려고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 원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