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신화적 존재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에게 악마는 살아있었다. 장자연이 죽은 뒤에도 살아있다. 지금 이 순간도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서민의 딸과 누이, 아내들에게 탐욕의 눈길을 번득이고 있다. 장자연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악마의 정체를 찾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일간지 신문사 대표”를 명시해 “복수”를 당부한 젊은 망자의 편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도 무겁게 한다. 진실을 밝혀야 할 이유다. 썩고 구린 저들에게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일어난 한국 외교관들의 행태 또한 장자연의 악마들 못지않게 역겹다. 대한민국의 방귀 깨나 뀌는 자들이 나라 안팎에서 얼마나 추한 작태를 저지르고 있는지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그래서다. 자칫 잊어버리기 싶지만 오늘 아침 내 가슴을 울린 작은 기사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세계일보> 전상후 기자가 쓴 “장애인 엄마의 안타까운 모성” 제하의 기사(2011년3월9일자)는 썩고 구린 대한민국에 태어난 한 아기의 운명을 있는 사실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제대로 먹이지 못해 죽은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떻게 묻나요.” 중증 정신장애를 가진 30대 여성이 갓 태어난 뒤 영양결핍으로 숨진 자식을 20여일 동안 품에 안고 부산 지하상가에서 노숙한 사실이 밝혀져 상가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7일 오후 8시40분쯤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인근 지하상가 내 분수대 옆에서 A(32·여)씨가 담요를 껴안고 배회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확인한 결과 숨진 영아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상가경비원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강하게 저항하는 A씨에게서 겨우 담요를 빼앗아 안을 들여다보고 숨진 지 20일이 지나 보이는 심하게 부패한 영아의 상태를 보고 경악했다. 경찰조사 결과 경기도 안양 출신인 A씨는 6년 전 친구의 소개로 건설노동자인 O(32)씨를 알게 돼 동거해 오던 중 지난해 5월 동거남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A씨는 동거남과 함께 여관과 고시텔을 전전하다 지난 1월 중순 부산 부전동 S여관에서 임신 7개월 만에 미숙아를 낳았다.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돼 남편이 빈 커피캔을 반으로 잘라 예리하게 만든 날을 이용해 탯줄을 잘랐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17일쯤 숨을 거뒀다. 이 부부는 지난 수년간 남편 O씨가 건설현장 일용근로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일자리를 잃으면서 고시텔에서 쫓겨나와 부산역과 서면 지하상가 등을 떠돌며 노숙생활을 해 왔다. 남편은 아이를 묻어주자고 했으나 A씨가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죽은 아기가 너무 불쌍하다”며 아이를 품에서 떼어놓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영양결핍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사망시기 등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8일 오후 부검을 하기로 했다. 기사를 읽은 뒤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그 아기는 마지막 몸마저 부검으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어린 천사의 영혼에, 그 가여운 삶과 죽음 앞에 스멀스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장자연의 몸을 더럽힌 악마들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복지’를 도입하자는 사람들에게 살천스레 ‘포퓰리스트’로 몰아치는 청와대와 국회, 부자신문사의 기름진 사람들은 저 어린 천사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아니, 어찌 그들뿐이겠는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에 늑장 부리는 나는 어떤가. 진보대통합에 온 몸을 던지지 않는 나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저 악마의 대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