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초 흔드는 두 쟁점

By | 2010-11-10T14:32:55+00:00 2010.11.10.|

난장판이다. 대한민국 정계를 보라.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쟁점이 곰비임비 불거진다. 4대강 예산, 대포폰, SSM, FTA….어떤가. 먹고 살기에 바쁜 시민들로서는 선뜻 살갗으로 다가오지 않거나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살림살이는 무장 악화되는 데 정치판은 뭘 하는 건지 울뚝밸이 치밀 법 하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회에서 말싸움, 몸싸움 벌이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그것이다. 정치하는 놈들은 죄다 도둑놈이라는 말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타령이다.하지만 난장판을 한 뼘만 더 들여다보자. 과연 난장판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정치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언론인에 있다고 판단한다. 아무리 선입견을 씻고 보아도 그렇다. 더러는 내게도 색안경을 끼고 볼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기자들을 위해 미리 인용한다.“남이 하는 말을 옮겨 주는 것이 언론이긴 하지만 옮겨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난장판 정치에 언론의 책임은 없는가누구의 말일까? <조선일보>에서 기자, 정치부장, 편집국장, 부사장으로 39년을 일했던 ‘보수 언론인’의 상징적 존재, 안병훈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언론사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다며,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노라고 토로한 바 있다. 나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구분해야 옳다는 ‘보수 언론인 안병훈’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4대강 예산, 대포폰, SSM, FTA. 하나하나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쟁점이지만, 발등의 불로 떨어진 대포폰과 FTA를 보기로 짚어보자.단순히 남이 하는 말을 옮겨서는 안 될 대표적 보기가 이른바 ‘대포폰 논란’이다. 가령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포폰을 ‘차명폰’으로 표기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오리발’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셈이다. 청와대에 있는 ‘혐의자’가 자신이 아는 사람의 명의를 빌린 것은 아니므로 차명폰보다 대포폰이 옳다는 주장을 굳이 <동아일보>에 건네고 싶진 않다. 차명폰인가, 대포폰인가는 말 그대로 지엽적 논란이기 때문이다. 기실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쓰고 있는 ‘대포폰 논란’이란 말도 옳지 못하다.명토박아두거니와 사태의 핵심은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범죄은폐’다. 차분히 톺아보라. 국무총리실이 불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 그런데 그 불법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청와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신들이 개입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며 증거를 인멸했다. 황당한 자들은 청와대에만 있지 않다. 검찰은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 국회에 출석한 법무장관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언죽번죽 주장했다.자, 묻고 싶다. 과연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과연 이게 중계식 보도로 그칠 사안인가? ‘차명폰’ 따위로 언구럭부릴 일인가?문제는 청와대의 불법사찰-범죄은폐다이명박 정권이 불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그것이 드러나자 조직적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녕 몰랐다면, 당장 진상규명에 나서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법무장관, 검찰총장에게 엄히 책임을 물을 일이다. 만일 알고도 시치미 떼고 있는 것이라면, 대통령 자신이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다. 언제나 ‘법치주의’를 들먹이는 수구세력의 부르대기에서 말을 빌린다면 이 사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차이’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굳이 나누어야 한다면 보수언론이 더 파고들어야 할 사건이다.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쟁점이 또 있다. 바로 한미FTA다. 보라. 미국의 요구로 사실상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재협상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국민에게 공언했던 이명박 정권은 미국의 요구대로 지금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묻고 싶다. 과연 그게 보수의 가치인가? 국가의 모멸을 자처하는 통상정책 앞에서 참된 보수인사의 개탄을 허튼소리일망정 듣고 싶다. 하지만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다만, 조금의 부끄러움은 남아서일까, 그저 남세스러워서일까. 재협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래놓고 ‘밀실 협상’도 서슴지 않는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나 논평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7년 4월, 노무현 정권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문에 합의했을 때와는 세계 금융위기로 상황이 확연하게 달라졌는데도, 그 변화를 짚지 않는다. 노 정권이 체결한 협정을 지금 민주당 일각이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정치적 공격이 버젓이 ‘정론’을 자처하는 신문의 사설로 나온다. 세 신문에 차별성이 있다면, 2008년처럼 ‘좌파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않도록 재협상에 성공하라는 주문이 있거나 없거나 정도다.한미 FTA 재협상에서 드러난 국가 모멸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범죄은폐’와 ‘한미 FTA 재협상’은 당장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국가적 쟁점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나는 여기서 언론이 어느 한쪽을 편들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게 전혀 아니다. 여론을 독과점한 신문과 방송들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변자가 되었다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오직 언론의 본령인 진실과 공정을 지키라고 요구할 뿐이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진실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있다. 정파의 색안경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한국 저널리즘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경고한다. 이미 대한민국 정계보다 언론계가 더 난장판이다.*편집자/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흔들리는 대한민국 국기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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