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미국의 사회학자 콜록(Peter Kollock)은 1998년 ‘사회적 딜레마 : 협동에 관한 분석(Social Dilemmas : The anatomy of cooperation)’에서 기존의 연구들을 정리해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동기에 의한 해결(Motivational Solution), 전략에 의한 해결(Strategic Solution), 구조에 의한 해결(Structural Solution)이다. 앞서 살펴본 노박의 논문과 함께 사람들이 왜, 어떻게 협력하게 되는지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설명이기에 소개한다. 동기에 의한 해결 – 인간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많은 사회적 딜레마 게임에서는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가정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 앞에서 살펴본 최후통첩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전부를 가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을 고려했다. 동기에 의한 해결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인간은 자신의 몫뿐 아니라 상대방의 몫에 대해서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즉, 동기에 의한 해결은 인간이 반드시 이기적인 것은 아니라고 가정한다. 때문에 이기심이 아닌 다른 동기를 부여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동기가 변화하면, 그에 따라 게임의 구조 자체도 변할 수 있다고 본다.1) 사회적 가치 지향사람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다양하다. 상대와 나 사이에 이득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기심이나 물질적 만족의 극대화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특히 많은 실험의 결과 자신이 얻는 결과와 함께 상대방이 얻는 결과에 대한 관심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았다.몇 가지 대표적인 분류를 보면 자신의 몫과 상관없이 상대방의 몫이 커지는 것을 선호하는 이타적 가치, 나의 몫과 상대방의 몫을 합했을 때의 결과가 최대화되는 경우를 선호하는 협력 지향적 가치, 상대방의 몫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으며 내 몫에 대한 관심만 기울이는 개인주의적 가치, 상대방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을 선호하는 경쟁 지향적 가치, 반대로 상대방과의 격차가 최소화되는 것을 지향하는 평등 지향적 가치도 있다. 이 외에도 독특하지만 순교적 가치, 가학적 가치 등도 있을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이처럼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같은 목적의 게임에서도 서로 다르게 행동한다. 연구자가 제시한 객관적 보수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실험 참가자에게는 그만큼의 가치보다 덜하거나 더하게 된다. 참가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객관적 보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자의 의도와는 달리 실험 참가자들이 주관적 판단 기준에 의해 게임의 구조를 바꿔버리게 된다. 그리고 개인이 갖고 있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렇다면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협력을 추구하는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버는 삶보다 남에게 도움을 베푸는 삶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매우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가치로 자리잡도록, 사람들의 머릿속을 바꾸는 것이다.문제는 어떻게 사람들의 머릿속을 바꾸느냐이다. 아쉽게도 이쪽 분야의 연구에서 아직까지 개인의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이 확실히 밝혀져야만 사회적 딜레마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계속되는 연구를 통해서 조금씩 그 베일이 벗겨지는 중이다. 협력지향적 성향과 경쟁지향적 성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나라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랜 기간 조사를 한 연구가 있다. 여기서 밝혀진 사실은 경쟁이 협력보다 확연하게 빨리 습득된다는 것과 경쟁의 정도는 나라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등교육, 그 중에서도 대학에서의 전공이 가치 성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여기서 나온 결과 중 재미있는 것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일수록 무임승차자가 되는 경향이 높았다는 것이다.2) 대화를 통한 정보 교환과 설득또 다른 접근법은 개인의 성향보다는 구조나 환경적 특징이 개인에게 주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 중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은 대화가 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실험자들에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자 협력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한 학자가 대화가 왜 협력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4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정보가 많이 제공될수록 협력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협력할 것이라면 나는 그냥 무임승차자가 되는 편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화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서로 명확한 약속과 협의를 할 수 있게 한다. 셋째, 대화는 도덕적 권고를 통해 옳은 것 또는 적절한 것을 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특히 도덕은 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연구 주제로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대화는 집단 정체성을 창조하고 강요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대화를 통해서 서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켜가는 것이 협력을 증진시켰다고 볼 수 있다. 3) 집단정체성집단정체성이 협력에 주는 영향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다. 동기에 의한 해결, 전략에 의한 해결, 구조에 의한 해결에 모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다. 대화가 부재한 곳에서도 집단정체성이 존재하는 경우 협력은 강화된다. 한 연구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경우 개인적 욕심을 억제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집단 사이에 경쟁이 있을 경우 집단정체성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상대방이 같은 집단의 구성원일 때 죄수의 딜레마는 사슴사냥 게임으로 변했다. 상대방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일 때는 여전히 죄수의 딜레마 형태로 게임이 진행되었다.