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청와대에서 만났다. 신문과 방송은 두 사람의 만남을 크게 부각해 보도했다. 이해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갈등이 마치 한국정치를 좌우하는 듯 보도해온 게 대다수 언론사 정치부가 생산해온 정치기사들이었기 때문이다.‘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림수일까. 두 사람은 주말에 ‘비밀회동’을 했고, 그 사실을 찔끔 흘린 뒤에도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비밀’로 하고 있다.다만,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서로 손 맞잡은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은 공개됐다. 찔끔찔끔 발표된 내용을 보면 왜 두 사람이 희희낙락했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 정권재창출’에 합의했단다. 새삼 말할 나위 없이 앞의 합의는 이명박의 ‘희망’이고 뒤의 합의는 박근혜의 ‘소망’이다.이명박의 성공과 한나라당 정권재창출에 합의어떤가. 가관 아닌가. 물론, 두 사람이 만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합의하는 것은 자유다. 문제는 내용이다. 대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박근혜의 ‘대변인’ 이정현은 두 사람이 “남북한 및 한반도 주변 정세와 경제문제를 포함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과연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혼란마저 드는 작태다. 대체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은 국민을 무엇으로 아는가? 한 사람은 현직 대통령이고, 또 한사람은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로 나오는 정치인이다. 두 사람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에 합의했다면 적어도 어떤 정책에 ‘뜻’을 모았는지 공개해야 옳지 않은가.4대강 삽질을 살천스레 강행하고, 위장전입의 범법을 무람없이 저지른 자들을 대거 고위공직자에 앉히고, 불거져 나오는 의혹들로 이미 ‘작은 이명박’ 질타를 받고 있는 ‘느끼한 젊은 총리’를 청문회에서 ‘지원’해주고, 남북관계를 무장 파탄시키는 일이 과연 이명박 정부의 ‘성공’인가?비밀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가 하고자 하는 일(대권)에 내가 방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단다. 그래서다. 정치인 박근혜에게 정면으로 묻는다. 정권재창출에 방해받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에 모두 찬성할 셈인가?박근혜에 묻는다 “무엇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인가?”두 사람의 희희낙락을 보고 내가 야합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야합이 지나친 비판이라면, 이명박-박근혜 비밀회동에 오간 이야기를 낱낱이 공개할 일이다.저들의 희희낙락 앞에 <조선일보>사설(8월23일자)은 두 사람의 “정치운명”이 “화해와 협력”에 걸려있다고 강조한다. 같은 날 <중앙일보> 사설은 더 노골적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분열되어선 안 된다”고 서슴없이 ‘훈수’한다.대한민국 정치-언론판의 자칭 ‘보수세력’이 2012년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야합으로 ‘단결’해서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저들의 희희낙락 앞에 어떤가, 진보-민주세력의 분열은. 부익부빈익빈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고통 받는 민중 앞에 죄악이 아닐까.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