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갖기 바란다. 대한민국 잘 될 것이다.” 설날을 앞둔 2월1일, KBS MBC SBS 방송 3사가 동시에 생방송으로 내보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건넨 마지막 말이다. 일방적 소통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강행한 방송에서 대통령으로선 국민에게 ‘희망’을 선물하려는 의도였다고 좋게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 방송에서 그가 당부한 희망이 너무 공허했다. 아니 희망은커녕 분노를 샀다. 보라. 그는 자신이 후보시절 공약한 충청도의 ‘과학벨트’에 대해 “표를 얻으려고” 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다. 이것은 국가 백년대계니까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 입장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과학벨트 백지화’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선거용 정책’이라는 데 있다. 기실 이명박 대통령의 속내는 이미 오래전에 드러났다. 2008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거 아닌가”라고 사뭇 당당한 주장을 폈던 전력이 있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나” 망언의 재판 비단 충청도 서민들의 분노만 자아낸 게 아니다. 명절을 앞둔 1월28일 밤이었다. 서울 동대문 시장에 이명박 대통령이 나타났을 때, 언론은 그 의미를 “2월1일 ‘대통령과 대화’를 앞두고 사전 민심 탐방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그런데 대통령이 상인들에게 던진 말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군산에서 옷을 떼러온 30대 옷가게 주인에게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 내가 장사해 봐서 안다”고 말했단다. 어떤가. 장사해봐서 안다? 울뚝밸 치솟지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니 넘어가자. 더 심각한 문제는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는 그의 인식에 있다. 찬찬히 짚어보자. 지금 장사가 안 되는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과연 “열심히 끈질기게” 하지 않아서 생활이 어려운가? 정말 열심히 살아도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부익부빈익빈 현실에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가장 큰 공헌을 해왔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걸까? 더 놀라운 일은 생방송에서 언죽번죽 말했듯이 대통령 자신이 ‘경제 대통령’ 약속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하여, 묻고 싶다. 자신이 지금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흔히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 국민적 불행,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다. 열심히 살지 않아 서민생활이 어려운가? 우리를 분노케 하는 발언은 더 있다. 그 또한 설 명절을 의식한 행보에서 불거졌다. 대통령 이명박은 “우리나라는 요즘 유행어로 보면 ‘전기 무상화하자’고 할까 봐 겁난다”고 살천스런 우스개를 했다. 언론은 “야권의 ‘무상복지’ 공세에 대한 이 대통령의 비판적 시각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썼다. 어떤가. 과연 누가 “전기를 무상화하자”고 주장하겠는가. 전기와 급식이 같은가? 전기는 한없이 쓸 수 있지만 급식이 그러한가? 보육이 그러한가? 대학등록금이 그러한가? 복지를 요구하는 민중 앞에 그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희망을 가져라, 열심히 살라고 훈계하는 대통령 이명박의 얼굴이 더없이 절망으로 다가온다. ‘전기 무상화’ 나 ‘선거 때’ 따위를 들먹이는 대통령의 발언, 참 쌀쌀맞은 ‘설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