하지만 집단 간의 경쟁을 부추겨서 집단 내의 협렵을 촉진하는 방식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집단 사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속에서 집단이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퇴행할 수도 있다. 왜 사람들은 같은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느낄 때 더 협력할까?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의 추구가 인간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전략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잘 되어야 나의 이익과 안전도 보장된다고 판단해서, 전략적으로 집단 내의 구성원들에게 이타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전략에 의한 해결 – 협력이 이익극대화의 전략이 되도록 하라전략적 해결책은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협력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방법이다. 이는 개인의 능력과 상대방의 행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체로 반복 죄수의 딜레마의 형태로 수렴한다.1) 상호성상호성에 기반하여 행동하면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는 앞서 소개했던 악셀로드의 토너먼트 실험이다. 그는 죄수의 게임을 반복할 경우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에 관핸 전 세계의 경제학자와 게임이론가, 컴퓨터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여기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매우 단순한 전략인 TFT 전략이었다. 이는 상대방이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방이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는 것이다. TFT 전략은 반복 죄수의 딜레마를 사슴사냥 게임으로 변화시켰다.악셀로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1984년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라는 글을 썼다. 여기서 협력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서로의 관계가 지속적이어야 한다. 둘째, 서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과거에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단 한 번 만나고 헤어질 사이이거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방이 알지 못하거나, 과거 내 행동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이기적이 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또한 악셀로드는 반복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첫째, 시기하지 말아라. 둘째, 먼저 배반하지 말아라. 셋째,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반에는 배반으로 대하라. 넷째, 너무 영리하게 굴지 말아라.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내가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협력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게임을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제로섬 게임이란 한 사람의 이익이 정확히 다른 사람의 손실이 되는 경우이다. 상대방을 빼앗으려고 하면 상호 간의 배반만 가져온다. 허나 이는 완전정보를 가정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과거에 협력했는지 아니면 배반했는지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때문에 실수와 오해가 난무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TFT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보다는 관대한 GTFT가 서로 배반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게 해준다. 이 역시 앞서 설명한 바 있다. 2) 상대방을 선택할 권리이는 착한 사람하고만 거래하는 전략이다. 앞서 상호성이 상대방이 배반할 경우 나도 배반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포기해버리고 다른 상대방을 찾는 전략이다. 모든 사람들이 협력적인 사람하고만 거래하려고 하고 배반자는 왕따 시킨다면, 당연히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집단 내에서의 평판이 중요한 영향을 한다. 3)무자비한 보복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두 명 사이에 발생할 때보다 여러 명 사이에 발생할 때 더욱 해결이 어렵다. 여러 가지 전략을 쓴다고 해도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용한 것인 무자비한 보복 전략이다. 즉, 전체 구성원이 모두 협력하는 조건에서는 나도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 명이라도, 한 번이라도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서 발생하는 무임승차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인류 역사 속에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 온 공동체들을 조사해온 연구에 따르면 이런 식의 강력하고 위험한 전략을 사용한 공동체는 없었다고 한다.4) 사회적 학습이 전략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개인들이 정밀한 이해타산에 의해 행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이기적 인간이기 때문에 보상을 해주는 것은 좋아하고, 손해를 입는 것은 싫어한다. 이를 이용해서 협력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배반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학습시키면 사회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5) 집단상호성다시 집단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전략적 해결에서도 집단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협력을 증진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단순하게 집단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집단 내부에서의 이타성을 높이는데는 효과적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타성은 집단의 구분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집단 내의 구성원들은 상호의존적이라는 믿음과 상호적이라는 기대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상호의존적이라는 믿음과 상호성에 대한 기대를 배제시키면 같은 집단으로 묶여 있어도 서로 간에 호의가 발생하지 않았다. 미래에 이 사람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배반하려는 욕심을 억누르고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9)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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