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주유소’는 대안이 아니다

By | 2012-04-28T09:55:59+00:00 2012.04.28.|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조직인 화물연대가 5, 6월에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파업 투표는 2월에 이미 가결된 바 있다. 이쪽 소식에 밝은 분에게 들어보니, 기름 값 폭등으로 거의 한계상황에 돌입해 있다고 한다.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는 것이다. 마진이 줄어들고 있지만 관계가 워낙 불균형하다 보니, 대기업 물주가 정하는 운임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유가 폭등의 고통이 점차 확산되는 느낌이다.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 공급시장에 삼성을 끌어들이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삼성토탈이라는 새로운 도매 공급업자를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정당들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규제를 앞 다투어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삼성이라는 국내 제1의 재벌을 키우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놀랍다. 정부는 삼성토탈을 ‘트로이의 목마’로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가재는 게 편’이 될 것이다.사실 현재의 석유제품 시장 구조로 볼 때 삼성토탈이 정유 4사로부터 담합 구조의 말석이나마 인정받을지도 의문이다. 사회권력은 삼성이 최고지만, 석유제품의 시장권력은 정유 4사가 삼성토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는 완결 구조에 다다른 상태다. 원유 수입부터 정유제품 생산과 공급 그리고 중간 및 최종 유통에 이르기까지 상하류 전 부문이 정유 4사에 장악돼 있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수직계열화가 완벽히 구축돼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정유 4사의 시장점유율은 1단계 유통의 99.4%, 2단계 대리점 유통의 82%, 3단계 주유소 유통의 94%에 달한다. 삼성토탈은 1단계 유통의 0.6%, 그것도 일부를 담당할 뿐이다.여기서 잠깐, 삼성토탈이라는 낯선 이름으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역사적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정부가 삼성토탈에 부여한 임무는 0.6%에 불과한 4개 비정유 수입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입업자의 몰락은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 완화의 결과였다. 2002년에는 비정유 수입업자가 시장점유율 10%, 개수 20여 개까지 육박하던 때가 있었다. 이 정도면 독과점의 횡포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그러나 저장시설, 비축 의무 등이 정유 대기업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몰락의 수준에까지 다다랐다. 정부의 이번 유가안정대책이 실효성을 조금이라도 거두려면 이러한 규정들이 삼성토탈이라는 비정유 대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다시 전환돼야 한다. 결국 중소업체가 몰락한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삼성 재벌에 특혜가 주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다시 화물연대로 가자. 정상적으로 운행해서는 이제 적자를 감수해야 할 지경에까지 내몰린 화물노동자들은 화주 대기업에는 표준운임제를, 정부에는 유가보조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각각은 대기업과의 불균형한 권력구조를 바로잡는다는 성격과 조세 지출의 재분배 효과를 높인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가 답이다.이 글은 여성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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