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채 고발하는 언론사엔 특채 없을까?

By | 2010-09-10T18:18:51+00:00 2010.09.10.|

판도라 상자가 열렸을까. 고위 공직자들의 딸과 아들이 특채로 공직에 앉은 사례가 곰비임비 불거지고 있다. 왜 저들이 축배를 들며 “이대로!”를 부르댔을까 새삼 이해할 수 있다. 불똥은 지자체로 번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청년실업자들이 피눈물 쏟고 있을 때, 가지고 누리는 자들의 자녀가 특채되는 비리는 고발돼야 마땅하다. 오죽했으면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까지 현대판 음서제도를 보도하는 데 나섰을까. 특히 <중앙일보>는 전 감사원장 딸의 특채를 대대적으로 부각하고 나섰다. 이 신문의 ‘ 새치기 특채비리, 과연 어디가 끝인가’ 제하의 사설(2010년 9월10일)은 “음습한 현대판 음서(蔭敍)의 뿌리가 넓고도 깊게 뻗어 있는 것”이라고 개탄한다. 사설은 “외교통상부 특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었다”고 단정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실상은 더욱 가관”이라고 비판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더 썩었다는 ‘독과점 신문’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은 더 나아간다. “더 썩은 지자체 인사비리, 전면 수술하라” 제하의 사설은 “불공정한 인사비리가 더 심각한 곳은 지방”이라고 단언한다. 채용은 물론이고 승진과 보직에 이르기까지 3박자 인사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꾸짖는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는 약과로 보일 정도란다. 경기 성남시에 딸린 출자기관들에 전·현직 시장과 구청장의 자녀나 친인척 20여 명이 특채됐고, 경기 부천과 광주 시설관리공단에도 전 시장 사위 등 20여 명이 공채 또는 특채로 입사했다고 고발한다. 서울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에는 이사장의 조카, 강원 철원군에는 군수의 딸, 부산 사하구에는 구청 국장의 딸이 일하고 있다. 심지어 “승진이나 보직과 관련한 지자체장들의 매관매직이 선거비용을 뽑는 수단으로 전락해 5급 행정직은 5000만 원, 5급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에 거래된다는 폭로까지 나왔다”고 개탄한다. 독과점 신문들이 지자체의 인사 비리를 고발하는 보도와 논평은 바람직하다. 옳은 일이기도 하다. 다만 “더 썩은 곳”은 지자체라고 몇몇 언론이 단정하는 데 다른 의도는 없을까 짚어볼 필요는 있다. 지자체 썩은 곳을 도려내자는 데 반대하려는 게 전혀 아니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구린 곳을 드러내되 이른바 ‘중앙 부처’의 특채 현황도 더 낱낱이 파헤쳐야 옳다. 비단 외교통상부만 특채의 구린내가 진동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부처 특채 더 밝히고 언론사도 짚어야 기실 더 썩은 곳, 더 구린 곳은 대한민국에 하나둘이 아니다. 틈날 때마다 ‘사회의 목탁’ 따위로 공익기관임을 언죽번죽 자부하는 신문과 방송사들은 어떤가. 사주의 아들이나 친인척이 기자로 특채되거나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꼴이야말로 가관 아닌가. 저들이 “특채 비리가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다니 실로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흥분하는 풍경은 남세스러움을 넘어 위선 아닐까. 그렇다. 지자체가 더 썩었다며 그쪽으로만 눈길을 돌릴 때가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 대한민국 공직 전반에, 노동시장 전반에 진동하고 있는 썩고 구린 곳을 벅벅이 밝혀야 할 때다.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개개인이 알고 있는 진실들을 터놓고 나눌 때다. 작은 혁명에 나설 때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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