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여는글 ◆ 유럽 국채시장은 왜 붕괴하고 있는가(여경훈) 1.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쩔쩔매게 만든 유로 퍼즐2. 통화주권을 포기한 처절한 대가3. 국채시장 붕괴의 배경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있다. ◆ 유럽위기: 긴축은 위기해법이 될 수 없다(여경훈) 1. 긴축, 그 위대한(?) 반전2. 합성의 오류, 가계와 정부는 다르다.3. 조정, 손뼉을 마주쳐야 한다.◆ ‘하나의 통화, 하나의 시장’꿈의 좌절(김병권) 1. 그리스 디폴트를 넘어 유로 존 존립이 의문2.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에 대한 꿈3. 유럽 연방과 유로 지역 해체 사이에서 ◆ 유럽위기와 동아시아, 한국. (정태인) 1. “유럽의 꿈은 사라졌는가.”2.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과 한국경제에 대한 함의<<분열의 벼랑 끝에 몰린 유럽, 세계경제를 흔들다.>> “그리스는 지난해 최대 공기업 그리스 전력과 피레우스 항구, 엠포리키 은행 등 팔릴만한 정부 재산은 모조리 매물로 내놨다. 국유자산을 매각해 2015년까지 500억 유로를 마련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1월 이동통신 주파수를 3억 800만 유로에 매각한 것을 제외하곤 투자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유서 깊은 고대국가 그리스가 팔리고 있다면서 국가 채무의 늪에 빠진 그리스가 중요 국유자산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 처참한 현실을 소개한 언론의 보도 일부이다. 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국가들의 생활현장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세계가 2008~2012년까지 중앙은행 자금을 풀고 정부 빚까지 내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반짝 회복 효과에 그쳤을 뿐, 2008년 이후 세계경제는 좀처럼 성장활력을 찾지 못하고 장기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지난 30년 동안 누적시켰던 구조적 문제, 즉, 국내적 소득 불평등과 국제적 무역 불균형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난제 때문이다. 1%를 위한 경제가 한계에 이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 단기 수익추구, 노동 유연화는 다수 노동자와 국민들의 소득을 억제하면서 기업과 금융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왔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의 1%는 소득이 비약적으로 팽창했고 99%의 소득은 제 자리 걸음이었다. 각 국가 국민경제의 소득 불평등이 구조화된 것이다. 그러나 99%의 국민들의 소득으로 소비를 늘리지 않고서는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팔수도 없고 경제가 발전할 수 도 없다. 그것이 경제다. 빼앗기는 자가 죽어 나가면 빼앗는 자도 살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2007년까지 경제가 발전한 것은 빚을 얻어서 소비를 늘렸기 때문이다. 전 세계 소비를 주도했던 미국 시민은 매년 자신이 번 소득의 110%를 소비했다. 저축을 한 푼도 하지 않고 소득을 모두 써버렸을 뿐 아니라, 추가로 빚을 얻어 소비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른바 ‘적자 호황’국면이 그렇게 1990~2000년대를 풍미하면서 미국인들이 ‘대 안정기’라고 부르는 호시절을 누렸던 것이다. 특히 구입비용이 많이 드는 주택과 자동차 등을 빚을 얻어서 구매했고 그 결과가 2008년 금융위기다. 이제 금융위기로 부채를 더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늘어난 빚을 줄이는 국면으로 반전되었다. 번 소득의 최소한을 빚 갚는 곳에 쓰고 나머지를 모조리 소비해도 이제 2007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비가 늘지 않고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근본적이 이유다. 그러면 적자호황 뒤에 이어진 부채 축소의 긴 침체기를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간단하다. 이제부터라도 1%에 집중된 부를 99%에게로 되돌리고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이다. 돈을 쓰고 먹고살 수 있는 여력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1%가 과거처럼 탐욕스럽게 이익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1%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서 99%에게 재분배 해주어야 한다. 사적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국민들이 일을 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에 전 세계 청년들과 시민들이 불평등을 혁파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게 된다. 그것이 2011년 타임지가 선정한 인물인 바로 ‘시위자(Protesters)’이다. 아랍의 민주화 시위자, 스페인의 분노하는자. 미국의 월가시위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우리는 99%(We are the 99%)‘라는 구호를 걸고 1%의 탐욕에 저항하는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2012년 세계경제의 희망은 99%운동이 얼마나 더 사회지형을 바꿀 것인지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역내 불균형이 유로 통화권의 진짜 위기 국내적인 소득 불평등에 이어 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가 바로 국제적인 불균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이다. 