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계승자’ 누구일까

By | 2010-08-11T14:43:11+00:00 2010.08.11.|

김대중(1924~2009).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내며 노벨평화상을 받은 정치인이다. 더러는 지역감정으로 더러는 색깔공세로 정치인 김대중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어온 민주화 역정은 큰 의미가 있다.그래서일까. 서거 1주기를 앞두고 8월10일 열린 <김대중자서전> 출판기념회도 정치인들로 붐볐다. 민주당의 당권 경쟁자들은 저마다 “김대중 정신 계승”을 곰비임비 내세웠다. 좋은 일이다. 2012년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할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문제는 무엇을 누가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있다. 김대중은 서거 직전, 민주당에 기득권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보라. 당장 2010년 7월 재보선이 입증했듯이 현재 민주당은 그럴 뜻이 전혀 없다. 말을 앞세워 계승한다는 그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까닭이다.김대중 저마다 계승한다는 사람들 진정성 있나김대중을 김대중으로 만든 고갱이는 박정희와 맞섰을 때 김대중이 제시한 대중경제론이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대중경제론의 의미는 더 크다. 대중경제론의 고갱이는 대중이 주체가 되는 경제다. 1980년대 중반 들어 초기의 대중주체 정신이 퇴색했지만, 1985년 미국 에서 출간한 <대중참여경제론>조차 결론을 읽어보면 ‘박정희식 경제 성장주의’는 물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김대중은 결론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앞에서 한국경제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제반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같은 개선책의 기본원칙은 성장과 균등분배와 가격안정이라는 3대 목표 간에 적정한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목표는 경제의 제반 부문 간의 그리고 지역 간의 균형된 발전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가, 노동자, 농민, 소비자 등의 모든 집단이 민주정부 하에서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의 여러 국면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김대중은 결론의 마지막 대목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명하며 그들의 “통치하에서 경제성장의 열매는 이들과 결탁한 소수특권층에 의해 거의 독점되어 왔으며 노동자 농민들은 성장의 결실 배분에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배제되어 왔다”라고 다시 노동자와 농민의 참여를 강조했다. 이어 “본인의 계획안은 모든 집단의 권익을 옹호함으로써 이같은 불공평을 시정하고 나아가 모든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균형적이고 견실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훌륭한 대중 주체의 경제론 끝내 구현하지는 못해훌륭하다. 하지만 정작 김대중은 집권 이후에 대중경제론과 어긋나는 노선을 걸어갔다. 급박한 외환 위기에서 비교적 자유롭던 노무현 정부도 후보시절 공약과 달리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국정 목표로 정함으로써 민주정부 1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에 구조화했다. 기실 이명박 정권의 등장도 그 결과다.그렇다면 김대중의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자명하다. 대중경제론을 2010년대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고 실현해가는 일이 그것이다. 세계 경제의 위기와 국내 경제의 심각한 양극화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대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그 전환의 길에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대중의 경제’론은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고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서민경제의 위기를 걱정한 사실에 비추어보더라도, 민중 경제의 위기를 해소할 진정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그것을 구현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그 정책대안을 고민하지 않은 채 김대중 정신의 계승을 들먹이는 모습은 낮은 수준의 정치적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경제론의 현재적 재구성, 실현가능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일이 정치인 김대중을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다. 그를 편히 쉬게 하는 길이다. 1주기 맞는 고인의 명복을 새삼 빈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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