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과 신문권력이 서로 부추기며 젊은 세대를 호명하고 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만든 <중앙일보>는 신문 1면에 다음과 같이 P세대를 정의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실체를 인식하고, 애국심(Patriotism)을 발휘하고 있는 20대 젊은 층을 지칭하는 것으로 중앙일보가 만든 말이다. 애국적인 태도 외에 진보·보수의 이분법을 거부하는 실용(Pragmatism)적인 자세를 보인다.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Power n Peace)는 신념을 지녔고 국방의 의무를 유쾌하게(Pleasant)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개성(Personality)세대다.” 물론, 어떤 신문이든 말을 만들 ‘자유’가 있겠지요. 실제로 너무 많은 말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요. 문제는 그 말이 얼마나 보편타당성을 지니는가에 있습니다. 보편성도 타당성도 없으면서 어느 신문사가 자신이 만든 말을 여론으로 만들어간다면 ‘직권 남용’ 아닐까요. 2003년과 2011년의 P세대와 삼성 P세대 이야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못지않게 삼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제일기획이 이미 2003년에 젊은 세대에게 쓴 말입니다. 당시 P는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 패러다임 변화(paradigm-shifter)를 뜻했습니다. 알다시피 그 시기는 월드컵의 ‘붉은 악마’ 열기가 뜨거웠지요. 노무현 바람이 불어 ‘참여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삼성이 정치기류에 따라 젊은 세대를 호명하는 게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굳이 기회주의라는 말을 쓸 필요도 없겠지요. 기실 우리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숱한 호명을 들어왔습니다. 한결 같이 이윤을 목적으로 한 자본의 논리나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짙었지요. 2003년의 P세대와 2011년의 P세대가 대표적 보기입니다. 아마도 정치적 판단이었겠지요. 이명박 대통령까지 적극 가세했더군요.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아 “P세대라고 하고 G20세대라고도 하는 젊은이들이 매우 합리적으로 또 진정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며 “이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아직 진실이 온새미로 규명되지 못한 사건을 두고 저들이 몰아가는 여론은 너무 얄팍하지 않은가요? 과연 무엇이 진정한 ‘애국’이고, ‘평화’를 지키는 길이고, ‘실용주의’인지 ‘유쾌한 개성’을 지닌 젊은 세대에게 새삼 말 건네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이 블로그를 통해 강조해온 말이니까요. 다만 2030세대에게 R세대라는 말을 다시 상기해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세대 규정과 달리 R세대라는 말은 자본이나 권력의 호명이 아니지요. 2000년이 열릴 때 젊은 세대 스스로 그렇게 호명했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판에 뛰어들어(rush) 저항하고(resistance) 마침내 혁명(revolution)을 이루겠다”는 그 다짐이 1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는 그해 오월 R통신을 인터넷에 연재하기 시작했지요. 지금 R통신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뉴스레터로 매주 발행되고 있습니다(https://www.saesayon.org). 2030 스스로 규정한 세대 이름―R세대 저는 R세대가 단순히 2000년 시점에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월드컵 열기 때 붉은 물결을 두고 자본 쪽에서 R세대라는 호명이 나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현실에 뛰어들어 비판하고 변화를 일궈내는 R세대의 정신은 젊음의 영원한 특권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P세대와 R세대의 호명 가운데 실제 젊은 세대는 무엇을 선택할까요? P세대 뒤에는 막강한 삼성자본이 있습니다. 젊은 세대 스스로 밝힌 R세대는 그렇지 않지요. P세대와 R세대 사이에 PR할 수 있는 힘의 차이가 큽니다. 저는 PR의 차이를 젊은 세대가 벅벅이 넘어서리라 믿습니다. 2000년 그때처럼 정치판은 부패하고 무능하기 때문이지요. 썩고 구린 정치로 젊은 세대가 살아갈 객관적 조건은 무장 열악해져가고 있습니다. 2000년 R세대는 2002년의 촛불, 2008년의 촛불로 곰비임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미래는 열려있습니다.*손석춘의 새로운 사회(http://blog.ohmynews.com/sonseokchoon/)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