미국은 미국 시민을 고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대신 중국의 값싼 상품을 수입해 소비했고 월가를 중심으로 금융 산업만 비대화시켰다. 그 결과 돈은 중국과 월가로 집중되었다. 중국으로 흘러간 돈은 다시 미국 국채와 교환되면서 미국으로 되돌아 왔고 미국 시민들은 그것을 빚으로 얻어서 또 소비를 했다. 그럴수록 중국에는 미국 국채로 표시된 외환 보유고가 쌓여갔고, 반대로 미국은 국가부채와 가계 부채가 늘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의 국제적인 요인이 이것이다. 한편, 중국과 미국 사이의 불균형에 비견되는 국제적 불균형이 바로 최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유럽의 위기 속에도 있었다. 유럽의 위기는 흔히 그리스를 필두로 한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알려졌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상에 불과하다. 정부의 방만한 살림운영과 ‘놀고 먹은’ 남유럽 시민들에 대한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에 재정위기가 발생했다는 평가는 사태를 전혀 잘못 파악한 것이다. 복지지출이라면 남유럽 국가 보다는 북유럽 국가가 더 많다. 재정적자 수자만 놓고 보면 일본이 국내총생산 대비 220%로 세계 최고다. 미국도 100%에 근접했다. 유럽 국가채무위기는 유로 통화권 내부의 경상수지 흑자 국가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와 적자국가인 남유럽 국가 사이의 무역 불균형에 있는 것이다. 유로 통화와 단일시장으로 이들 사이의 경쟁력과 무역수지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차가 커졌다. 그 결과 남유럽 국가들은 독일과 프랑스 은행 등에 국채를 발행하고 돈을 빌려왔다. 그럴수록 남유럽 국가들의 대외채무는 점점 늘어갔다. 그러나 단일 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금리정책, 환율정책을 사용하여 경상수지 불균형을 조정할 수도 없다. 이것이 남유럽 국가들의 대외 채무위기로, 그리고 북유럽 은행들의 채권부실 위기로 표현된 것이다. 유로 통화권의 불균형이 유럽을 위기로 몰아넣고 유로 존을 붕괴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중국만이 세계경제의 유일한 희망인가? 국내적 소득 불평등과 국제적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세계경제는 동력을 잃고 또 다시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 2012년은 유럽의 붕괴위기가 미국으로, 그리고 중국으로 파급되면서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세 개의 주요 축에 의해 움직여왔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와 유럽의 유로 통화동맹과 그리고 세계의 생산기자 중국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2008년을 분기점으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금융은 이제 미래의 성장 동력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고 구조조정의 대상이다. 2010년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 유로 통화동맹도 점점 더 근원적인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다. 유로 존의 해체냐 유럽 합중국을 향한 재정통합이냐의 갈림길에 들어선 것이다. 유럽 시민의식(European citizen)이라는 연대의식도 갖춰지지 않은 채 자유 시장 논리에 의해 유럽의 통합을 기대했던 희망은 무너졌다. 현재로서는 유럽 주변국을 향한 거대한 마샬플랜 정도가 아니라면 재정통합은 불가능하다. 유로 존의 해체가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세계경제 지탱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규모 10%를 차지하면서 2위 경제권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경제의 마지막 지탱축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수출을 매개로 글로벌 무역불균형에 편승하여 10%대의 안정적인 고성장을 구가해왔다. 신자유주의 세계경제호황의 덕을 보면서 그 한 축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대외적 요인에 의지해 성장할 수 없게 되었다. 유럽 위기가 현재화되자 2011년 말부터 중국 수출은 10%대로 줄었고 2012년은 한자리 수를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표현대로 ‘중국 경제발전 모델을 전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과연 중국은 2012년에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지탱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어쨌든 2012년 세계경제 향방은 일단 유럽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세계경제를 알려면 유럽을 먼저 파악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긴박해지는 유럽위기 국면을 해부하고자 시사 주간지 <시사 IN>에 4차례에 걸쳐 유럽위기를 연재하고 유럽은 구조적 결함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어 전망이 매우 비관적임을 예시한 바가 있다. 올해 유럽의 향방을 판단하는 준거로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테마북으로 엮어 보았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12년 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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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북]2012년 경제, 유럽을 알아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