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연에서 내가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인간은 이기적일까요?” 대부분의 청중이 그렇다고 시인한다. 그건 정말로 우리 사회가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나 손해를 보는 바보가 될 뿐이다. 앞으로 하나 하나 설명하겠지만 이런 태도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의 두 가지 행동 중 하나(공포, 상대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이다. 실로 우리 사회는 극도의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 따르면 우리의 일반적 신뢰, 즉 “당신은 얼마나 남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은 세계의 중간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신뢰가 떨어지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이다. 더구나 15살짜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세계 최하위로 나타났으니 지금도 팍팍한 세상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일까? 나는 “여러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호언한다. 내 무기는 이른바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 해 보시면 안다. 청중들이 두 사람씩 짝을 짓게 하고 임의로 한 사람은 A, 다른 한 사람은 B를 맡도록 한다. A에게 하늘에서 1만원이 떨어졌다고 하자(실제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1만원씩 나눠 준다. 물론 내 강연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횡재를 한 A는 B에게 얼마를 줄지 제안한다. B가 할 역할은 예스, 또는 노이다. 만일 예스라고 대답하면 A가 제시한대로 분배가 이뤄지고 게임은 끝난다. 예컨대 A가 3000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는데 B가 예스하면 A:7000원, B:3000원이 되는 것이다. 한편 B가 어떤 이유로든 노라고 대답하면 둘 다 한푼도 챙기지 못하게 된다. 여러분이라면 A의 처지에선 얼마를 제시하고 B의 처지라면 어떻게 대답할까?(실제로 옆 사람과 해 보시기 바란다.)경제학이 가정하는대로, 그리고 청중들이 대답한 것처럼 인간이 모두 호모에코노미쿠스(자신의 이익만 신경쓴다)라면, 즉 A도 B도 이기적이라면 답은 A:9999원 대 B:1원이다. 이기적인 B는 무일푼(노라고 대답했을 경우)보다는 1원이 낫기 때문에 예스를 택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A는 1원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수천, 수만번 행해진 이 실험에서 이 정답을 맞춘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거의 대부분이 4000원에서 5000원을 제시했고 2500원 미만인 경우에는 B가 노를 택한 경우도 꽤 많이 나온다. 즉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은 언제나 남을 생각하며(other regarding), 상대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행동할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한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행동한다. 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상호성(reciprocity)라고 부르는데 앞으로의 연재는 이 속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상호성에 맞춘 행동과 규범, 제도가 우리 사회를 훨씬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고, 신뢰와 협동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첩경임을 보일 것이다. 적어도 인간은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희망이 있다. 이 글은 ‘주간 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